1심 "안전조치 전혀 없어... 추락 위험 있는 개구부 존재도 몰라" 유족 승소
김천시 "무대감독 지시 무시하고 작업하다 사고"... 1심 판결 불복하고 항소

[법률방송뉴스] 오페라 프리마돈나를 꿈꾸었던 23살 성악도의 어이없는 추락사, 고 박송희 양 사망 사건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관련된 단체나 기관이 여럿 있는데 모두들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 유족들을 두 번 울리고 있는 가운데, 유족들은 힘겨운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재판 과정과 1심 재판 결과를 장한지 기자가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리포트]

고 박송희 양은 지난 2018년 9월 6일 경북 김천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다음날 열릴 오페라 공연 무대세트 페인트칠을 하다 지하 6.5m 아래로 떨어져 뇌출혈로 숨졌습니다.

어디 높은 데 올라가서 작업을 한 것도 아니고, 지상 무대에서 도색작업을 하며 뒷걸음질을 하다 작업 전엔 있지도 않았던 지하 틈새로 추락사한 어이없는 사고였습니다.

페인트칠 작업 시작 때만 해도 지하에서 연주자들이나 배우들을 무대로 올리는 리프트는 무대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송희 양이 작업을 하는 도중 리프트를 지하로 내려놓고도 아무도 이를 송희 양에게 가르쳐주지 않아 벌어진 황당한 사고입니다.

[홍정표 변호사(법률사무소 헌인) / 고 박송희 양 유족 대리인]
"공무원이 현장에 있으면서 현장 여러가지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이러면서도 안전조치도 없이 리프트를 약 7m 아래까지 그냥 내리면서 작업자를 도피시키지 않았거든요."

그럼에도 관할 김천시와 오페라를 주최한 김천문화예술회관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그리고 오페라를 주관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비정규직 조연출로 송희 양을 채용한 호남오페라단, 그 어느 누구도 선뜻 잘못을 인정하며 진정성 있는 사과는 외면한 채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습니다.

[박원한씨 / 고 박송희 양 아버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김천시청이나 관계자들로부터 먼저 사과의 전화를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한문연도 마찬가지고요, 한문위도 마찬가지입니다. '죄송하다'라든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 적이 없습니다. 전혀 진정성 있는 사과는 없었고요. 조금이나마 어쨌든 자신들 잘못을 덮고 방어적인 자세를..."

'공연장의 세월호', 그러나 7급 공무원인 김천문화예술회관 무대감독 57살 송모씨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형사처벌 대상에 올라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금고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했고, 나머지는 다 법망을 피해 나갔습니다.

결국 송희 양의 유족들은 제대로 된 사과와 책임을 묻겠다며 김천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지만, 재판 과정에서 유족들은 또 한 번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숨진 송희 양이 무대감독의 작업중단 지시를 무시하고 작업을 계속했다", "송희 양이 리프트가 지하로 내려간 사실을 보고도 실수로 잊어버렸다"는 등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송희 양 과실을 주장하며 유족들의 가슴에 다시 대못을 박은 겁니다.

딸이 유학비용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추락사한 것만으로도 억장이 무너질 일인데, 김천시는 소송에서 이겨보겠다고 한 마디로 "송희 양이 잘못해서, 송희 양 실수로 스스로 사고를 자초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겁니다.

[박원한씨 / 고 박송희 양 아버지]
"심지어 공판이 있는 날 로비에서 김천문화회관 쪽 변호사는 피해자 가족인 저희들 앞에서 빈정대는 투로 말까지 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그게 사고가 날 수 있는 일이 위험성이 어디 있었냐'고 '자기 혼자 잘못해서 추락했다'고 그것을 피해자 가족이 들으라는 식으로 복도에서 큰 소리로 외쳤던..."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김천시 측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송희 양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률방송이 입수한 송희 양 사건 1심 판결문입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리프트가 내려가는 동안 이를 알리는 경보음 장치는 아예 없었고, 리프트 하강을 알리는 경고등은 고장 나 방치돼 있었습니다.

여기에 뒤를 돌아봐도 리프트가 내려가 있는지 잘 알 수 없을 정도로 무대 위 조명은 침침했음에도 어떠한 안전 조치나 장치도 없었습니다.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사고가 안 났으면 그게 천행일 정도로 위험천만한 작업환경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송희 양은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리프트의 위치, 용도, 추락 위험성 등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받지 못했습니다.

"망인이 개구부가 있다는 사실을 실수로 잊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망인은 자신이 작업하던 무대 가까이에 추락 위험이 있는 개구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재판부 결론입니다.

재판부는 다만 송희 양이 주의를 다하지 못한 잘못을 20%로 보고, 김천시의 책임을 80%로 인정해 원고들이 청구한 위자료 등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김천시는 하지만 1심 패소 판결에 불복해 다시 다 다퉈보겠다며 항소했고, 이에 따라 송희 양의 유족들도 항소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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