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카이스트와 혼동 '아이카이스트' 상호 사용 금지" 확정 판결
확정 판결나자 김성진 '아이카이이스트'로 회사 이름 바꾸고 등기
대전지법 "카이스트와 혼동 마찬가지... '아이카이이스트'도 안 돼"

[법률방송뉴스] 한국과학기술원, 영문 이름으로는 카이스트(KAIST), 과학기술 분야에 특화된 국립 특수대학교로 과학기술 관련해선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대학입니다.

그런데 카이스트, 아이카이스트, 아이카이이스트, 무슨 말장난 같지만 카이스트 이름과 상호를 가지고 소송이 붙었는데, 안을 들여다보면 참 씁쓸합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소송은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이 올해 36살인 김성진 ‘아이카이이스트’ 대표를 상대로 낸 상호 사용금지 가처분 소송입니다. 

소송 자체는 단순합니다. 카이스트 출신인 김성진씨는 27살 때인 지난 2011년 교육 콘텐츠 및 정보통신기술 디바이스 기업인 ‘아이카이스트’라는 회사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카이스트에서 카이스트가 세운 회사로 혼동할 수 있으니 아이카이스트라는 상호를 사용하지 말라는 소송을 냈고, 카이스트가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김성진씨는 곧바로 아이카이스트에서 중간에 ‘이’ 자를 하나 더 집어넣어 ‘아이카이이스트’로 회사 이름을 바꾸고 법인 등기를 마쳤습니다.

이에 카이스트는 다시 소송을 냈고, 대전지법 민사21부 임대호 부장판사는 카이스트와 혼동되기는 마찬가지라는 취지로 ‘아이카이이스트’라는 이름도 쓰면 안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김성진 대표가 법원 결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카이스트에 한 달에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명령도 함께 내렸습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카이스트 이름 가지고 좀 뭘 어떻게 해볼까 하는 그렇고 그런 상호 해프닝 소송 같은데 소송 당사자 김성진씨의 이력을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아이카이이스트’라는 어떻게 보면 기상천외한 이름을 쓴 김성진씨에게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으로 개명한 비선실세 최순실의 전 남편 정윤회씨의 이름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창조경제’를 전면에 내세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11월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합니다. 

여기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전시돼 있던 터치스크린 제품을 시연하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보였고, 이 모습은 도하 모든 언론을 장식합니다. 

이때 박 전 대통령 옆에서 시연을 도운 사람이 바로 김성진씨입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창조교육으로 하니까 졸 사람도 없고, 너무 재미있게 배우고, 가능성이 굉장히 큰 것 같습니다”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김씨는 일약 창조경제의 아이콘이자 '창조벤처 1호'로 떠오릅니다.    

그러나 호사다마인지 사필귀정인지 김씨는 회사 매출 규모 등을 부풀려 투자자에게 24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받아낸 뒤 다른 용도로 사용한 특가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됩니다. 

대전교도소에 수감된 김씨는 외부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회사 임원진 영입 등을 댓가로 제안하며 교도관을 회유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1심은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해 투자금을 가로채는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11년에 벌금 61억원을 선고했습니다.

2심은 피해 금액 일부가 변제된 점 등을 감안해 징역 9년으로 감형하고 벌금액도 31억원으로 깎아줬고, 대법원(2부 주심 조재연 대법관)은 2018년 9월 2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이 과정에 최순실 이전에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의 전 남편 정윤회씨의 동생이 2015년 김성진씨 회사 부사장에 선임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과 파장이 일기도 했습니다.  

일단 정윤회씨의 동생은 김성진 대표의 사기 의혹이 불거지고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 2016년 8월, 조용히 회사를 떠나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건, 김성진씨가 수면 위로 실체가 드러난 게 아무 것도 없던 2015년에 최순실의 전 남편 정윤회의 존재를 어떻게 알고 그 동생에 선을 댔냐는 점입니다.

실제 김성진씨는 정윤회씨 친동생을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정·관계 인맥을 관리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과시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심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지만, 애초 박 전 대통령이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김씨 회사 제품을 시연한 게 과연 우연인지도 다시 보게 됩니다.

갖다 붙이긴 사이즈가 차이가 나지만, 경영권의 안정적 승계를 위해 최순실의 존재를 알고 접근해 정유라에 수십억을 호가하는 말을 사준 혐의 등으로 재판 받는 삼성이나 이재용 부회장이나, 정윤회씨의 동생을 부사장으로 영입한 게 우연이 아니라면, 어떡하든 청와대 핵심에 끈을 대보려 했던 김성진씨나 본질에선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크든 작든, 보통 사람들은 모르는 세계에서 그들끼리 한통속으로 돌아가는 세상은 다시 없었으면 합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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