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회전교차로 조형물 때문에 찻길 좁아지고 더 불편, 혈세 낭비" 비난 일색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에서는 지난주 '혼돈의 회전교차로'라는 제목으로 회전 차량에 우선권이 있는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막무가내로 들어오는 진입 차량과 차선을 바꾸는 차량들이 뒤섞이면서, 혼란스럽고 사고도 많이 발생하는 2차로 회전교차로 문제를 보도해 드렸습니다.

오늘은 회전교차로 안에 설치된 조형물 문제 지적해 보겠습니다.

흔히 본말이 전도된 것을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거나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표현을 쓰는데, 회전교차로 조형물이 딱 본말전도의 대표적 사례라고 합니다. 먼저 장한지 기자의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서울 송파구의 한 회전교차로입니다.

회전교차로 한가운데 1톤 트럭 서너 배, 승용차 네다섯 배는 돼 보이는 거대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봤습니다.

뭔가 한글 자모음을 형상화한 것도 같은데 정확하게 뭔지, 뭐를 표현한 것인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인근 상인은 도대체 저게 뭐냐고 혀를 끌끌 차면서, 동네 주민들이 다 한 마디씩 한다고 귀띔합니다.

[회전교차로 인근 상인 A씨]
"다 별로 안 좋아해요. 여기 그냥, 그리고 조형물 자체가 별로 다 싫어하던데요. 차라리 꽃이나 그런 것을 꽂아놓는 게 더 낫지 않았나, 나무나. 그렇게 말씀들을 하세요. 누가 저렇게 만들었느냐고 흉물스럽다고. 까만 돌 위에 저게 무슨 공장지대도 아니고 저런 조형물이 돼 있냐, 이렇게 얘기를..."

해당 교차로는 지난 2018년 12월 만들어졌고, 조형물은 그 4개월 뒤인 지난해 4월 설치됐습니다.

송파구는 해당 지역의 교통환경을 개선한다며 서울시 특별교부금 사업을 신청해 받은 5억원으로 이 교차로와 조형물을 설치했습니다.

조형물 디자인은 '세계 속의 송파'를 상징하는 자음 'ㅅㄱㅅㅇㅅㅍ'을 비구상 디자인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송파구의 설명입니다.

[송파구청 관계자]
"이것은 저희가 행정안전부에서 매년 서울시에서 행안부랑 서울시에서 이것을 정책적으로 회전교차로 조성사업을 합니다. 조성사업을 하는데 저희가 조성사업에 필요하다고 해서 요청을 드린 것이고 그래서 거기서 확정돼서..."

송파구는 지난해 4월 2일 박성수 구청장까지 참석한 가운데 '조형물 준공식'을 열고 "경관조형물 준공을 통한 송파구의 가로환경 개선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홍보했습니다.

주민 세금 5억원이 투입된 사업. 그러나 정작 상당수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한마디로 "저게 뭐 하는 짓이냐"는 겁니다.

[회전교차로 인근 상인 B씨]
"그러니까 주민들이 불편하다는 하소연을 가게에 와서 (말)하는 사람이 여기 오는 가게 손님들 중에는 거의 대부분이 '미친 것들이다' 그런 식으로 얘기할 정도로. 돈이, 국고 낭비잖아요. 솔직히 그렇잖아요, 5억을 들여서..."

미관상 문제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큰 조형물을 설치하느라 정작 교차로가 협소해졌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뭐가 우선이냐는 지적입니다.

[회전교차로 인근 주민 C씨]
"저거(조형물) 왜 했는지 이유를 모르겠어요. 저걸 왜 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요. 로터리가 좁잖아요. 저걸 왜 했는지 그게 이해가 안 가. 조형물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거기다가 안전표시라든지 차라리 그런 것을 하는 게 낫지. 저거 왜 했는지 몰라, 돈을 그렇게 많이 들여서..."

조형물이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회전교차로까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조형물이 생기면서 오히려 더 불편하고 위험해졌다는 게 택시 기사의 하소연입니다.

[택시기사 D씨]
"더 안 좋죠. 저 조형물이 없었을 때는 길이 넓어서 그런데 저거 들어서고 나서 찻길이 좁아요. 좁아져가지고 더 불편한 거 같아요. 저게 있으면서 네 군데서 차가 오니까 양방향으로 서로 밀다가 사고 나고 그렇죠. 그 전에는 그런 게 없었거든요. 길이 좁아지다 보니까 더 불편하고 돈 낭비예요."

법률방송 취재진이 만난 회전교차로 인근 주민과 상인, 택시기사는 한결같이 "혈세를 수억원씩 들여 저게 할 일이냐"는 식의 성토와 비판을 쏟아냈지만, 정작 관할 송파구청은 대부분 주민들이 다 좋아한다는 반응입니다.

[송파구청 관계자]
"처음에 할 때는 '왜 이것을 하시냐' 하다가 너무 좋아하세요. 왜냐하면 일단 불법주차라든가 이런 게 다 사라졌고 야간에도 오토바이라든가 이런 게 빨리 달린다든가 그런 게 다 사라졌잖아요, 지금. 회전교차로로 인해서 오히려 소통도 예전보다 더 좋아졌죠."

구청의 설명에도 인근 주민이나 상인들은 여전히 "그래도 저렇게 큰 조형물을 굳이 교차로 한복판에 설치할 이유가 있냐"는 뜨악한 반응입니다.

[회전교차로 인근 주민 E씨]
"가운데 안전표시나 이런 거 해놓으면 좋은데, 너무 안에다 큰 조형물 때문에, 로터리는 지금 안전 추세인데. 그럼 안에 로터리를 작게 화단으로 꾸민다든지 안전표시라든지 이런 거 경광등이라든지, 저녁에 이게 밤에 너무 커 이게. 큰 차들이 들어오면 회전이 안 돼 회전이. 버스, 큰 차도 가끔 공사차도 왔다 갔다 하면 위험해."

더 큰 문제는 거액의 세금을 들여 이런 보여주기식 회전교차로 사업을 하는 지자체가 비단 송파구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랜드마크나 경관을 만든다며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앞다퉈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씩을 들여 교차로를 만들고 조형물을 설치하고 있는 겁니다.

심지어 조형물을 설치하기 위해 회전교차로를 만드는, 그야말로 주객과 본말이 전도된 일들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교통전문가의 지적입니다.

[이성렬 수석연구원 /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지역의 이미지라든가 또는 상징성 때문에 많은 광고탑이라든가 조형물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교통안전이라는 차원에서 검토된 이후에 설치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설치하다 보니까..."

지자체마다 매년 회전교차로 사업을 확충하고 있는 가운데 운전자의 시야 확보와 안전한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교통섬 조형물에 대한 기준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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