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제도 없이 고양이 죽여... 서울대병원 의사 처벌 청와대 국민청원, 고발도 예정

실험에 사용된 고양이 '일찐이'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동물실험에 이용된 뒤 '고통사' 당한 고양이 '일찐이' /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법률방송뉴스] "대학병원의 가짜 연구에 멀쩡한 고양이 6마리가 무참히 죽었습니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글이다. 서울대학교 병원 이비인후과 한 연구팀에서 동물실험을 했는데 해당 실험은 '허위 연구'였고, 그 연구에 동원된 고양이 6마리가 '안락사'가 아닌 무참하게 '고통사'를 당했다는 것이 청원인의 주장이다.

동물실험, 어디까지 합법이고 어디부터 불법일까.

 

■ "서울대병원 W교수, 다음 주 고발 조치"... 혐의는?

동물보호단체 사단법인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는 2일 법률방송에 허위 동물실험에 고양이 6마리를 무참히 죽인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해당 연구 책임자를 이르면 5월 첫째 주 고발한다고 밝혔다.

권유림 법률사무소 율담 변호사는 "지난 달 28일 얘기를 듣고 바로 준비에 나섰고, 다음 주 정도 고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고발인은 W교수다.

고소 대상과 관련해 권 변호사는 "피고발인은 그 교수다. 비구협에서는 그 사람이랑 한 사람을 더 얘기를 하는데, 그 분이 고발 대상이 되는 것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W교수에 대한 고소와 관련해 적용을 검토 중인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마약류 관리법과 동물보호법, 실험동물법 위반 등이다.

이와 관련 W교수는 '인공와우 인식기' 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실험은 고양이의 청력을 인위적으로 훼손한 뒤, '인공와우'(인공 달팽이관)를 삽입해 뇌의 변화를 관찰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구협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국내 대학교병원 교수 연구팀은 존재하지 않은 가짜 연구를 위해 허위 동물 실험 계획서를 작성하고 실험윤리위원회를 속였다"고 주장했다.

비구협은 서울대병원 연구기관에서 근무한 A씨의 '공익제보'라며 "실험 기간 종료 뒤엔 남은 고양이 6마리를 마취제 없이 염화칼륨만으로 고통사 시켰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실험의 진위와 가치 여부와는 별개로 비구협은 특히 실험에 사용된 고양이 입수 출처와 처리를 놓고 서울대병원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해당 대학 교수 연구팀은 최소 20마리 이상의 고양이들을 번식장에서 샀다고 했지만,  번식장이 어디인지 불분명하고 대부분 고양이가 상품 가치가 별로 없는 코숏종으로 길고양이나 시 보호소에서 고양이를 받아와 실험에 공급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 비구협의 주장이다.

 

■ 실험동물 고통사, 동물보호법 대신 마약류 관리법으로 처벌?

A씨는 "수의사가 실험묘 6마리 모두에게 사전 마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심정지 약품을 투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험에 이용한 고양이 6마리를 마취도 안하고 고통스럽게 죽였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A씨는 "실험이 종료된 후에는 남아 있던 6마리의 고양이를 본인이 맡아서 키우거나 입양을 보내겠다고 건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요청이 묵살되었고 실험 후 모두 고통사를 당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꼭 안락사를 시킬 필요가 없는 고양이 6마리를 그것도 안락사가 아닌 마취제도 안 쓰고 고통스럽게 죽였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측은 "W교수 연구팀은 실험계획서상 실험묘들을 안락사 할 경우 사전 마취제로 '졸레틸'을 사용하겠다고 보고했다"며 "마취제인 졸레틸을 사용해서 안락사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비구협은 "서울대병원 측으로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관리 림스(LIMS)를 제출받아 확인한 결과, 6마리 고양이에게 마취제를 쓴 기록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권 변호사는 "본인들은 실험계획서에 보면 실험이 종료가 되면 졸레틸을 사용해 마취를 한 다음 안락사를 시행하겠다고 돼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랬는지 의문"이라고 서울대병원 측의 해명에 의문을 나타냈다.

