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지목 아파트 주민, 경찰 출석해 11시간 조사 받고 귀가

서울 강북구 우이동 아파트 경비원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주민이 17일 오후 강북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뒤 18일 0시쯤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북구 우이동 아파트 경비원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주민이 17일 오후 강북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뒤 18일 0시쯤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주민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 사건에 대해 관련 단체가 고인의 산업재해 신청 추진에 나섰다.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은 18일 경비원 고 최희석(59)씨의 사망이 아파트 경비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산재 신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에 따르면 근로자의 고의나 자해로 발생한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극도의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가 인정될 수 있다. 경비원의 자살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첫 사례는 지난 2014년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의 비인격적 대우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다.

최씨가 주민 A(49)씨의 폭언과 폭행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정황은 경비원 동료와 주민들의 증언 및 언론을 통해 공개된 최씨의 음성 파일 형태 유서 등에서 확인되고 있다. 음성파일에서 최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A씨를 “고문 즐기는 얼굴이다. 겁나는 얼굴이다”라며 “A씨라는 사람한테 다시 안 당하도록, 경비가 억울한 일 안 당하도록 제발 도와달라. 강력히 처벌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음성 파일은 최씨가 처음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지난 4일 녹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A씨는 최씨에게 “이건 일방폭행이 아닌 쌍방폭행이다”, “다쳤으니 수술비 2천만원을 준비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최씨가 A씨를 상해 혐의로 고소한 직후였다. 문자를 받은 최씨는 근무지인 우이동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다. 당시 주민들이 최씨를 발견하고 입원시켰지만, 최씨는 지난 10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씨에 대한 산재 신청을 추진하는 이오표 성북구 노동권익센터장은 "최씨는 주차 단속 등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주민으로부터 폭언과 폭력을 당했다"며 "극단적 선택은 업무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유족의 동의를 받아 이르면 이번 주 중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유족 보상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가해자로 지목된 A씨는 17일 강북경찰서에 출석해 11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이날 오후 1시쯤 경찰서에 나온 A씨는 18일 0시쯤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으며,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체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진술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재소환이나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에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상태다.

최씨는 지난달 21일 주차 문제로 A씨와 다툰 뒤, A씨로부터 지속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당해오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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