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7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해외는 중대재해 산업범죄로 처벌"
"오늘도 7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해외는 중대재해 산업범죄로 처벌"
  • 유재광 기자, 윤수경 변호사
  • 승인 2020.06.1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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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법,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 규정... 사망사고 7년 이하 징역
최근 10년간 산안법 위반 6천144건... 1심에서 0.57% 35건만 금고·징역형

▲유재광 앵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입니다.

앞서 장한지 기자가 솜방망이 처벌 몇몇 사례를 전해드렸는데, 얼마 전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불이 나 노동자 38명이 숨지는 사고, 이거 지금 어떻게 돼가고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지난 4월 29일 경기도 이천에서 주식회사 한 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공사장에서 화재가 났는데요. 노동자 38명이 사망했습니다. 대부분 전기, 도장, 설비 등 업체에서 고용한 일용직 노동자들이었고요. 외국인 노동자도 3명이 사망을 한 사고입니다.

원청 정규직이 아니라 하청 비정규직이라는 우리 사회 가장 취약한 계층들이 희생됐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전형적인 '위험의 외주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고가 나면 언제나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 공사현장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6차례나 화재 위험성을 경고하며 개선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참변으로 이어진 사고라고 합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현재까지 조사는 공기단축을 위해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한 것이 원인이라고 합니다.

공사 발주처인 한 익스프레스는 김승연 한화 회장 조카가 대표이사로 있는 곳이고요. 공정위는 부당한 일감몰아주기 조사에 착수했는데, 화재 사고 책임자 처벌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2008년인가 이천에서 냉동창고 화재로 수십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지 않았나요.

▲윤수경 변호사= 맞습니다. 지난 2008년 경기 이천의 냉동 물류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이때 노동자 40명이 숨졌습니다. 현장 점검 없이 소방 안전점검 필증을 발부했고, 조급한 공사 강행 등 안전불감증이라는 면에서 이번 사건과 비슷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기업 관계자들은 2천만원의 벌금 또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는데 그쳤고요. 12년의 시간을 두고 같은 참극이 같은 지역에서 되풀이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은 어제 집회에서 “지난 2008년 노동자 40명 산재사망에 2천만원 벌금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이 결국 2020년 참사를 불러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됐다면 38명의 떼죽음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성토했습니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노동자와 시민의 죽음이 계속돼야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제정할 것이냐”라고 면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의 즉각적인 제정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앵커= 현재 관련 법 같은 게 어떻게 돼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를 규정화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는 실정입니다.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안법은 안전·보건 조치를 미이행해 노동자의 사망사고 등을 야기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합니다.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 동일한 범죄를 저지를 경우에는 그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는 누범 규정이 신설됐지만 현실은 대부분 벌금이나 집행유예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용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2009년 이후 현재까지 산안법 위반 판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산안법 위반으로 이뤄진 6천144건의 1심 재판 가운데 0.57%인 35건만 금고·징역형이 선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명 중 1명 정도만 구치소나 교도소 가고 나머지는 다 벌금이나 집행유예 아니면 무죄 면죄부를 받고 풀려났다는 얘기가 되는데요. 실형을 받는 사람들도 그나마 말단 관리직 정도고 회사 대표나 원청업체는 말 그대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산안법 양형기준이 일반 업무상과실치사죄보다 낮아 여전히 재판에서 가벼운 사건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확실히 뭔가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이기는 하네요.

▲윤수경 변호사= 맞습니다.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법인과 기업 경영주 그리고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공공기관에 대한 책임을 정확히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산안법으로는 이를 포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산안법의 구멍을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으로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2017년 고 노회찬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었는데,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된 바가 있습니다.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에 노동자와 하급관리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기업 법인과 최고책임자를 처벌한다는 내용이 골자인데요. 사업주 및 경영자에 대해 법정 최저형을 3년형, 벌금 상한을 5억원까지 높인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정의당이 고 노회찬 의원 안보다 한층 강화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오늘 발의했습니다. 그렇지만 관건은 177석의 거대 여당 민주당의 동참을 이끌어내느냐가 될 것 같습니다.

▲앵커= 민주노총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찬성 의원을 조사했다고 하는데 몇 명이나 찬성한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민주노총이 지난 5월 20일부터 6월 5일까지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전원을 대상으로 찬반 여부를 조사했는데요. 1차로 36명의 의원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찬성 의사 밝혀왔다고 합니다.

민주당에선 박주민, 송영길, 고민정, 송갑석, 양향자 의원 등 26명이 찬성을 했고요. 정의당은 심상정 의원 등 소속 의원 6명 전원 찬성을 했습니다.

열린민주당도 최강욱, 김진애, 강민정 3명의 의원 전원 찬성을 했고,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도 찬성하는 등 1차로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은 모두 36명이라고 합니다. 미래통합당에선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이 아직까지는 1명도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앵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해외에선 어떻게 하고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영국이나 캐나다 등 상당수 나라에선 중대재해를 '산업 범죄'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명사고에 대해 경영책임자와 기업의 형사책임을 묻는 이른바 '기업살인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살펴보게 되면, 중대재해 발생했을 경우 기업 운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제도화했고요.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부담해야 할 사고 처리비용이 예방을 위한 투자비용을 압도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서 기업이 경제적·제도적으로 철저히 안전 관리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개인적으로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줄어들긴 했지만 산재로 매년 2천명 이상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도 7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라고 하는 민주노총의 보도자료는 단순한 수사가 아닌 현실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예방이 되지 않는 것 같은데요. 처벌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책임자들이 제대로 된 책임을 지게 해야 재해의 고리를 끊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아무튼 법안이 통과되나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윤수경 변호사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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