권 변호사는 "학술자가 연구를 한 후 마약류 사용에 대해서 장부를 작성을 해야 하는데, 나중에 서울대병원 측에 정보 제공 요청을 했을 때 고양이에 대해서는 졸레틸을 사용한 흔적이나 이런 장부가 없었다"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이같은 의혹 제기에 서울대병원 측은 마취제 사용기록이 없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단순누락으로 고양이 고통사는 아니다고 해명하는 상황이다.

일단 동물 안락사와 관련해 동물보호법 23조는 "동물이 회복할 수 없거나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 할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신속하게 고통을 주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위반에 대한 처벌규정은 없다.

그렇지만 서울대병원 측이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졸레틸은 마약류로 식약처의 철저한 관리를 받는 품목이고, 마약류를 사용한 내역은 반드시 식약처 관리시스템에 기록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마약류 관리법에 따라 형사처벌 받게 된다.

고소고발이 이뤄지고 수사가 진행되어서 서울대병원 측이 졸레틸을 고양이 안락사에 쓰지 않았어도 동물보호상 처벌 규정이 없어 처벌할 수 없지만 사용 내역 등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다면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론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 실험동물법 있지만 고양이엔 무용지물?

서울대병원에서 제출한 동물 개체기록지에 따르면, W교수는 해당 연구를 위해 최소 20마리 이상의 고양이를 실험에 이용했다. W교수는 고양이들을 경기 파주시에 있는 'CJ farm'으로부터 개인 반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씨는 W교수의 이같은 주장을 부인하며 "고양이 장수로부터 사왔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비구협은 “동물 개체기록지에 명시된 농장의 이름과 대표자 이름으로 경기도 파주시청에 등록된 동물 관련 업종 업체들을 파악해봤지만, 해당 업체는 찾을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관련해서 실험동물법 제9조는 "동물실험 시설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실험동물'을 사용하는 경우 실험동물 공급자한테 실험동물을 공급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한 실험동물'은 기니피그, 마우스, 랫트, 개 등 총 9종으로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고양이는 포함돼 있지 않다.

즉, 국내에선 아직까지 동물실험과 관련해 고양이의 경우엔 정식 실험동물 공급자에 대한 규정 자체가 아예 없다는 얘기다.

일단 만약 서울대병원이 실험으로 사용한 고양이에 유기·유실 고양이가 포함됐을 경우 이는 동물보호법 제24조 위반에 해당한다. 동물보호법은 유실·유기동물(보호조치 중인 동물을 포함)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을 금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권 변호사는 "길에 있는 고양이들을 데리고 실험을 했다고 한다면 동물보호법 24조에 따라서 법에 저촉된다. 그쪽은 CJ farm이라는 곳에서 데려왔다고 하지만 어쨌든 수사기관에 의뢰는 해볼 생각"이라고 법률방송에 밝혔다.

권 변호사는 "연구하던 분이 '얘네는 길냥이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는 게 있었다"고 덧붙였다.

 

■ "실험동물 고통사, 처벌규정 마련해야"

농림축산검역본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국내에서 모두 1천256마리의 고양이가 동물실험에 이용됐다. 이중 63%인 789마리가 극심한 고통의 실험인 고통등급 D와 E에 이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실험은 동물이 느끼는 고통의 정도에 따라 가장 낮은 A등급부터 가장 심한 E등급까지 5단계로 나뉜다. 이 같은 상황에도 현행 동물보호법엔 고통사와 관련한 처벌조항이 없거나 미비해 가해 병원에 사실상 아무런 처벌도 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구협은 "고통사를 한 부분은 안타깝게도 미비한 현행 동물보호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며 "이에 대해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동물보호법에 반드시 동물실험에 대한 비윤리적인 고통사에 대해서도 처벌 규정을 법안으로 마련해주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비구협은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실험동물'에 고양이가 없어 실험동물 공급과 규제의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유기묘나 길고양이들이 동물실험자들에 의해 아무렇게나 실험될 위험에 노출돼 있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비구협은 이에 "동물보호법상 길고양이가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길고양이에 대한 법적 지위를 공고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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