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체포 과정 위법했다" vs "범죄 중대, 재범 우려 커 구속 사안"

▲신새아 앵커= ‘서울역 묻지마 폭행’ 가해자 구속영장 기각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입니다.

앞에서 사건 내용과 영장 기각 사유, 네티즌들 반응을 전해드렸는데요. '위법한 긴급체포여서 영장을 기각한다'는 것이 법원 결정인데, 일단 긴급체포가 무엇인지 설명해주시죠.

▲윤수경 변호사= 네, 긴급체포란 중대한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의자를 수사기관이 법원의 체포영장을 받지 않고 체포하는 것으로 현행범 체포와 함께 영장주의 원칙의 예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긴급체포의 요건은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에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①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중범죄 혐의가 있고 ②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 또는 도망할 우려가 있고 ③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등과 같이 긴급해서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앵커= 3년 이상 징역의 범죄에 대해서만 긴급체포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이씨의 혐의가 징역 3년 이상 형에 해당하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이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시 50분쯤 공항철도 서울역 1층에서 모르는 30대 여성의 얼굴을 때려 왼쪽 광대뼈 함몰 등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형법 257조는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씨의 상해 혐의는 장기 3년 이상 범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어쨌든 용의자를 특정해서 집을 찾아가서 긴급체포해 왔는데, 이게 법원 말대로 위법한 긴급체포인 건가요, 어떤가요.

▲윤수경 변호사= 당시 철도경찰은 이씨의 이름과 주거지, 휴대폰 번호를 파악한 뒤 주거지를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며 전화를 걸었으나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강제로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잠을 자던 이씨를 긴급체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법원은 경찰이 이렇게 이씨를 체포한 과정이 위법하다고 봤는데요.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신원과 주거지 및 휴대전화 번호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고, 피의자가 주거지에서 잠을 자고 있어 증거를 인멸할 상황도 아니었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습니다.

또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도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 긴급체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또 “한 사람의 집은 그의 성채라고 할 것인데, 비록 범죄 혐의자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주거의 평온을 보호받음에 있어 예외를 둘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용산경찰서 유치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씨는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바로 풀려났습니다.

▲앵커= 그러면 긴급체포는 어떤 경우에 인정이 되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일단 긴급체포는 영장주의의 예외인 만큼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제한할 필요는 당연히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앞서 본 대로 긴급체포의 요건은 혐의의 상당성, 증거인멸 또는 도주 우려, 체포의 긴급성으로 엄격히 제한됩니다.

이와 관련 판례는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사후 정황이 아니라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긴급체포를 해오면 이후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긴급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 긴급체포서를 첨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합니다. 이 기한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거나 발부받지 못한 경우에는 체포한 피의자를 즉시 석방하여야 하고, 영장 없이는 동일한 범죄사실로 체포하지 못합니다.

▲앵커= 영장 기각에 대해 피해자의 가족이라는 네티즌은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며 황당해 하고, 네티즌들도 아주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데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긴급체포가 위법하다며 영장이 기각되고 온라인에서 논란이 일자, 수사를 주도한 국토교통부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오늘 보도자료를 내고 “체포 당시 이씨가 주거지에 있는 것을 확인한 뒤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하였으나 휴대전화 벨소리만 들리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데다, 도주와 극단적 선택 등의 우려가 있어 불가피하게 긴급체포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경찰 해명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경찰이 밝힌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할 우려'는 긴급체포를 정당화하는 사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구속 심사였기 때문에 체포의 적법성보다는 범죄의 중대성이 크고 재범 우려가 크다는 점에 집중해 구속영장을 발부해야 했지 않았나 싶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정신질환을 앓는 것으로 알려진 이씨가 불구속 상태로 유사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데,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앵커= 네. 피해자 가족들이 가장 원통스러울 것 같은데요. 어쨌든 무슨 대책이든 마련이 되어야 할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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