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교차로, 주행차량에 우선권... 신호 없이 차량들 얽히며 사고로 이어져

[법률방송뉴스] 오늘(10일) 'LAW 투데이'는 회전교차로, 그중에서 차선이 2개인 '2차로 회전교차로' 문제 집중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회전교차로는 회전하고 있는 차량에 우선권이 있는데 운전자들이 잘 몰라서인지, 아니면 알고도 지키지 않는 것인지 새로 진입하는 차량이 무턱대고 밀고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여기에 회전하면서 차선을 바꾸고, 교차로에서 들어오려는 차, 교차로에서 빠져나가려는 차들이 얽히며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혼돈의 회전교차로' 먼저 장한지 기자의 보도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고양시의 한 2차로 회전교차로입니다.

회전교차로에 진입하려는 차량, 1차로나 2차로에서 차선을 변경하려는 차량, 교차로를 빠져나가려는 차량이 복잡하게 얽히며 어수선합니다.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서로 멈칫거리며 눈치를 보기도 하고, 갈팡질팡합니다.

이런 와중에 교차로에 새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머뭇거리는 기색 없이 거침없이 교차로에 빠른 속도로 진입합니다.

꼬리를 물고 들어오는 교차로 진입 차량에, 이미 교차로에 들어와 회전하는 차량들은 속절없이 멈춰서 진입 차량을 지켜보다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진행합니다.

'회전차량 우선'이라는 안내표지판이 무색하게,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권만수 교통 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해랑]
"회전교차로는 교차로 내에서 먼저 회전하고 있는 차량이 우선입니다. 그래서 회전하고 있는 차량에 대해서 진입하려는 차량은 양보를 해야 합니다. 새로이 진입하는 차량은 회전하고 있는 차량이 통과하도록 한 후 회전하고 있는 차량이 없는지 유의한 다음에 통과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경기도 고양시의 또 다른 2차로 회전교차로입니다. 회전교차로 중간에 소나무섬이 조성돼 있어, 경관은 시원해 보입니다.

하지만 시원해 보이는 경관과 달리, 이 회전교차로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골칫덩이 교차로입니다.

2차로로 돼 있는 회전교차로 앞입니다. 회전 중인 차량이 우선인데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선이 하나인 회전교차로에 비해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법률방송 취재진이 현장을 취재하는 동안 이처럼 실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트럭 운전자는 화가 많이 났는지 문을 세게 닫으며 내리고, 스타렉스 운전자도 뒷목을 잡고 이어서 내립니다.

그리고 추돌사고를 낸 운전자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법률방송 취재진에 사고 장면을 찍었냐고 물어봅니다.

[트럭 운전자]
"혹시 이거 찍은 거 있어요?"

[스타렉스 운전자]
"저거 찍으셨어요?"

일단 충돌 부위는 트럭은 오른쪽 앞 범퍼가, 스타렉스는 왼쪽 운전석 측면이 움푹 파였습니다.

그리고 어디서 많이 본 익숙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뒷목을 잡고 통증을 호소하며 보험사에 전화를 겁니다.

[트럭 운전자]
"여보세요. 목이 안 좋네요, 좀 충격을 받아가지고. 송산 ic에서 빠져가지고 파주 출판단지 돌면서 이렇게 가는 데 있잖아요, 회전구간. 거기에요, 그 앞이에요."

교통사고 현장에서 흔히 또 보이는 익숙한 풍경, 이 광경을 지켜보던 스타렉스 차량 동승자와 트럭 운전자 사이 언쟁이 벌어집니다.

법률방송 취재진이 인근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확인해봤습니다.

스타렉스 차량은 교차로 우측 내리막길을 내려와 회전교차로 2차로로 진입해 진행합니다. 이때 트럭은 1차로에서 2차로로 빠른 속도로 차선을 바꾸다 그대로 스타렉스 차량과 부딪칩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세부 과실은 더 따져봐야 합니다. 통상 교차로 내 회전차량과 진입차량 추돌사고 과실비율은 2:8, 진입차량 과실이 훨씬 크다는 것이 교통 전문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정경일 교통 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L&L]
"기본과실은 회전차량 과실이 20%, 진입차량 과실이 80%입니다. 다만 진입차량이 먼저 진입했다면 과실비율의 조정은 될 수 있겠지만 가-피해자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교통경찰이 와서 사고현장을 정리하고 주민들이 나와서 구경하는 등 어수선한 가운데, 인근 주민들은 "또 사고가 났네"하는 반응입니다.

