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모든 판결문을 인터넷에 공개해야 한다
법원은 모든 판결문을 인터넷에 공개해야 한다
  • 황도수 건국대 교수·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 승인 2020.05.21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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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권 '독립'의 의미는 국민에게 책임을 진다는 것
헌법 109조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규정
황도수 건국대 교수·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황도수 건국대 교수·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유전무죄 무전유죄, 그리고 전관예우라는 용어가 태어난 지 수십 년이 지나가고 있다. 오늘도 그 하루이다. 헌법이 ‘사법부의 독립’을 특별히 선언하고 있는데, 왜 이런 일이 거듭해서 일어날까?

많은 사람은, 심지어 법관들조차도 사법권 독립을 ‘누구라도 사법부를 건드릴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도 사법부를 간섭하지 않으면, 법관이 스스로 공정하게 재판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너무 천진난만하다. 법관이 사람이라는 점을 잊은 생각이다. 그런 상태는 법관을 독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법관이 사법권을 독점하도록 만들 뿐이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으니, 제멋대로 재판해도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현실을 초래할 뿐이다. 그 결과가 오늘날 만연한 유전무죄 무전유죄, 전관예우 아니었던가?

사법권 독립의 의미는 권력분립주의의 이념에서부터 추론해야 한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서로 독립한다는 것은 '각자 독립적으로 국민에게 책임진다'는 의미이다. 입법부는 4년마다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서, 행정부는 5년마다 대통령 선거를 통해서 국민에게 책임을 진다.

사법부도 독립적으로 국민에게 책임지는 구조를 가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독립’이다.

문제는 국민에 대한 사법부의 독립된 책임을 어디에서 찾느냐는 것이다. 그 책임은 선거로 확보되지 않는다.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일반 법관은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법관이 임명을 통해서 국민에게 직접 책임질 일은 없다.

우리 헌법은 국민에 대한 사법부의 책임을 다른 방식으로 구상하고 있다. 사법권 행사의 ‘공개’가 그것이다. 우리 헌법을 전부 읽어보면, 국민에 대한 사법부의 책임은 이 한 조항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헌법 제109조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국민이 법원이 행하는 재판과정으로서의 심리와 그 결과로서의 판결이 공정한지를 지켜본다는 것이다. 그것이 ‘공개’이다.

하지만 현재 법원은 판결문 공개에 매우 소극적이다. 대법원 판결의 3%, 각급 법원 판결의 0.003% 정도만 대법원 종합법률정보시스템을 통해 인터넷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법원 특별열람실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4대의 컴퓨터만 이용할 수 있고 프린트나 메모도 불가능하다.

공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판을 위한 것이다. 물론 그 공개와 비판에는 시간적 한계가 있다. 아직 재판절차가 진행 중인 때에는 국민이 직접, 간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한계이다. 법원이 사법권을 행사할 때, 국민 여론에 휘둘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는 사법권 행사의 공정성을 위해서 국민의 비판은 자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단 판결이 확정된 뒤에는, 국민은 재판을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다. 재판의 결과뿐만 아니라 그 심리내용과 방법에 대해서도 비판할 수 있다. 사법권 행사에 대해서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

특히 그 재판과 다른 재판을 비교해서, 두 재판 사이의 공평성, 형평성, 공정성을 비판할 수 있다. 절도, 횡령(회삿돈을 빼돌리는 것), 배임(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이득을 취하는 것)의 금액이 똑같은데 재벌이나 정치인들에 대한 형량과 서민에 대한 형량이 다른 경우, 그것을 비판하고, 대화하고, 논의할 수 있다.

이런 대화와 논의가 사법권 행사에 대해서 책임을 묻는 과정이다. 사법권이 국민주권에 근거해서 형성되었으므로, 주권자 국민이 그것을 비판함으로써 사법권 행사가 국민의 뜻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 소위 ‘인민재판’ 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국민이 사법 ‘제도’를 형성하는 과정이고, 법관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과정이다.

이런 관점에서 헌법은 심리와 판결을 공개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그러므로 법원의 재판은 100%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되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헌법 제109조에 근거해서 법원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재판이 공개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법관은 주권자 국민을 두려워하게 된다. 자신의 재판에 대해서 책임을 지게 된다. 자신의 재판이 다른 재판과 비교가 되고, 그에 따라 공정성,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의식이 생기게 된다. 대충 지나간다는 식의 무책임은 허용되지 않는다.

황도수 건국대 교수·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lt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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