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 단지 주민들끼리도 대립 만연... 고양이 혐오 범죄로 이어지기도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에선 지난주 금요일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최소 3년째 계속되고 있는 ‘고양이 연쇄 살해사건’ 관련해 동물 학대와 동물보호법 이슈에 대해 보도해 드렸는데요.

요즘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 보면 길고양이들을 위해 잠자리도 마련해놓고 먹이도 주는 곳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그렇게 좋아하면 데려다 키우지 왜 바깥에서 그러냐는 곱지않은 시선도 상존합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오늘(16일) ‘LAW 투데이'는 동물 혐오 얘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신새아 기자의 리포트부터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19일 참혹하게 훼손된 새끼고양이 사체가 발견된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주차돼 있는 차량 밑에서 다리는 잘리고 몸통은 절반으로 토막난 새끼고양이 상체 부분 사체가 발견돼 주민들이 경악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새끼고양이 것으로 추정되는 꼬리가 마치 보란듯이 길고양이들 밥 주는 곳 앞에서 발견돼 주민들을 더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 A씨]

“사체가 절단된 꼬리가 먼저 발견이 됐고, 그 꼬리는 저희가 밥 주는 자리인데 그 바로 옆에 있었어요. 마치 보란듯이 놓여있었고, 그 다음에 몸은...”

[아파트 주민 B씨]

“작년뿐 아니라 재작년에도 유사한 사건들이 (발생했고), 너무 무섭고 끔찍한 사건이어서 이게 그냥 길고양이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경찰이 사건의 전모를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이렇게 극단적인 동물 혐오 범죄가 아니더라도 길고양이를 두고 아파트 입주민이나 주민들끼리 보이지 않는 갈등을 겪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닙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단지 내 마련된 화단에 하얀색 스티로폼으로 된 길고양이 전용 집들이 눈에 띕니다.

같은 크기 집들이 수미터 간격을 두고 3~4개 놓여 있는데, 집 앞에는 길고양이들을 위한 밥그릇에 고양이 사료까지 듬뿍 가져다 놓았습니다.

이른바 ‘캣맘’이라고 불리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아파트 주민들이 길고양이 배려 차원에서 만들어놓은 겁니다.

[아파트 경비원 A씨] 

“아침에 밥 주러 매일 오는 분이 계셔. 차를 대놓고 계속 몇 군데 (돌아다니며 밥을 줘). 그 사람 일과가 아침에 그게 일과야.”

캣맘 본인은 고양이를 사랑해서 하는 일이지만, 탐탁지 않게 여기는 주민들도 분명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 

"주민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이제 그러다보면 고양이 개체 수가 너무 많아지니까 좀 생활에 불편함이 있다든가, 아니면 저도 가끔씩 밤에 지나다니면 길고양이들이 갑자기 출몰을 많이 해서 조금 무섭기도 하더라고요."

이 때문에 경비실에는 길고양이 좀 어떻게 해달라는 주민들의 민원도 끊이질 않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B씨]

“아유 힘들죠. 고양이가 막 똥도 아무데나 싸고. 특히 여기 우리 주민들이 싫어하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 주민 간에 그 사이, 뭐라 그래야 하나 알력이... 그래서 상당히 이것 때문에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피곤합니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호된 봉변을 당하는 건 일도 아니어서,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든 챙겨주는 사람이든 그저 ‘네, 네’ 하고 넘어가는 수밖엔 없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B씨]

“민원이 들어와서 ‘여기다 고양이들 밥 주지 말라’고 써 붙여 놨었어요. 고양이 밥 주는 양반이 여기 담을 타 넘어와서 물을 떠가고 그러니까 여기는 꽃 같은 걸 내가 키우고 그러거든요. 그걸 밟고 그래서 이야기했다가 아주 입에 담지 못할, 아주 그냥 호되게 당했어요. 젊은 아줌마한테 ‘아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해서 넘어갔는데. 관리사무실 가서 뭐 ‘당신 모가지를 짜른다’는 둥 그래서 아주 진짜 내가 이틀 동안 잠을 못 잤어요.”

경비나 관리사무실에서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민원은 자연스레 구청으로 이어지고, 구청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송파구청 관계자]

“소음, 배설물 냄새, 개체 수 번식, 그 다음에 죽고 난 다음에 뒤처리 이런 게 안 되니까. 밥을 주는 걸 싫어하시는 분은 어쨌든 고양이로 인해서 생겨지는 모든 배설물, 털, 소음 이런 게 다 싫으니까, 그 자체가...”

궁여지책으로 길고양이 먹이나 서식처를 제공하는 행위를 중단해 달라는 공문을 붙여놓긴 하지만 별 의미는 없습니다.

[송파구청 관계자]

“민원이 좀 심하면 옮겨줄 자리를 좀, 주택이나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으로 좀 길고양이집을 옮겨 달라 이런 공문을 붙이기는 해요. 먹이를 주지 말라고 제재를 할 수 없어요. 법적으로 사유지니까 거기는...”

서울시와 함께 지속적으로 길고양이 중성화 작업을 하기는 하지만 늘어나는 길고양이를 감당하기엔 턱도 없고, 중과부적입니다.

[송파구청 관계자]

“중성화 수술을 한다고 해도 그 개체 수 (감당이 안 된다), 그러니까 중성화 수술을 한다고 없애는 건 아니잖아요. 근본적인 대책이 안 되죠.”

사정이 이렇다보니까 길고양이를 사이에 두고 챙겨주는 사람들과 혐오하는 사람들 간에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인터넷을 보면 '여기에 고양이 사료 주지 마. 잡히면 손목을 잘라버린다‘는 식의 섬뜩한 경고문을 붙여놓은 걸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진경 상임이사 / 카라 동물권행동 단체]

“말 못하는 동물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그렇게 전혀 폭력적이고 또는 사태를 해결하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되는 그런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방법을 통해서 뭔가를 해결하려고 하는 이런 분위기...”

갈등은 “길고양이들을 전부 살처분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과, 실제 길고양이에 대한 끔찍한 동물 혐오 범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전진경 상임이사 / 카라 동물권행동 단체] 

“특히 고양이에 대해서 이게 심해요. 개는 충성스런 동물이지만 고양이는 요망한 동물이다 요물이다, 이런 정말 말도 안 되는 근거 없는 미신, 그런 것 때문에 더 이런 학대나 잔인한 행위가 만연이...”

고양이에 대한 생태적인 공포를 넘어 고양이를 혐오하고 증오하는 ‘캣 포비아’라는 단어까지 공공연히 쓰이고 있는 현실, 뭔가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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