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흐름 방해하는 조형물, 지자체마다 우후죽순 설치... "행정 남용" 비판

▲유재광 앵커= 회전교차로 조형물 문제 '이슈 플러스' 장한지 기자와 더 얘기해 보겠습니다. 인근 주민이나 상인들의 인식과 송파구청의 인식에 상당한 간극이 있는 것 같아요.

▲장한지 기자= 그렇습니다. 심지어 해당 조형물이 설치되고 한 달여 뒤인 지난해 5월 송파구청 홈페이지엔 "흉물스러운 회전교차로 긴급 개선을 건의한다"는 민원까지 올라왔는데요.

이 민원인은 "주민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교통 흐름의 원활함과 편리함을 위해 준공된 회전교차로가 오히려 교통 불편과 도로 폭에도 맞지 않는 너무 큰 조형물로 위협감까지 주고 있어서 지역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며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잠실 롯데백화점 앞 송파대로 정도의 대로(大路)에 어울리는 대형 조형물을 좁은 길에 설치했으니, 교통안전을 위한 교차로가 아닌 조형물을 위한 답답한 길이 되었다. 행정 남용이다"는 게 이 민원인의 이른바 뼈때리는 지적입니다.

▲앵커= 구청은 뭐라고 답했나요.

▲기자= 민원이 제기되고 8일 뒤 송파구청은 박성수 구청장 명의로 답변을 올렸는데요.

"회전교차로의 회전 교통섬의 크기는 우리 구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한 사안이 아닌, 2014년 국토교통부에서 제정한 회전교차로 설계 지침에 따라 현장 도로 여건을 고려하여 결정한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지침대로 만든 문제 없는 조형물이라는 게 송파구의 해명인데요.

송파구는 그러면서 "조형물의 축소는 기존 조형물을 철거하고 새로 제작하는 것과 같은 사항으로, 막대한 예산이 소요돼 축소가 어려운 사항임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답변했습니다.

▲앵커= 돈 들여 만들었으니 또 돈 들여 다시 만들 수는 없다는 답변인데, 국토부 회전교차로 설계 지침이라는 게 어떻게 돼 있는지 알아봤나요.

▲기자= 예, 지금 화면으로 보시는 게 국토교통부 회전교차로 설계기준인데요. 여기를 보면 중앙교통섬 관련한 규정들이 나열돼 있습니다. 교통섬의 크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찾지 못했는데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중앙교통섬 내부에 시야를 가리는 조경 시설은 지양하라"며, 운전자의 주의를 산만하게 게 할 시설로 '문자가 적힌 기념탑'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세계 속의 송파'를 한글 자음 'ㅅㄱㅅㅇㅅㅍ'로 형상화했다는 해당 회전교차로가 국토교통부 지침을 준수한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앵커= 이게 송파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라고 앞서 리포트에서 지적을 했는데 구체적인 사례를 좀 볼까요.

▲기자= 네, '한국기초조형학회'라는 학회지에 실린 '회전교차로 교통섬에 설치된 상징조형물의 사례를 통한 개선방향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에 실린 사례 위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논문은 해외 사례와 함께 울산 공업탑, 전북 김제 구산사거리 조형물을 성공적인 사례로 제시하며 부정적 사례도 함께 나열하고 있는데요. 충북 음성군 감곡면 오향삼거리, 강원도 삼척 정라진 입구, 전남 영암군 터미널 앞 조형물 등을 부정적인 사례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유가 뭔가요.

▲기자= 크게 2가지 정도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우선 조형물이 지나치게 커서 주민들이나 운전자를 답답하게 만들거나 중압감·위화감을 준다는 미관상의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돈 들여 설치 안 하느니만 못한 조형물을 설치했다는 지적이고요.

다른 하나는 기능적으로 조형물의 형태가 크기가 다른 차량의 진행방향과 진입방향을 가려 교통 흐름을 오히려 어렵게 하면서 사고 위험도 높인다는 지적입니다.

차량 높이를 고려하지 않고 조형물을 설치해 교차로 환경과 기능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밖에 친환경 농축산물을 상징한다면서 황소를 세우면서 뒷모습을 부각하거나, 벼이삭 조형물이라고 만들었는데 '닭 벼슬 같다'는 조롱을 듣는 등, 취지와 달리 조형물을 직접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조형물들도 실제 전국 곳곳에 여럿 있습니다.

▲앵커= 저자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나요.

▲기자= 네, 수단으로서 도로가 갖는 편의성과 실용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주변 환경과 부조화로 불쾌감이나 위화감을 줘선 안 되고,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주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조형물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문인데요.

회전교차로 조형물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지자체의 시각적 상품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고, 실제 그런 측면이 상당히 강한데요.

저자는 이의 구현을 위해선 교통 흐름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고, 지역의 역사나 전통, 문화 등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주민과의 소통 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다 어우러져야 해당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조형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저자의 결론입니다.

▲앵커= 네, 랜드마크까진 아니어도 적어도 교통 흐름이나 안전을 방해하고 실소를 자아내는 조형물을 지자체장 생색내기나 홍보를 위해 혈세를 들여 만드는 일은 없었으면 하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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