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심리 착수... 조국 당시 법무부훈령으로 폐지 "알 권리" vs "인격권 침해"

[법률방송뉴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사법권력의 최정점에 섰었던, 혹은 지금도 서있는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는 점인데요.

여러 부작용과 논란 때문에 법무부가 피의사실 공표 금지 등이 포함된 포토라인 제도를 원칙적으로 폐지했는데, 이 포토라인 폐지가 위헌이라며 제기된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가 정식으로 심리합니다.

심판 쟁점이 어떻게 될지 짚어봤습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찰 신상정보공개위원회 결정으로 지난달 25일 엽기적인 성착취범 'n번방 박사' 조주빈의 얼굴이 언론에 공개됐습니다.

그러나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된 조주빈은 검찰청사 내에선 따로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바로 청사로 들어갔습니다.

지난해 10월 만들어져 12월 1일부터 시행된 법무부 훈령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조치입니다.

해당 규정 제28조 2항은 "사건 관계인의 출석, 조사, 압수·수색, 체포·구속 등 일체의 수사과정에 대해 언론이나 그 밖의 제3자의 촬영·녹화·중계방송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일부 예외조항이 있지만 원칙적으로 포토라인에 세우거나 피의사실 등 수사 관련 내용을 일체 누설하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검찰이 피의사실을 흘리며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워 망신을 주거나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등의 지적과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당시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 소환과 관련해 '왜 하필 지금 포토라인 금지냐'는 지적과 함께 공인의 경우엔 포토라인에 세워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에 지난달 24일 권모씨는 해당 규정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재는 최근 해당 헌법소원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헌재는 앞서 지난 1월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포토라인 폐지가 언론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선 "법무부 훈령은 대내적 효력만 가질 뿐 공권력 행사로 보기 어렵다"며 각하한 바 있습니다.

포토라인을 금지한 것이 헌법심판 대상인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없어 본안 심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검찰은 이미 신상과 얼굴이 다 공개된 조주빈에 대해서도 해당 규정을 적용해 포토라인 설치를 제한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헌재가 한 번 각하했던 포토라인 폐지 헌법소원을 정식으로 심리하기로 한 것은, 이런 논란과 향후 유사한 헌법소원이 이어질 것 등을 감안해 해당 조항의 위헌성과 타당성 여부를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심판에선 법무부가 포토라인을 제한한 것을 헌법소원 대상인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있는지부터 다시 가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포토라인에 피의자를 세우는 것이 아닌 포토라인에 피의자를 세우지 않는 것까지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있을지가 쟁점입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과 교수 / 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사실상 돼 있는 힘을 갖다가 없애버리겠다는 그런 뜻이 공권력 행사의 의미라고 보여진다면 그런 것에 대한 질문이죠. 그런데 그것을 국가가 공권력으로 금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다시 말해서 다른 사람에게 포토라인을 그어서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것이니까..."

이는 다시 애초 검찰 포토라인을 폐지한 것이 포토라인이 그동안 피의자 망신주기 등 위법하거나 정당하지 않은 공권력 행사였다는 인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과 교수 / 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지금 포토라인 그어놓은 게 그 사람 보고서 강제하는 건가요? 누가 강제시켜 주나요? 강제시킬 수 없잖아요. 너는 왜 강제할 권한도 없으면서 강제하느냐. 신체 이동의 자유죠, 그것을 스톱시켰잖아요, 지금. 그런데 그런 권리가 어디서 나와요."

따라서 심판에선 언론의 자유를 통한 국민의 알 권리와 프라이버시나 명예훼손 같은 개인의 인격권을 두고 심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성일 변호사 / 안성일 법률사무소]
"국민의 알 권리 하고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게, 일반 국민의 명예 하고 국민의 알 권리 하고 많이 충돌이 되죠. 수사 내용을 알리지 않거나 피의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는 말이죠. 그러니까 그게 상반되는 거예요. 초상권 내지는 명예권을 침해하는 것이 되느냐,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이냐, 그 부분이 쟁점이 되겠죠."

나아가 이번 헌법소원 사건은 검찰이 피의자를 적극적으로 포토라인에 세우진 않더라도, 포토라인 폐지 규정을 사유로 소환 사실 자체를 알리지 않거나 소환하더라도 비밀리에 소환해 언론 취재를 차단하는 등 여러 경우의 수가 많아 치열한 논쟁이 예상됩니다.

포토라인 폐지 헌법소원을 전원심판대 위에 올려놓은 헌재가 어떤 심리 과정을 거쳐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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