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제자리 혈액투석 의료수가 '합헌' 결정... 헌재 "의사 불이익보다 공익 더 커"
20년째 제자리 혈액투석 의료수가 '합헌' 결정... 헌재 "의사 불이익보다 공익 더 커"
  • 유재광 기자
  • 승인 2020.05.0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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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견 "지속가능한 의료급여 제공 목적의 정당성 인정"
소수의견 "환자 개별적 차이 고려 없이 의료 선택권 침해"

[법률방송뉴스] 20년째 14만원 수준에 묶여 있는 만성신부전증 환자에 대한 외래 혈액투석 정액수가 기준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의료보험 정액수가는 병원을 찾은 외래 환자에 대해 투석 진료를 포함해 당일 시행한 모든 검사와 약제 등에 대해 일률적인 비용을 매기는 방식을 말합니다.

어떤 진료와 처치를 받았다 하더라도 같은 비용을 매기는 방식으로 천차만별인 혈액투석 비용을 일원화해서 의료급여의 재정 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취지로 지난 2001년 도입됐습니다.

도입 당시 1회 치료당 13만 6천원이었던 혈액투석 정액수가는 도입 13년 만인 지난 2014년 14만 6천120원으로 소폭 인상된 뒤 급여범위 조정 외에 거의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에 김모씨 등 의사 3명과 만성신부전증 환자 진모씨는 혈액투석 의료급여수가를 정액으로 규정한 보건복지부 고시가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해당 보건복지부 규정이 의료환경 변화와 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를 반영하지 못해 환자 상태에 따른 차등적인 진료를 차단, 의사의 진료의 자유와 충분히 진료 받을 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청구인들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헌재는 오늘 해당 규정에 대해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혈액투석 진료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정 안정성을 확보해 적합하고 지속가능한 의료급여가 제공될 수 있도록 도입된 수가 기준으로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는 것이 헌재의 다수의견입니다.  

헌재는 먼저 환자들의 보건권 침해 주장에 대해 "의료급여의 수준이 국가가 실현해야 할 최소한도의 보장에도 이르지 못했다거나, 국가가 국민의 보건권 등을 보호하는 데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습니다.

'의사들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헌재는 "혈액투석 진료가 비교적 정형적이고, 정액수가에 포함되지 않는 진료비용 등이 인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의사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공익에 비해 더 크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반면 이은애·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현행 정액수가제는 환자의 개별적인 상태에 따른 진료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같은 수가를 규정해 의사의 직업수행 자유와 환자의 의료행위 선택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반된다”는 소수의견을 냈습니다.

"정액수가는 의사가 최선의 진료가 아니라 정액수가의 범위 내에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진료만을 하도록 유인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환자가 정액수가를 벗어나는 의료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것이 이들 재판관들의 의견입니다.

의료급여 재정 안정과 환자의 선택권 존중, 헌재 다수의견과 소수의견 모두 명분은 있어 보입니다. 다만 “현행 정액수가제와 같은 정도로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수단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헌재 재판관 다수의 판단입니다. 

쉽게 말해 위헌 결정을 내리고 나면 그 뒤엔 어떻게 할지 대안이 지금으로선 없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는 위헌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 헌재의 오늘 결정 취지입니다. 

받고 싶은 진료와 치료를 무한대로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아주 제한적인 점을 감안하면 헌재의 오늘 결정은 논리적이고 합당해 보입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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