[주민 A]
"여기 돌아오면서 직진하는 차하고 턴하는 차하고 이렇게 가야 하는데, 두 개 차로이다 보니까 둘 다 양쪽 직진하잖아요. 오늘 같은 경우도..."

[주민 B]
"(사고가 종종 일어나는 편인가요?) 가끔씩 교통경찰들이 와서 그런 것은 있어요."

실제 교차로 주변엔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을 때 도로에 나는 흔적, 이른바 '스키드마크'가 도로 여기저기 어지럽게 찍혀 있습니다.

[주민 C]
"내려오는 길이라서 그래서 아마 더 사고가 많이 나는 거 같아요. 가끔가다 보면 한 달에 한 번씩은 사고가 나는 거 같아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런 회전교차로 추돌사고는 교통사고 전문인 한문철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에도 심심치 않게 동영상과 상담이 올라옵니다.

[한문철 교통 전문 변호사 /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상대 차가 여기서 바로 이쪽으로 들어가려고, 그런데 블랙박스 차는 여기서 돌고 있죠. 블랙박스 차는 회전교차로 무섭대요. 무서워서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최근 몇 년간 전국적으로 교통선진화 정책의 일환으로 회전교차로를 늘려 설치하고 있습니다.

신호등 있는 교차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신호대기를 없애 차량 흐름을 원활히 하자는 취지입니다.

[서울시 교통운영과 관계자]
"교차로는 신호 위주로 가잖아요. 신호 위주에서 회전교차로는 신호가 없는 교차로잖아요. 회전하면서 가는 부분이어서 자연스럽게 물 흘러가듯이 가는 교통흐름인 것이어서..."

교차로 내에 정지선을 두고 진입차량에 우선권을 주는 기존 로터리와 달리 회전차량에 우선권을 주는 유럽식 회전교차로는 지난 2010년대 초반 처음 도입됐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전국적으로 1천155개의 회전교차로가 설치돼 있고, 교차로였을 때와 비교해 교통사고율도 평균 43.4% 감소하는 등 소기의 성과도 거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차선이 2개인 2차로 회전교차로입니다. 

일단 교통당국은 하루 교통량이 2만대 이하일 경우는 1차로 회전교차로를, 2만대 이상 3만 2천대 이하일 경우엔 2차로 회전교차로를 설치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2017년에 설치된 회전교차로 174곳에서 설치 1년 전인 2016년과 설치 1년 후인 2018년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를 비교해 봤습니다.

1차로 회전교차로의 경우 총 교통사고 건수가 76건에서 34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반면 2차로 회전교차로가 설치된 곳은 51건에서 52건으로,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2차로 회전교차로에선 차선변경에 따른 엇갈림, 이른바 '위빙(weaving)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크고 작은 교통사고를 촉발한다는 것이 교통전문가의 설명입니다.

[조한선 / 한국교통연구원 본부장]
"2차로인 경우에 아무래도 들어오고 나가고 할 때 위빙이라고 하는데, 엇갈림 있죠. 1차로 같은 경우에는 그런 엇갈림이 거의 없잖아요. 그런데 2차로에서는 안쪽 차로에서 밖으로 나가려는 차량과 바깥 차로에서 회전하려는 차량이 엇갈림이 발생하죠. 그래서 이런 부분 때문에 구조적으로..."

그렇다고 2차로 회전교차로를 다시 교차로로 원위치시키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보통 교차로의 경우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다 정면충돌해 중상이나 사망사고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반면, 회전교차로의 경우 같은 방향으로 돌다가 사고가 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형 사고가 나는 경우는 더 적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교통흐름을 좋게 하기 위해 신호를 없앤 것이 역설적으로 교통사고 위험을 더 높이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정경일 교통 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L&L]
"초보 운전자들 같은 경우에는 신호에 따라 진행하면 되는데 회전교차로는 신호가 없습니다.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고요. 이런 부분 때문에..."

1차로도 낯선데 2차로의 회전교차로를 만나면 운전자들은 갈팡질팡하게 되고 결국 가벼운 접촉사고 일지라도 사고위험은 더 커지게 됩니다. 2차로 회전교차로에 대한 적절한 대안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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