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강간미수 무죄"... 주거침입만 유죄 징역 1년 선고
지난해 6월 구속기소됐던 피고인 1·2심 형기 다 채워가

▲유재광 앵커=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 속 30대 남성이 대법원에 구속 취소 신청서를 냈습니다. ‘남승한 변호사의 시사법률’입니다. 남 변호사님, 사건부터 다시 볼까요.

▲남승한 변호사(법률사무소 바로)= 지난해 5월 28일 오전 6시 20분경인데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31살 조모씨가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아 갔습니다. 방송에 많이 보도돼서 굉장히 경악했던 사건인데요. 여성의 집에 들어가려다가 미수에 그친 사건입니다. 들어가려다가 미수에 그친 ‘미수’가 뭔지 논의해야 하는데요.

조씨는 당시 벨을 누르고 손잡이를 돌리고 도어락 비밀번호도 여러 차례 누르는 등 침입을 시도했습니다. 이 모습이 '신림동 강간미수 CCTV' 이런 제목으로 SNS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를 알게 된 조씨는 다음날 경찰에 자수했고 긴급체포됐습니다.

검찰이 지난해 6월 25일 조씨를 주거침입 강간미수 혐의로 구속해서 기소했는데요.

그때 당시 검찰은 “문을 열기에 온갖 방법을 시도하면서 피해자에게 극도의 불안감을 준 행위는 강간죄 실행의 착수에 해당한다. 폭행·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폭행·협박에 해당해서 강간의 고의도 인정된다” 이렇게 기소한 것이었습니다.

▲앵커= 1·2심은 그런데 강간미수에 대해 무죄로 판결했죠.

▲남승한 변호사= 네. 법원 판결의 내용이 이렇습니다. 조씨가 강간을 저지르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 그런데 이런 의도만 가지고 처벌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규정이 아예 사전에 있어야 하는데, 법률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 법률에는 성폭력 범죄의 의도가 있다고 해서 이것을 미수로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그래서 강간미수로 보기 어려워서 무죄라고 한 것인데요.

당시 조씨가 피해자가 사는 공동현관을 통해 들어와서 내부에 있는 엘리베이터, 공용계단, 복도, 이렇게 들어왔습니다. 피해자의 집에까지는 들어가지 못했는데, 여기를 들어온 부분은 주거침입이라고 인정해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대법원에 구속취소 신청서를 냈다고 하는데 이게 뭔가요.

▲남승한 변호사= 구속취소 신청서는 이런 겁니다.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될 때 하는 건데요. 피고인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에 청구하면 또는 법원이 직권으로 구속을 취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취소하여야 한다’고 돼 있는데요.

우리 사례 중에 이런 게 있기는 합니다. 구속을 필요로 하는 잔여 형기가 8일밖에 안 남은 사안이었습니다. 상고를 했는데 상고심 하는 중에 형기가 8일밖에 안 남았거든요. 1·2심에서 선고된 형량을 기준으로요.

그러면 법원이 보기에는 “피고인의 주거가 일정하고 8일 남은 상황에서 굳이 도주해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낮으니까 이런 경우에는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염려도 없어 보인다. 이미 형기를 거의 다 마치고 8일밖에 안 남았다면 그러면 피고인이 도주할 우려가 없는 것이니까 구속사유가 소멸됐다”고 봐서 구속의 취소를 인정한 사례가 있기는 합니다.

이런 경우에 형사소송법 93조인데요. 조씨의 경우에 형기가 얼마 안 남은 것은 맞습니다. 1·2심 기준으로 형기가 얼마 안 남았으니까 이것도 혹시 비슷한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기는 합니다.

▲앵커= 조씨의 경우도 1·2심 형량이 징역 1년인데 이를 거의 다 살았으니까 풀어달라, 이런 취지인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정확히 어떤 취지로 구속취소 신청을 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추측해볼 수 있는 것은 그것 같습니다.

지난 4월에 검찰이 상고를 했고요. 15일에 대법원 1부에 배당이 됐습니다. 그런데 조씨가 구속기소된 게 지난해 6월이니까요. 그 무렵에 구속기소됐다고 판단하면 지금이 5월이니까 한달이나 한달 반 정도 남지 않았을까, 이럴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구속기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1·2심에서 선고된 형기가 거의 다 채워졌다. 거의 다 채워졌으니 도주할 우려가 없지 않겠느냐” 이것이 요지가 아닐까 생각하는 것입니다.

▲앵커= 조씨는 풀려나는 건가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이게 지금 검사가 상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강간에 대해서 1·2심 무죄가 나온 것에 대해서 검사가 상고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대법원으로서는 검사의 상고에 대해서도 판단을 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조씨에게 불리한 취지로 파기환송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입니다.

만약에 조씨만 상고한 경우로서 한달 반 정도가 남았다면 구속을 취소할지가 조금 고민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8일 남은 것에 비해 한달 반은 조금 긴 시간이긴 하지만요.

그런데 검사의 상고가 받아들여져서 만약에 파기환송이 된다면 피고인으로서는 형량이 충분히 늘어날 것을 예상할 수 있고, 그런 것을 감안한다면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보는 것이거든요.

우리 법원은 도주 우려는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 중형이 선고돼서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을 가지고 도주 우려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형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도주 우려가 여전히 있다고 볼 수가 있는 것이거든요.

대법원으로서는 구속 취소를 결정하게 되면 강간미수와 관련해서는 무죄의 심증을 가지고 있구나, 이런 심증을 노출할 우려도 있고 이래서 판단하기가 상당히 까다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지켜봐야 할 것 같은데 이게 정황상 누가 봐도 성폭행하러 따라간 것은 맞아 보이는데 그래도 법률적으로는 강간미수는 안 되는 모양이네요.

▲남승한 변호사= 영상을 보면 피해자는 강간을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당연히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피고인이 들어와서 “나는 강도만 하려고 했어” 또는 “들어와서 나는 인사만 하고 가려고 했어” 이런 말도 안되는 의도를 가졌다고 주장할 수 있는데요. '강간의 의도'까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되는 것이고요.

재판부에서 얘기한 “특별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이런 식으로 “주거에 침입해서 문을 열려고 시도한다거나 이렇게 하는 행위는 강간 또는 강간에 준해서 처벌한다는 조항이 있다면 처벌하겠으나, 그게 아니라면 문을 열려고 한 행위나 이런 것에 따라서 피해자가 느낀 두려움만 가지고 강간미수로까지는 처벌하기 어렵다” 이런 취지입니다. 대법원 상고심에서 원심이 깨지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앵커= 아무튼 대법원 결정을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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