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지역 심야시간대 집회소음 규제 강화
'10분 평균' 아닌 '순간 최고 소음도'로 규제
"표현의 자유 제한" vs "주거 평온권 보장"

[법률방송뉴스] 경찰이 주거지역 소음 규제를 강화한 집시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 침해와 평온권 보장이라는 상반된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신새아 기자가 양측의 의견을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1월 4일 경복궁역 근처입니다.

광화문에서 청와대를 향해 이른바 ‘진격집회’를 하던 보수단체 회원들과 인근 시각장애 학교 학부모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습니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연일 청와대 앞에서 집회시위를 벌이는데 대해 학부모들이 집회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아이들을 위한 실력행사에 나선 겁니다.

이른바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엔 서초동 대검 앞이 ‘조국 수호’와 ‘조국 구속’을 촉구하는 양 측의 시위 메카로 떠오르며 집회 제한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집회가 열리면 집 밖으로도 못 나가고 소음공해 때문에 못 살겠다”는 것이 청원인의 하소연이었습니다.

실제 ‘박근혜 탄핵 촛불’로 들썩였던 지난 2017년 한해 전국에서 열린 집회시위는 모두 4만3천여 건이었는데, ‘조국 대전’을 거친 지난해의 경우엔 8만7천 건을 넘겨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지난해 하루 평균 240건 넘는 집회나 시위가 대한민국 어디선가는 매일 열렸다는 얘기입니다.

이처럼 집회와 시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고, 경찰은 이에 집회소음 규제를 강화하는 집시법 시행령을 올해 상반기 중 시행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일단 현행 집시법은 주거지역이나 학교, 병원 등이 위치한 곳에서는 집회 소음한도를 주간 65dB 이하, 일몰 이후 야간엔 60dB 이하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 밖의 지역에선 주간은 75dB 이하, 야간은 65dB 이하 규정이 적용됩니다.

이와 관련 이번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은 주거지역 등의 경우엔 새벽 0시부터 오전 7시까지 '심야시간대'를 새로 신설해 소음 한도를 55㏈까지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경찰청 관계자]

“일단은 주거지역 심야시간에 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호소가 굉장히 많으셨고 그로 인해서 저희가 집회시위의 자유와 평온권 보호를 이제 보장하는 차원에서...”

경찰은 이와 함께 현행 10분 평균 소음치를 측정하는 방식에서 한 순간이라도 소음 기준치를 넘으면 제재할 수 있는 ‘순간 최고 소음도’도 처음으로 도입해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해당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은 집회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55dB은 보통의 대화 수준 소음인데 이 기준에 집회 소음을 맞추고 ‘순간 최고 소음도’라고 단 1번이라도 넘어섰을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야간집회를 전면 허용한 지난 2009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지적입니다.

[한상희 교수 / 건국대 로스쿨]

“보통 이제 일반적으로 대화 나누는 수준이 60(dB)이지 않습니까. 사실 그 집회의 자유를 헌법이 보장하는 이유가 어느 정도의 불편을 국민들이 참으라는, 그런 일종의 수인의무를 부과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도 그 뭡니까, 소음기준을 그렇게 낮춰버리면 그럼 뭐 집회는 거의 하지 말라는 얘기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죠.”

시민단체들은 무엇보다 ‘주거구역’이라는 용어 자체가 모호하고 ‘순간 최고 소음도’를 전가의 보도로 야간 심야집회는 물론 주간도 경찰이 자의적으로 집회를 제재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두메산골 아닌 이상 사람이 거주하고 있지 않은 지역이 없는데 ‘주거지역’에 대한 소음규제를 강화하려면 주거지역의 정의와 이를 따로 제한할 법률상 근거부터 명확히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한상희 교수 / 건국대 로스쿨]

“소음기준을 조금 높일 필요도 있고요. 특정 방법이라든지 또는 그러니까 소음 규제가 이루어지는 영역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을 전면적으로 한번 다시 손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꼭 밤 12시 넘어서까지 집회나 시위를 해야 하느냐, 이 시간대엔 좀 더 엄격히 소음을 규제하는 게 맞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8월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집회 소음 민원에 대한 경찰 대응에 만족한다는 답변은 22.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희훈 교수 / 선문대 법학과]

“일단 법을 떠나서 상식적으로 봤을 때 심야시간에는 누구든지 조용히 해주는 게 맞는 거죠. 저는 합리적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게 오히려...”

나아가 집회 장소와 시간대별로 소음 규제를 지금보다 훨씬 더 세분화해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희훈 교수 / 선문대 법학과]

“장소도 지금 크게 보면 2가지 밖에 구분이 안 되어 있잖아요. 분류가 이것을 조금 더 한 3~4단계로 좀 장소를 좀 구분을 더 해야 된다. 세분화 시켜야 된다..."

참여연대는 지난 4일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반대 의견서를 경찰청에 제출했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주거 평온권 사이 합리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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