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수의 입고 출석, 방청석 둘러봐... 직업 묻는 재판부 질문에 "없다"
국민참여재판 거부... 조주빈 변호인 "처벌 달게 받을 각오 하고 있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김태호 기자 taeho-kim@lawtv.kr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김태호 기자 taeho-kim@lawtv.kr

[법률방송뉴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출석 의무가 없는 첫 공판준비기일에 예상과 달리 출석했다. 그는 성착취물 제작·유포 등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지만 아동 강제추행과 강간미수 등 일부 혐의는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는 29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주빈 등 3명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에 앞서 향후 심리 계획 등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들의 법정 출석 의무는 없지만 조주빈은 이날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했다.

조주빈과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사회복무요원 강모(24)씨는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조주빈은 담담한 표정으로 재판을 지켜봤다. 방청석을 둘러보기도 했다. 또다른 공범인 '태평양' 이모(16)군은 불출석했다.

조주빈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여성 피해자 25명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물을 촬영하고 텔레그램 대화방인 박사방을 통해 판매·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확인된 피해자 가운데 8명은 아동·청소년이다. 그는 15세 피해자를 협박한 뒤 공범을 시켜 성폭행을 시도하고 유사 성행위를 하도록 한 혐의, 5명의 피해자에게 박사방 홍보 영상을 촬영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재판부가 주민등록번호와 직업, 주소 등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날 것을 요구하자 조주빈과 강씨는 나란히 일어섰다. 조주빈은 재판부가 직업을 묻자 "없다"고 대답했다. 강씨가 인정신문에서 사회복무요원이라고 밝히자 재판부는 "아직 복무 중이냐"고 물었고, 강씨는 "복무 중단 상태라 아직 (사회복무요원 신분이) 유지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의사가 있는지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이들은 모두 거부 의사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 변호사들로부터 재판 전체를 비공개로 진행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서가 많이 들어온다"며 "이번 사건은 국민의 관심이 높고 언론의 보도로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으니 모두 비공개로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증거조사 절차 등에서는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가 가해질 수 있으니 조심하면서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공판절차 대부분은 방청석을 비우고 비공개로 진행됐다. 검찰이 법정에서 낭독하려고 준비해온 공소사실 요지도 피해자 이름을 가명으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재판부는 검찰 모두진술 부분도 비공개로 전환했다.

조주빈의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아동 강제추행, 강요 및 강요 미수, 아동 유사 성행위 및 강간미수 혐의 일부는 각각 부인한다"며 "음란물 제작 및 배포 등 나머지 혐의는 인정한다"고 밝혔다.

강씨는 공소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조주빈과의 공모관계는 부인했다. 강씨의 변호인은 "조주빈과 영상물 제작을 공모하지 않았다"며 "다만 스폰서 광고를 모집한다는 홍보 글을 올려 피해를 발생시켰으니 일정 역할을 한 셈이라 그 책임은 인정한다"고 변론했다.

재판부는 5월 14일 오후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하기로 했다.

조주빈의 변호인은 이날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에게 "조주빈은 영상 제작 및 배포는 모두 인정하는 등 대부분 범죄사실을 시인하고 있다"며 "다만 일부 영상 제작과정에 폭행 및 협박이 없는 등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주빈은 박사방 참여자도 26만명이 아니고 무료인 방은 많아야 1천명대, 유료인 방은 수십명대라고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조주빈이 깊이 반성하고 처벌을 달게 받을 각오를 하고 있어 오늘 재판에 출석했다"며 "수십 개 범죄 중 한두 개를 부인한다고 형량이 달라지지 않으니 형량을 깎겠다는 의도는 아니고, 형사소송은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 일부 (혐의를) 부인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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