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아닌 '갑주민'... 주민 폭행·협박에 극단적 선택 경비원, 산업재해 인정되나
입주민 아닌 '갑주민'... 주민 폭행·협박에 극단적 선택 경비원, 산업재해 인정되나
  • 유재광 기자
  • 승인 2020.05.28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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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우이동 아파트 고 최희석 경비원 '유족 보상연금' 신청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 명백한 산업재해 해당"
"경비원, 애매한 지위로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보완책 마련 필요"

[법률방송뉴스] 아파트 주민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다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 사건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고인에 대한 산업재해를 신청했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한 고 최희석씨는 이 아파트 주민 A씨로부터 폭행과 협박 등 갑질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최씨는 지난달 21일 경비업무 도중 이중 주차된 차량을 밀어 옮기다 A씨와 갈등을 겪은 뒤 이후 A씨로부터 지속적인 협박과 폭력을 당했다고 합니다.

최씨는 코뼈 골절까지 당했다고 하는데, A씨는 쌍방폭행을 주장하며 전혀 상관없는 진단서를 가지고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최씨에게 갑질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고 최희석씨가 남긴 음성유서를 보면 “진짜 저 사람한테 맞으며 악으로 버텼습니다. 진짜 밥을 굶고 스트레스, 얼마나 불안한지 알아요. 너 이 XX 돈도 많은가보다, 고소하고. 겁나는 얼굴이에요” 같은 내용들이 들어있습니다. 

최씨에게 갑질을 행사한 주민 A씨는 상해와 협박 등 혐의로 지난 22일 경찰에 구속되었고, 어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이 사건 관련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은 오늘 서울 중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씨 사망을 산업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일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2항은 근로자의 고의나 자해로 발생한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같은 조항은 ‘업무상 사유‘로 인식능력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자해로 사망한 경우엔 업무장 재해로 인정하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족 측 산재 신청을 진행한 이진아 노무사는 "업무와 관련해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을 경험한 이후 스트레스 등에 의해 행한 자해행위는 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진아 노무사는 그러면서 "최희석씨 사례는 법적으로 너무나 명확하게 산업재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지난 2014년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던 당시 53살 이모씨가 주민으로부터 비인격적 대우가 이어지자 아파트 옥상에서 분신해 사망했는데, 산재가 인정된 바 있습니다. 

기자회견을 마친 추모모임은 곧장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지사에 산업재해 유족 보상연금을 신청했습니다. 

추모모임은 또 경비노동자에 대한 온전한 근로기준법 보장,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재입법 등 제도적 보완책 마련도 아울러 함께 요구했습니다.

이와 관련 ‘경비원’이라는 업무와 위치는 참 이중적인 지위에 있습니다. 

아파트 입주민들을 위해 일하지만 아파트 입주자 대표에서 직접 고용한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용역업체 소속으로 일종의 위탁파견근무 형태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업무는 ‘경비’인데 경비만 하는 경비원은 대한민국에서 사실상 아무도 없을 것이고, 주차부터 환경미화, 택배 관리까지 온갖 일을 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이 또 그런 게, 경비 외의 업무를 하다 다치거나 병을 얻으면 업무와 직접 연관성이 없어 산재로 인정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직접 업무지시를 하지 않는 용역회사에 주민 갑질을 막아달라는 등의 근로자 보호책임을 강하게 물을 수도 없고, 어떻게 보면 경비원은 근로자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존재입니다.

주민 갑질에 억울함과 두려움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최희석씨는 올해 59살로 아직 창창한 나이입니다.

오늘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최희석씨의 형은 “짐을 약한 사람 어깨에 매어주면 그건 큰 짐이 되는 것”이라며 “앞으로 제2, 제3의 최희석이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입주민이 아니라 ‘갑주민’이라는, 갑주민이라는 조어 자체가 있는 너무도 씁쓸한 현실, 이런 갑질 주민들은 일부겠지만 왜들 그러는지 몰라도, 뭔가 제도 보완책 마련이 꼭 필요해 보입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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