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드라마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죄 성립 여부 – ‘서울 1945’에 대하여
역사 드라마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죄 성립 여부 – ‘서울 1945’에 대하여
  • 현지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 승인 2020.04.24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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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례, 역사드라마의 성격을 '기록적, 개연적, 상상적, 허구적 서술방식' 4가지 유형으로 세분화

[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드라마, 영화 등 문화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와 독자들이 궁금증을 가질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현지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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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작가의 상상력을 토대로 픽션의 세계를 그리는 창작물이다. 그러나 ‘역사드라마’는 조금 다르다. 실제로 존재했던 사실을 바탕으로 제작한 역사드라마는 필연적으로 그 시대에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에 대한 내용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허위사실이 문제된다.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7도8411 판결은 이에 대해 판단의 기준을 제시한 판례다.

이 사건 드라마는 ‘서울 1945’(KBS1 TV 2006년 방영)이며 해당 드라마의 작가와 연출자가 피고인들로 형법 제308조의 사자명예훼손죄로 고소되었다.

고소 내용은 피고인들이 피해자 망 이승만 전 대통령과 망 장택상 전 국무총리를 친일파로서 ‘정판사 사건’을 해결하는 것처럼 묘사했고, 피해자들을 ‘여운형 암살사건’의 배후인 듯이 방송해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인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먼저 사자명예훼손죄의 요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허위사실을 공연히 적시할 것. 둘째 허위사실이라는 것을 인식할 것. 이 중 드라마를 통해 방송되었으므로 ‘공연성’ 요건은 특별히 문제되지 않는다. 이 사안에서는 허위사실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적시하였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먼저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 특히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역사드라마라는 장르적 특징에 있다. 역사드라마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나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이를 재해석하는 픽션으로서의 본질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을 허구로 표현할 수 있는 그 범위와 한계가 문제된다.

해당 판례는 먼저 역사드라마의 서술방식을 나누어 이를 살펴보았다. 기록적, 개연적, 상상적, 허구적 서술방식이 그것이다. 이 사건 드라마 ‘서울 1945’의 경우 허구적 서술방식, 즉 역사는 그저 배경에 불과한 서술방식을 따라 몇 가지 중요한 사건을 제외하고는 허구의 가상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사랑과 우정, 이념적 대립 등을 그린 것으로 피해자들은 배경인물에 불과하다. 게다가 ‘정판사 사건’이나 ‘여운형 암살사건’의 경우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내막이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더더욱 허구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으며, 드라마에서 사용한 표현만으로는 피해자들에 대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판례는 역사드라마에 대해 흥미로운 논지를 전개했는데, 역사드라마를 본질적으로 과거를 새롭게 해석하는 역사의 하나로 본 것이다. 이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역사드라마에 대해 사자명예훼손죄를 쉽게 인정할 경우, 이를 악의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적 소송이 증가하여 결국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사 이 사건 드라마에서 비록 진실인 것처럼 오해될 소지가 있는 허구가 묘사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역사적 인물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허위사실을 인식하였는지에 관해 판례는 역사드라마가 ➀객관적인 자료에 의해 뒷받침되었고, ➁드라마 내용이 해당 자료에 근거한 캐릭터로서의 모습에 침해되지 않는 범위 내이며, ➂드라마의 현실감 등을 위해 내용이 각색된 것이라면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사건 드라마는 다양한 참고문헌을 토대로 제작된 것으로, 피고인들이 피해자들과 관련한 방송 부분이 진실에 가까운 것이라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판례는 피고인들이 허위사실을 인식하지도 않은 것으로 판시했다.

이 사건 판례에서 주목할 점은 역사드라마와 사자명예훼손죄의 관계에서 각 역사드라마의 성격을 4가지 유형으로 세분화하고 그에 따라 그 적용 기준을 달리했다는 것이다. 이는 이전 판례에서부터 지속되어온 경향을 구체적으로 유형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실제로 역사드라마라는 이름으로 제작되는 드라마의 형태는 다양하고 그에 따라 요구되는 진실성의 척도 및 시청자가 사실이라고 받아들이는 정도는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사자가 명예훼손죄로 해당 모델 콘텐츠를 고소한 경우 무엇이 진실한 사실인지에 대해 더욱 다양한 각도에서 조사가 필요하다.

현지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webmaster@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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