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가족 회유·압박으로 진술 번복, 수사기관에서의 초기 진술 신빙성 인정"

[법률방송뉴스] 10대 초반의 어린 친딸을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아빠가 있습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에서 피해 사실을 진술한 딸이 막상 재판이 열린 법원에선 “아빠가 미워서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1·2심 판결이 엇갈렸는데 대법원 판결이 오늘 나왔습니다. ‘LAW 인사이드’입니다.

45살 A씨는 2014년 자신의 집에서 당시 10살이던 친딸 B양의 몸을 만지는 등 2018년까지 3차례에 걸쳐 친딸을 상대로 강제추행과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씨는 또 딸에게 욕설을 하거나 때리고, 딸이 보는 데서 아내를 폭행하는 등 아이를 학대한 혐의도 함께 받았습니다. 

애초 수사기관에서 아빠의 추행 행위를 구체적으로 진술한 A씨의 딸은 1심 재판에서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은 거짓말이고, 아빠가 너무 미워 허위로 피해 사실을 꾸며냈다“고 말을 180도 바꿨습니다.

법원은 통상 수사기관에서의 진술보다는 법정에서의 진술에 더 무게를 두고 판결합니다. 

1심 재판부는 이에 강제추행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아동학대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하지만 B양이 초기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이 구체적인 점을 들어 B양의 초기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강제추행도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B양이 “아빠가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하지 마라, 이거 말하면 아빠 감방 간다”고 말했다고 진술한 점, “뭔가 몸을 더럽힌 것 같았다”라거나 “주로 심부름을 시키면 추행할 것이란 느낌이 왔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어 이같이 판결했습니다.

“대화 내용이 구체적이고 범죄 피해 당시 감정 등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점 등을 보면 그 신빙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B양이 진술을 번복한 데 대해서 재판부는 "A씨를 구속에서 풀려나게 하려는 가족들의 압박과 회유가 작용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2부 주심 김상환 대법관)도 “2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친족에 성범죄를 당한 미성년자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 가족들의 계속되는 회유와 압박 등으로 번복되거나 불분명해질 수 있다”며 이같이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또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법정에서 번복하는 경우 진술 내용 자체의 신빙성과 함께 진술을 번복하게 된 동기나 이유, 경위 등을 충분히 심리하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피해자를 치료한 정신과 의사에 따르면 “B양이 ‘가족들이 눈치를 많이 줬다’, ‘할머니는 아버지를 빨리 꺼내야 한다고 욕했다’, ‘어머니는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데 그런 일 없다고 하라’는 등의 말을 가족들에게서 들었다”고 털어 놓았다고 합니다.

아빠라는 사람이 수년간 3차례만 그랬을지, 3차례만 특정이 된 건지 모르겠지만, 아빠가 구속된 뒤에도 B양의 지옥은 끝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봅니다. ‘LAW 인사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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