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일반 투자자들 회계감사보고서 믿고 투자... 회계법인에도 배상책임"

[법률방송뉴스] 저축은행이 분식회계를 했는데 워낙 면밀하게 회계를 조작해 회계법인이 감사 과정에서 이를 밝히지 못하고 감사보고서에 적정의견을 표기했습니다. 

그런데 분식회계 사실이 나중에 드러나 해당 저축은행이 상장 폐지됐다면 사전에 이를 걸러내지 못한 회계법인에도 배상책임이 있을까요. ‘앵커 브리핑’입니다.

A저축은행 주주 김모씨는 지난 2011년 분식회계 사실이 밝혀지며 은행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상장이 폐지되자 저축은행 회장 유모씨와 대표이사 이모씨, 그리고 회계감사 업무를 수행한 B회계법인을 상대로 1억 1천 160만원의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회계법인의 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고, 저축은행의 배상책임만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유씨와 이씨는 거액의 부실 대출채권을 정상채권으로 가장해 자산건전성을 허위로 분류한 다음 대손충당금을 과소 적립하는 방법으로 분식행위를 하고, 허위로 작성된 재무제표 및 사업보고서 등을 공시했다”고 적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김씨는 이를 진실한 것으로 믿고 은행 주식을 취득했다가 은행이 상장 폐지되면서 손해를 입었으므로 유씨와 이씨는 분식회계 및 허위 공시 등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나 “문서 위조 등 회계기록 왜곡과 분식회계는 정교하고 면밀하게 설계된 수단이 이용된다”며 “이 경우 오류에 의한 경우보다 적발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며 회계법인의 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무재표 상 단순 오류 등은 상대적으로 잡아내기 쉽지만, 작정하고 분식회계를 한 경우엔 회계법인이라도 이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아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재판부는 손해액 산정에 있어서도 A저축은행의 재무상태가 건실하지 못하다는 점이 어느 정도 일반에 알려졌음에도 김씨가 계속 주식을 취득한 점, 주식거래는 일정한 위험을 수반하는 거래인 점 등을 들어 배상액을 손해액의 60%로 제한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김씨가 입은 손해를 총 5천 550여만원으로 보고 이 가운데 60%인 3천 330만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정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하지만 저축은행은 물론 회계법인의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감사인은 회계감사 절차에서 필요한 감사증거를 수집하고 평가하는 감사방법을 적용할 때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는 점, 소액대출에 대한 감사에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감사인으로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는 것이 2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2심은 다만 회계법인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손해액을 1심보다 적게 잡고 배상책임 비율도 40%로 낮춰 잡아 손해배상액을 1심의 3분의 1 수준인 1천 150만원으로 줄였습니다.  

대법원(3부 주심 김재형 대법관)도 2심 판단이 맞다고 판결했습니다. 

"일반투자자들은 대상 기업의 재무상태를 나타내는 감사보고서가 정당하게 작성되어 공표된 것으로 믿고, 주가가 그에 바탕을 두고 형성되었으리라고 생각해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같이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다만 저축은행과 회계법인의 배상책임 비율을 같게 본 부분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고의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유씨 등의 책임과 회계법인의 과실 책임은 그 발생 근거와 성질에 차이가 있다"며 ”책임비율을 같게 정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도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춰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하지 않고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열 사람이 지키고 있어도 작정하고 훔쳐가려는 도둑 한 명을 막기 힘들다”는 말이 있는데 작정하고 분식회계를 했다면 제 아무리 회계법인이라도 잡아내기가 쉽진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회계법인의 배상책임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은 시장경제 체제에서 그만큼 회계감사 업무의 중요성이 막중하다는 취지일 겁니다.   

꼭 배상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회계감사를 업으로 삼은 이상, 더욱 꼼꼼하고 집요하게 회계부정을 걸러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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