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우 아버지, 아들을 고발까지 했지만... 미국 송환 막을 수 있을까
손정우 아버지, 아들을 고발까지 했지만... 미국 송환 막을 수 있을까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5.15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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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대 아동성착취물 사이트 운영한 손정우, 미국 측에서 범죄인 인도 요청
아버지 "아들이 내 개인정보로 범죄수익 은닉, 할머니 명예훼손" 이례적 고발
법조계 "재판 중인 범죄인은 인도 예외, 아들 미국 안 보내겠다는 의도지만..."

 

/법률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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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세계 최대 아동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24·구속)의 아버지 손모씨가 "아들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수사해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손씨는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에 아들 손정우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아들이 내 개인정보로 가상화폐 계좌를 개설하고, 범죄수익금을 거래해 은닉했다"는 것이 고발 내용이다. "내가 땅을 구입하는데 아들이 범죄수익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1천만원의 돈을 보태줬다"고도 했다. 또 "아들이 할머니 병원비를 범죄수익으로 지급, 할머니의 명예도 훼손했다"고 했다. 손씨는 그러면서 "검찰이 이런 혐의를 알면서도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버지가 아들을 범죄수익 은닉 등 혐의로 고발한 기이한 사건. 손씨는 왜 그랬을까. 검찰이 아들의 범죄혐의를 수사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며 재판에 넘기라고 촉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조계에서는 손씨가 아들을 국내에서 범죄수익 은닉 등 혐의로 처벌을 받게 해 미국 송환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범죄인인도조약 7조에 따르면 검찰이 손정우를 기소할 경우 미국 인도는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조약 7조는 '국내 법원에서 재판이 계속 중이거나 재판이 확정된 경우 인도가 불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손정우는 지난 2015년 7월~2018년 3월 다크웹에서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를 운영하며 성착취물을 배포한 혐의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고 지난달 27일 형기를 마쳤다. 하지만 검찰은 그를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미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법원에 인도 심사를 청구하면서, 인도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구속했다. 한국 법원에서 받은 형기는 끝났지만 미국 송환을 위해 구속된 상태인 것이다. 법원의 인도 심사는 오는 19일 열리며, 인도 여부는 2개월 내에 결정된다. 범죄인 인도 심사는 단심제다. 재판부가 인도를 결정하고 법무부장관이 승인하면, 미국 집행기관은 한 달 내에 국내에 들어와 당사자를 데려가게 돼있다.

손씨는 아들의 미국 송환을 피하기 위해 범죄인인도조약의 '인도 불가' 규정을 이용, 서둘러 아들을 고발해 재판에 넘기라는 방법을 쓰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손씨는 이를 통해 아들의 미국 송환을 막을 수 있을까. 결론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미 범죄인인도조약 7조가 규정하고 있는 인도 거절 사유에 '수사 중인 사건'은 포함돼 있지 않다. 손씨가 아들을 고발한 사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다 해도, 재판에 넘어가기까지는 최소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서울중앙지검 측은 "이제 손씨의 고발장을 받았다"며 "수사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손정우가 범죄수익을 취득한것과, 그 수익을 세탁하는 것은 별개 범죄다. 검찰이 손정우의 범죄수익을 찾아냈지만 그것만으로 범죄수익 은닉혐의로 기소할수는 없다"며 "'검찰이 손씨의 혐의를 알았음에도 기소하지 않았다'는 아버지 손씨의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승 위원은 "자금세탁 수사는 금융거래 내역을 추적해야 하기 때문에 수사가 까다롭고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정부는 미국이 손정우를 인도 요청하면서 적용한 6개 죄명과 9개 혐의 중 '국제자금세탁' 부분에 한해서만 인도 결정을 했다. 미국이 손정우에 대해 적용한 이들 혐의 중 국내 법률에 의해 처벌 가능하고 국내 법원의 유죄 판결과 중복되지 않는 부분은 '국제자금세탁' 뿐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동의할 경우 미국 정부가 손정우를 다른 혐의로도 처벌할 수 있지만, 이는 사법주권 포기라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 연방형법에 따르면 국제자금세탁 혐의로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장 20년이 선고된다. 반면 한국에서 범죄수익은닉죄는 5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훨씬 처벌이 가볍다.

손씨는 이 때문에 아들의 미국 송환을 막기 위해 인도 심사를 맡은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손씨는 "식생활이 다르고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성범죄인을 마구 다루는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되는 미국으로 송환이 된다면 본인이나 가족에게 너무나 가혹하다"며 "자금세탁과 소지죄만 적용해도 50년, 한국에서의 재판은 별개의 재판이라고 하면서 몇개의 기소만 소급해도 100년 이상인데 어떻게 사지에 보낼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손씨는 또 지난 4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미국으로 보내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데 이것은 사형이나 마찬가지"라고도 말했다.

김지현 기자 jeehyun-kim@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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