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일본 소설 번역출간해 베스트셀러로
1996년 저작권법 개정... 정식 출판사에 피소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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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일본에서 1억부 이상, 국내에서도 수백만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알려진 베스트셀러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1970년대에 '대망(大望)'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해 출간했던 출판사 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3부(김우정 김예영 이원신 부장판사)는 '대망'을 무단 번역출판해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동서문화동판(옛 동서문화사) 대표 고모(80)씨와 출판사에 대해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저작권 침해 정도가 상당히 크고, 저작권자와 계약을 맺고 새로운 번역소설을 출간한 출판사의 피해 역시 작지 않다"면서도 "피고인이 상당한 노력과 비용을 들여 1975년 '대망'을 발행, 판매하던 중 예기치 않게 1996년 저작권법이 시행돼 피해를 본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들과 정식 계약사 사이의 민사사건에서 조정이 성립해 피해 일부가 회복되기도 했다"며 "양형 조건들을 종합하면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해 선고한 형은 무거워 부당하다"고 밝혔다.

고씨는 일본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莊八)의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여러 국내 번역자들의 번역으로 1970년부터 옛 동서문화사에서 '대망'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야마오카 소하치가 1950~1967년 18년 동안 일본 신문들에 연재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일본 전국시대를 그린 대하소설이다.

'대망' 출판 문제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협정 발효에 따라 국내 저작권법이 개정되면서 불거졌다. 개정 저작권법에 따라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국내에서 출판하려면 원저작권자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국내 솔 출판사는 1999년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본 출판사와 정식 계약을 맺고 번역, 2000년 12월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고씨는 5년 뒤인 2005년 '2차적 저작물'로 인정된 1975년판 '대망'을 일부 수정해 다시 출간했다. 솔 출판사는 "동서문화사 측이 허락 없이 책을 출판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당초 동서문화사가 '대망'을 번역출간한 것은 1996년 저작권법 개정 이전으로, 외국저작물의 2차적 저작물인 경우 원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출판이 가능했다. 그러나 1996년 이후에는 이전에 출간된 출판물만 판매가 허용됐다. 검찰은 솔 출판사가 원저작물 저작권을 취득한 1999년 이후인 2005년에도 동서문화사가 '대망'의 수정판을 출간, 판매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기소했다.

고씨 측은 1, 2심에서 "'2005년판 '대망'은 '1975년판 '대망'의 단순 오역이나 표기법, 맞춤법을 바로잡은 것에 불과해 새로운 저작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고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 출판사에는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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