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1만905명' 논란... "코로나 무섭지만, 개인정보 침해 더 섬뜩하다"
'이태원 1만905명' 논란... "코로나 무섭지만, 개인정보 침해 더 섬뜩하다"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5.1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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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의 초발환자로 여겨지는 경기 용인시 확진자의 동선에 없는데도 확진자가 나온 이태원의 한 클럽이 12일 폐쇄된 가운데 '출입금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의 초발환자로 여겨지는 경기 용인시 확진자의 동선에 없는데도 확진자가 나온 이태원의 한 클럽이 12일 폐쇄된 가운데 '출입금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서울시가 12일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라 지난 황금연휴 기간을 전후해 이태원 지역에 머물렀던 사람 1만905명의 명단을 확보한 것을 두고 개인정보 및 사생활 침해 우려가 일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통신사들로부터 기지국 신호 수집 방법에 따라 4월 24일부터 5월 6일까지 매일 밤 0시에서 새벽 5시 사이 확진자들이 방문한 클럽 5곳 인근에 30분 이상 머물렀던 1만905명을 파악,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문자에는 '전화번호만 공개하는 익명 검사가 가능하고 개인정보는 보호된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조치는 일단 지난 2월 개정된 이른바 '코로나3법',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검역법, 의료법에 따라 가능했다. 개정 감염법예방법에는 '감염병 의심자'에 대한 정의가 신설되고, 정보통신기기 등을 활용해 증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조항 등이 포함됐다.

신설된 감염병예방법 2조 15의2항은 감염병 의심자를 ▲감염병환자, 감염병의사환자 및 병원체보유자와 접촉하거나 접촉이 의심되는 사람 ▲검역법에 따른 검역관리지역 또는 중점검역관리지역에 체류하거나 그 지역을 경유한 사람으로서 감염이 우려되는 사람 ▲감염병병원체 등 위험요인에 노출되어 감염이 우려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감염병예방법 76조 2의2항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 등이 감염병 예방 및 감염 전파의 차단을 위해 필요한 경우 감염병환자 및 감염병의심자의 위치정보를 경찰에 요청할 수 있고, 이 경우 경찰은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및 통신비밀보호법 상 제한에도 불구하고 통신사에 이들의 위치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요청을 받은 통신사 등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태원 1만905명 명단 확보에 대해 "감염병이 확산될 우려가 높아 해당 법률을 바탕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문을 보내 허가를 받았고, 감염법예방법에 따라 통신사 기지국에 정보를 요청했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감염병 의심자'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최대한 지역과 대상을 한정하기 위해 30분 이상 감염 우려 지역에 머무른 사람들로 명단을 추렸다"며 "그래서 (오히려) 인원이 1만명 정도로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된다"며 "문자를 보내는 데 쓰인 뒤 즉시 폐기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도 이날 "이태원 인근 방문자와 확진자, 밀접접촉자의 사생활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해당 정보를 목적 외에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감염법예방법에 따라 지극히 사적이고 민감한 개인정보가 상당수 노출될 수 있다는 점, 제공 정보가 수집·이용되고 폐기되는 그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이상 개인정보가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만 쓰일지에 대해 100% 신뢰하기 힘들다는 점 등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에 관한 공포가 너무 커,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코로나3법 개정안이 긴급하게 통과됐다"며 "앞으로 두고두고 논의될 문제"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감염법예방법에 대한 논의가 3가지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법에 따라 공개될 수 있는 개인정보가 어디까지인지 그 범위에 대한 논의가 첫째이고, 두번째는 전염병의심자라는 다소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기준을 어떻게 가능한 구체적이고 좁게 규정할 수 있을지 법기술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세번째는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해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과연 반드시 필요한 방법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워낙 커 시민들이 개인정보 활용이라는 정부나 지자체의 조치를 수인하고 있지만, 막상 개인정보 공개에 다소 섬뜩하고 찜찜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며 "개인정보 보호라는 사익, 즉 인권과 감염병 확산 방지라는 공익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와 방역당국이 국내 코로나 확산 과정에서 클럽, 유흥주점 등에서의 집단감염 발생이 당연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가 나오자 그제서야 "방역은 신속성이 생명"이라며 민감한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신천지교회 사태를 겪으면서도 유흥업소 등에서의 감염 확산은 충분히 예견됐는데, 지자체장들이 거기에는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감염병에 대한 방역 자체보다 특정 집단에 대한 정치적 계산, 혹은 경제적 파장의 고려 등을 앞세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서울 강남의 대형 유흥주점에서 여종업원 확진자가 나오자 그제야 유흥업소 집합금지 명령을 2주일간 발동발동했다. 이태원 클럽 발 집단감염에 대한 대응도 사후약방문 식이기는 마찬가지다. 시민들은 "코로나 초기부터 동네 헬스장이나 작은 학원까지 문닫게 하더니, 밀폐된 공간에서 수많은 출입자들이 밀집해 서로 밀접 접촉하는 대표적 '3밀(3密) 업소'인 유흥업소는 인력이 없어 예방조치를 안 했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지현 기자 jeehyun-kim@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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