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드라마, 영화 등 문화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와 독자들이 궁금증을 가질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이재민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이재민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앞서 기고한 글(법률방송뉴스 2월 10일자 '정당방위 유감 –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에서는 1990년작 영화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를 매개로 하여 ‘강제키스 혀 절단 사건’에서 정당방위의 인정 가능성에 관하여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최근 같은 유형 사건으로 1965년 최초 판결의 대상이 된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여성분께서 해당 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고자 하신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앞선 글에서 ‘사건마다 구체적인 사정과 정황에 있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강제키스 상황에서 혀를 절단하는 행위를 유죄 또는 무죄라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일반적인 설명을 드린 바 있는데, 위 기사에서는 사건의 이면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1964년 5월 6일 저녁 18살이던 최모씨는 자신의 집에 놀러 온 친구들을 데려다주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당시 21살이던 노모씨와 마주쳤습니다. 위협을 느낀 최씨는 친구들부터 집에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노씨를 다른 길로 가도록 유인했는데, 노씨가 느닷없이 최씨를 쓰러뜨리고 입을 맞추려고 달려들었습니다. 최씨는 넘어지면서 바닥에 놓인 돌에 머리를 부딪치기도 하였습니다. 최씨는 입안에 무언가 들어오자 ‘이대로 숨 막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 무언가를 확 깨물어 저항했고, 노씨의 혀가 1.5㎝ 잘렸습니다.

최씨는 중상해죄가 인정되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반면 노씨에게는 최씨의 아버지 집에 침입해 협박한 특수주거침입과 특수협박 혐의만 적용됐고, 최씨보다 적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위 판결에 대하여 재심 청구가 고려되는 것은, 편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수사 및 재판 과정에 비추어 볼 때, 특히 수사 과정에서 위법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위 기사에 따르면,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가해자와) 결혼하면 간단하지 않으냐”, “못된 년이 남자를 불구로 만들었다”와 같은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최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가장 억울한 건 검사실에서 강압적으로 조사를 받은 거예요. 검사가 주먹질하는 시늉을 하고 욕을 하면서 ‘니가 고의로 그랬지?’ ‘계획적으로 했지?’ 이런 말을 계속하는데, 조사를 받는 날에는 ‘오늘 또 죽었다’고 생각하며 정신이 아찔했어요.”

심지어 재판 과정에서도 최씨는 “처음부터 호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라거나 “결혼해서 살 생각은 없는가”라는 물음에 답해야 했습니다. 최씨는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결국 “범행 장소와 집이 불과 100m 거리이고, 범행 장소에서 소리를 지르면 충분히 주변 집에 들릴 수 있었다. 노씨의 강제 키스가 최씨로 하여금 반항을 못하도록 꼼짝 못하게 해놓고 한 것은 아니다. 혀를 깨문 최씨의 행위는 방위의 정도를 지나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지난번 글에서는 이상의 경위를 ‘19세 여성이 자신에게 구애하던 21세 남성으로부터 강제키스를 당하는 상황에서 남성의 혀를 깨물어 1.5㎝를 절단하였는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여성의 집이 범행현장으로부터 약 150m 거리에 있었는데 소리를 질러 구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사정 등이 반영된 결과였습니다’라고만 요약했었는데, 이렇게 보니 많이 부족한 설명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쪼록 규범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들이 적절히 재조명됨으로써, 해당 사건에 대한 정당한 결론이 내려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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