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 대법원 주최 국제법률심포지엄 기조연설 양승태 대법원장 "사법부는 감수성과 통찰력 갖춘 균형자 되어야"

'4차 산업혁명'의 주창자인 클라우스 슈밥(78)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법과 사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밥 회장은 18일 대법원 주최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2016 국제법률심포지엄'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4차 산업혁명의 특징과 대응방안'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1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2016 국제법률심포지엄'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오른쪽)이 양승태 대법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4차 산업혁명은 기업들이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작업 경쟁력을 높이는 산업혁명을 가리키는 말로 슈밥 회장이 주창했다.

슈밥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면서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과 변화 속에 기회를 빠르게 포착하고 움직여야 한다"며 "기술의 발전과 그런 발전이 모든 사람의 삶과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슈밥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 한 분야에 국한돼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 걸쳐 복합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제품의 혁명이 아니라 시스템적 혁명이 될 것"이라며 "하나의 아이디어가 사회의 체질을 완전히 바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바일 앱으로 승객과 택시를 연결하는 '우버 택시'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슈밥 회장은 "제가 사는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지난 수년간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택시기사들이 파업을 벌인 끝에 정부가 우버택시 운영이 가능하도록 교통체계를 개편하고, 관련 법을 제정했다"고 소개했다. "4차 산업혁명은 단순한 제품의 혁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적인 혁명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슈밥 회장은 "기업이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지만, 국제법과 글로벌 사회의 여러 기존 이론은 더 이상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첩한 정부가 사법부, 기업, 그리고 국민과 함께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기 위한 원칙을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슈밥 회장을 비롯해 백강진 UN국제재판관, 오렌 에치오니 앨런인공지능연구소장, 로만 얌폴스키 루이빌대 교수, 그레이 스캇 시어리어스원더미디어 대표 등도 참석해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사회'를 주제로 미래 사회 전반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변화 속에서 사법부는 감수성과 통찰력을 갖춘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일부 전문가들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가장 많은 충격을 받을 분야의 하나로 법조계를 꼽고 있기도 하다"며 "사법부는 우리 사회의 정의와 규범에 관한 판단 기준을 합리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세심한 감수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사회가 변화하는 방향을 예견할 수 있는 통찰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양 대법원장은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서도 변함없이 유지되어야 할 사법의 가치와 법조인의 역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의 혁신으로 대체할 수 없는 법률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비약적인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결코 그에 맡겨서는 안 될 사법의 분야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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