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3개월에 연속 살인 천륜에 반하는 범죄, 법정최고형 선고해야"
고유정 "아무도 안 믿어줘, 죽으려 했지만 애새끼 있어 살아남았다"
의붓아들 살해 혐의 입증 여부가 관건... 1심은 '증명 부족' 무죄 선고

고유정이 지난 2월 20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유정이 지난 2월 20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검찰이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전 남편 살해 사건'의 고유정(37)에 대해 항소심에서 다시 사형을 구형했다.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형사1부(왕정옥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고유정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계획적 연쇄살인범"이라며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자신의 살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3개월 내에 연속적으로 2건의 살인을 저지르는 등 연쇄살인을 저질렀다"며 "아들 앞에서 아빠(전 남편)를, 아빠(현 남편) 앞에서 아들을 살해하는 천륜에 반한 잔인한 범죄를 저질렀고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지난 1월 열린 1심 결심공판에서도 고유정에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고유정은 최후진술에서 "저는 OO이(의붓아들)를 죽이지 않았다"며 "집 안에 있던 2명 중 1명이 범인이라면 상대방(현 남편)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정은 이어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죽으려고도 해봤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것은 남은 애새끼가 있기 때문"이라며 "죽어서라도 제 억울함을 밝히고 싶다. 믿어달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고유정은 이날 자필로 작성한 5∼6장 분량의 최후진술서를 읽어내려 가며 전 남편에 대한 계획적 살인 등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러면서 말미에는 전 남편과 유족 등에게 "사죄드린다. 죄의 댓가를 전부 치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유정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은 7월 15일 열릴 예정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20일 고유정에 대해 전 남편 살해 혐의를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단은 고유정이 사형 선고를 면하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

◆ 항소심 판단 관건은 '의붓아들 살해' 혐의 입증 여부

검찰은 1심 선고 이후 고유정의 전 남편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 오인 및 법리 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 고유정 측도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7)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 및 사체 손괴·은닉)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유정은 이후 의붓아들 살해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검찰은 고유정이 지난해 3월 2일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수면제가 든 차를 마신 현 남편이 잠에 빠진 사이, 옆에 엎드려 잠을 자던 네살배기 의붓아들의 등 뒤로 올라타 손으로 얼굴이 침대 정면에 파묻히게 머리 방향을 돌리고 뒤통수 부위를 10분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지난 4월 22일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서 항소 이유를 설명하면서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고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재판부를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항소심에서 쟁점은 고유정의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맞춰졌지만 검찰은 이를 뒷받침할 이른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은 제시하지 못했다. 검찰은 고유정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크게 8가지의 정황·간접 증거를 제시했다.

의붓아들 부검 결과 사인이 '기계적 압착에 의한 질식사'로 나옴에 따라 누군가 의붓아들에게 고의로 강력한 외력을 가했다는 점, 고유정이 2018년 11월 처방받은 독세핀 성분 수면제 성분이 현 남편의 머리카락에서도 검출됐다는 점, 의붓아들의 사망 추정 시각인 오전 4∼6시를 전후해 고유정이 깨어있었다는 점, 고유이 두차례 임신 후 유산하는 과정에서 현 남편이 의붓아들만을 아끼는 태도를 보이게 되자 적개심을 가지고 범행했다는 판단 등이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이처럼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살해했다는 직접 증거나 목격자가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제시한 정황·간접 증거를 인정할지 여부에 달려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 하더라도 간접사실 사이에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과 상호 모순이 없어야 한다"며 "의심스러운 사정 등을 확실히 배제할 수 없다면 무죄 추정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며 검찰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아버지의 다리나 몸통에 머리나 가슴이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 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고, 현재의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현 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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