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호 재판에 법정 증거 제출, 위증죄로 이미 처벌된 '비망록' 지렛대 삼아
의원들과 법무부장관까지 나서 "공수처" "검찰개혁'' 언급하며 정치 이슈화

[법률방송뉴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한만호 비망록’을 지렛대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연일 재점화하고 있습니다. 의도가 있을까요. 있다면 뭘까요. ‘앵커 브리핑’입니다.

불을 댕긴 건 어제 20대 국회 마지막 법사위 전체회의 민주당 김종민 의원이었습니다.

김 의원은 한 전 총리 사건 관련 이른바 ‘한만호 비망록’을 언급하며 “다시 한번 따져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만호 비망록의 내용은 “추가 기소를 당하고 사업 재기를 못할까봐 검찰의 압박과 회유로 검찰이 원하는 대로 진술을 해줬다”는 내용입니다.

실제 당시 검찰은 ‘별건 수사’ 비판 부담을 감수하고 한씨의 회사를 압수수색한 바 있습니다.

이에 김 의원은 “국가권력의 폭력”, “민주공화국의 헌법적 가치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배신” 같은 강한 표현을 써가며 “공수처 수사”를 언급했습니다. 직접 들어보고 가겠습니다.

[김종민 의원 / 더불어민주당] 

“법무부에서 감찰을 한다거나 아니면 검찰 수사를 한다거나 공수처 수사를 한다거나 여러 가지의 절차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절차를 거쳐서 어떤 식으로든지 사실관계가 명백하게 규명이 돼야...”

법사위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절차적 정의”를 언급하며 “깊이 문제점을 느끼고 있다”고 김종민 의원의 발언에 동조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기본적으로 김종민 의원님께서 우려하시는 바에 대해서는 깊이 문제점을 느끼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검찰은 우선 과거의 수사 관행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국민들도 이해를 하고 계시고 그런 차원에서...”

어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양승태 사법농단 문건’에 한 전 총리 사건이 언급된 점을 들어 법원 자체 조사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오늘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공수처 수사’를 언급했습니다.

"공수처가 설치가 된다면 수사 범위에 들어가는 건 맞다. 공수처는 독립성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공수처 판단에 달린 문제“라는 게 박 의원의 말입니다.

여권 인사들이 어제 오늘 연이어 한 전 총리 사건을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으로 언급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복기를 해보면 한만호 비망록은 최근 들어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게 아닙니다.

검찰이 한씨가 수감돼 있던 구치소를 압수수색해 비망록을 확보해, 한 전 총리 재판 과정에서 법정에 증거물로 이미 제출했던 내용입니다.

“검찰의 압박과 회유를 받았다”는 비망록을 검찰이 스스로 증거로 제출한 것은 한만호씨가 위증을 하기 위한 일종의 사전 정지작업으로 ‘압박과 회유를 받았다’는 비망록을 작성했다는 취지로 증거로 제출한 겁니다.

검찰에서 “한 전 총리에게 정치자금 9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한씨는 1심 법정에선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넨 바가 없고, 9억원 중 3억원은 한 전 총리 비서에게 빌려줬고, 나머지 6억원은 내가 로비 자금으로 썼다”고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이런 진술 번복을 위한 일종의 ‘자기증거’로 해당 비망록을 작성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고, 한만호씨는 위증죄가 인정돼 징역 2년을 확정받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비망록 주장의 진위는 사법적 판단이 끝난 셈인데, 민주당에서 이걸 다시 들고 나와 한 전 총리 사건을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으로 이슈화하고 있는 겁니다.

그 사이 달라진 게 있다면 박주민 의원이 언급한 지난 2018년 공개된 사법농단 관련 문건인데, 해당 문건엔 “과거 대법원이 '한 전 총리 사건을 전부 무죄로 하면 정부를 상대로 상고법원을 설득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하는 내용이 있다"는 게 박 의원의 말입니다.

한 전 총리 정치자금법 유죄와 한만호씨 위증죄 유죄가 결국 박근혜 정부의 검찰과 법원이 이심전심 한통속으로 움직인 것 아니냐는 게 여권의 의심이고, 공수처 수사를 통해 이를 밝혀야 한다는 겁니다.

문제는 회유나 압박이 있었다 하더라도 피해자에 해당하는 한만호씨가 이미 사망해 버렸다는 점입니다.

당시 수사 관계자의 ‘양심선언’이라도 있지 않는 한 회유·압박을 입증하기는 무지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치도 수사도 ‘살아있는 생물’이라지만, 대한민국은 참 다이내믹한 것 같습니다.

한 전 총리 사건이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여권 입장에선 적어도 오는 7월 출범 예정인 공수처 출범을 기정사실화하는 효과는 있는 것 같습니다.

야당에서 공수처장 임명에 반대하며 차일피일 공수처 출범을 늦출 경우 공세를 가할 수 있는 정치적 명분 마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검찰 과거 수사관행 등을 지적하며 공수처 출범에 발맞춰 검찰개혁을 다시 한 번 추진할 수 있는 동력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 공수처 수사로 이어질지와 별개로 여권 입장에선 한 전 총리 사건을 다시 이슈화하는 게, 정의연과 윤미향 당선인에 집중된 여론과 전선을 분산하는 효과도 있고 전체적으로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한만호씨에 대한 검찰의 압박과 회유는 있었던 걸까요. 그게 제일 궁금합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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