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7 폭발, 리콜로 피해" 집단손배소 패소... "대기업 책임 인정 인색" 비판
"갤노트7 폭발, 리콜로 피해" 집단손배소 패소... "대기업 책임 인정 인색" 비판
  • 신새아 기자
  • 승인 2020.05.28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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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리콜 시간적·경제적 손실, 막연한 불안감은 법적 배상 손해 아냐"
시민단체 "소비자는 그냥 참아야 하는 존재냐, 대기업 배상책임 강화해야"

[법률방송뉴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사고 관련 소비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법원이 결국 재벌 봐주기 판결을 했다는 비판을 내놨고, ‘제조물 책임법’에 제품 결함으로 인한 보상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신새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016년 8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갤럭시노트7이 충전 중 터졌다"는 내용의 글입니다.

글과 함께 올린 휴대폰 사진을 보면 앞뒷면이 모두 심하게 그을리며 녹아내린 모습이 한눈에 보기에도 상태가 심각합니다.

해당 글과 사진은 삽시간에 인터넷에 퍼져나갔고 이후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이번엔 해외 사용자가 “나도 터졌다”며 같은 내용을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이후 우후죽순처럼 “내 갤럭시노트7도 터졌다”는 인증샷들이 쇄도했고, 삼성전자는 같은 해 9월 갤럭시노트7 판매를 중단하고 배터리를 교환해주는 방식으로 전량 리콜 조치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리콜 후에도 배터리 폭발 사고가 이어지자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출시 2개월 만인 2016년 10월 해당 제품을 단종시키고, 다른 제품으로 교환해주거나 돈으로 환불해주는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의 배터리 리콜과 뒤이은 교환 또는 환불 조치에 대해 2016년 11월 1천800여명의 소비자들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1인당 재산적·정신적 손해 5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이는 제품 하자로 인한 리콜 절차 자체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최초의 집단 위자료 청구 소송이었습니다.

소송에서 원고 측은 먼저 "삼성전자가 하자 있는 제품을 판매해서 이로 인해 리콜 조치가 발생했고, 이에 응하면서 앱을 새로 설치해야 하는 등의 불편함이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원고들은 그러면서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로 리콜 후에도 교환이나 환불 조치에 다시 응해야 했고, 이로 인해 시간과 비용, 정신적 손해를 입었으니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원고 측은 또 “리콜이나 교환·환불 조치에 응하지 않은 소비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AS를 받을 수 없는 등의 피해를 입었으니 이 또한 배상해야 한다”고 삼성전자를 압박했습니다.

갤럭시노트7 제품 결함으로 불안감 등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었고, 소비자 선택권이 침해돼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1심 재판부는 하지만 원고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삼성전자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소비자들이 겪은 불편함에 대해 “매장이 골고루 분포돼 있는 등 사회통념상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불편을 겪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습니다.

"제품 교환 등을 위해 매장을 방문하고 교환된 제품에 앱을 새로 설치하는 등의 불편은 리콜 조치에 당연히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또 “소비자들이 주장하는 정신적 손해 등은 모두 교환 및 환불을 통해 이뤄진 재산적 손해배상에 의해 회복됐다고 봐야 한다”며 원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심도 “리콜 조치가 적법하게 이뤄졌고, 소비자들의 불안감이나 심리적 두려움은 제거됐다”며 역시 삼성전자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리고 대법원도 오늘 “삼성전자의 리콜 조치에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리콜은 소비자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위한 더 큰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리콜 조치로 발생한 통상적인 시간적, 경제적 손해는 법적으로 배상되어야 하는 손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 판시입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리콜 절차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간적·경제적 손실 또는 막연한 불안감 등은 법적으로 배상되는 손해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의의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시민·소비자 단체에선 잘못은 기업이 하고 불편과 손해는 소비자가 감내하라는 '재벌 친화적 판결'이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안진걸 소장 / 민생경제연구소장]

“그것을 어쩔 수 없이 교체하면서 들어진 여러 가지 시간적·정신적 고충이 있었는데 누가 보기에도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 법원은, 대법원은 여전히 재벌 대기업의 책임에 대해서 너무나 인색하게 인정을 하고 소비자와 이용자들은 그냥 참아야 되는 존재로 아직도 희생하는 경향이 너무 농후하다...”

관련해서 법조계에선 리콜 조치에 따른 기업의 소비자 배상책임을 좀 더 강화해서 명확히 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덕 변호사 / 법률사무소 중현]

“한편으로는 리콜 조치나 환불을 다 해줬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많은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끼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 좀 배상책임이 인정될 필요가 있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법원의 판결로 될 것이 아니라 아예 제도적으로, 그러니까 예를 들면 제조물책임법에 소비자의 생활 불편이나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 보상을 하는 규정을 마련을 하는 방법으로 좀 제도적인 보완이...”

법조계와 시민단체 일각에선 리콜이나 교환·환불 조치 등에 응한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배터리 폭발 피해자들로만 소송을 냈다면 리콜 자체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을 수도 있다는 아쉬움 섞인 지적도 있습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신새아 기자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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