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선생님이 그랬어요"... 수사 초동단계부터 전문적·과학적 대처해야

[법률방송뉴스] 오늘(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사립유치원에서 만 3세의 유아를 성추행한 흉악범을 처벌 부탁드린다"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문제는 어떤 증인이나 증거도 없고 오로지 만3살짜리 아이의 '피해 진술'만 있다는 점입니다. 재판이 어떻게 진행될까요.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오늘 오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경기도 수원시 사립유치원에서 만 3세 유아를 성추행한 흉악범을 처벌해달라"는 청원입니다.

사건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만 3살 된 딸을 어린이집에서 사립유치원에 보냈는데 입학 2주 뒤부터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싫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적응에 시간이 걸리나 보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아이는 어느날 "유치원에 할아버지 선생님이 있다"는 말을 합니다. 

'연세가 드신 남자 선생님이 있다 보다' 생각했지만, 아이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할아버지 선생님'의 존재에 대해서 얘기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엉덩이가 아프다"는 표현을 여러 차례 했는데 겉에서 보기엔 별다른 이상이 없어 이 또한 넘어갔습니다. 

아이를 목욕시키려 하는데 아이가 엉덩이가 아프다고 자지러지게 울어서 자세히 확인을 해보니, 생식기 주변이 새빨갛게 부어있었고, 엉덩이 끝 쪽에는 손톱에 긁힌 듯한 상처도 있었습니다.

엄마가 "엉덩이 누가 그랬냐"고 아이에게 묻자 아이는 "할아버지 선생님이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엄마가 아이 표현대로 '할아버지 선생님'으로 보이는 두 명의 남성 사진을 받아 아이에게 보여주니 아이는 그 중 한 남성을 보고 "할아버지 선생님이야" 하며 눈물을 글썽였다는 것이 청원인이 올린 글 내용입니다.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와 진술 조력인의 도움을 받은 경찰 조사에서 만 3세 아이는 "할아버지 선생님이 자신의 바지에 손을 넣고 엉덩이를 만지고, 가슴을 문지르는 행위를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문제는 다른 증언도, CCTV 같은 물적 증거도, 그 어떤 객관적인 증거도 없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만 3세 아이의 증언만 있다는 점입니다.

거짓말 탐지기도 시도해봤지만 용의자로 지목된 남성이 약을 복용하는 관계로 '판독 불가'로 나왔다는 것이 청원인의 설명입니다.

아이 부모는 이와 관련 "코로나로 인해 재판이 연기되고 1년이 넘도록 법정 공방까지 가게 되어 힘들고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이라며 "흉악범이 곡 처벌 받기를 원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단 성폭력 지원센터나 진술 조력인의 도움을 받아 경찰 조사를 받은 것은 초동 대처를 잘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천정아 여성·아동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소헌]
"아동이나 장애인의 의사소통 능력 이런 것에 관한 전문가들을 수사 초기단계부터 붙여서 그들과 소통해서 진술을 확보해놓는 이러한 방법도 있고요."

유죄 판결 관건은 CCTV 같은 물적 증거가 없어도 성추행 피해에 대한 아이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이라는 데에도 이견이 없습니다.

[천정아 여성·아동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소헌]
"성폭력 사건 목격자 없어도 되고 객관적 증거 없어도 되고 피해자 진술 신빙성만으로 충분히 다 형사처벌 되고 있거든요. 유죄 판결 받고 있고. 그런데 어린 아이,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더 쉽게 잊어버리고 자기에게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진술하는 능력이 부족한..."

그렇다고 확실한 아이 진술을 확보하거나 유지한다고 부모나 주변에서 아이에게 피해 사실을 과장해서 혹은 있지도 않은 사실을 주입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는 것이 천정아 변호사의 조언입니다.

이 경우 거꾸로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 지난 9일 대법원은 초등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교감에게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진술 변경 경위에 피해자 모친의 영향이 상당부분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항소심 판단이고 대법원도 이를 그대로 확정한 겁니다.

[천정아 여성·아동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소헌]
"재판부에서는 '이것은 부모에 의해서 진술이 조작됐다, 오염됐다' 이렇게 볼 수 있잖아요. 객관적으로 일반적으로 아이의 통상적인 진술능력이나 생활환경이나 이런 것에 비춰봤을 때 진술 내용이 많이 달라진다든가 표현이 바뀐다든가..."

전문가들은 아동 성폭력 사건의 경우엔 재판 이전 수사 단계부터 별도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합니다.

[이미경 /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이게 법원만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일단 기소가 돼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검찰에서 어떤 노하우, 아동 성폭력에 대한 전문성과 그 다음에 과학적인 수사 이런 게 다 돼야 되겠죠."

해바라기센터에서 "할아버지 선생님은 엄마랑 똑같은 거 안 가지고 있다”며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는 것이 청원인의 주장입니다.

법원이 만 3세 아동의 성추행 피해 진술의 증거능력을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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