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링거사망 사건'... 남자친구에 링거로 치사량 약물 투여해 사망
전직 간호조무사 "동반자살 하려다 나만 살아나... 결단코 살인 아냐"
1심 "전혀 반성 기미 없이 범행 부인...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법률방송뉴스] 경기 부천의 한 모텔에서 남자친구에 약물을 과다 투여해 사망케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전직 간호조무사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오늘(24일) 살인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30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간호조무사는 동반자살하려다 자기만 살았다고 주장을 했는데, 살인이라면 살인 동기는 뭐였을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이른바 ‘부천 링거사망 사건’으로 불린 사건인데, 전직 간호조무사 32살 A씨는 지난 2018년 10월 21일 오전 11시 반쯤 부천의 한 모텔에서 링거로 마취제 등을 투여해 당시 30살이던 남자친구 B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조사 결과 B씨는 치사량 이상의 프로포폴과 리도카인, 디클로페낙을 투여받아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A씨도 약물을 투여하긴 했지만 치사량과는 거리가 먼 치료농도 이하를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애초 함께 자살을 할 것처럼 남자친구를 속여 동의를 얻어 살해한 '위계승낙살인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두 사람이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위계승낙’을 빼고 살인죄 등을 적용해 기소했습니다.

수사와 재판과정 내내 그리고 지난 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도 A씨는 "피해자의 고민과 자살하자는 이야기에 동화돼 피해자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겠다는 생각에 동반자살을 하려 했다“며 ”결단코 살인은 아니다. 남자친구를 말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검찰은 “피해자는 자신의 죽음에 동의한 적이 없다”며 “피고인은 수사기관 조사 때 수시로 거짓말을 하고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A씨의 태도를 강하게 질타하며 무기징역을 구형했습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 임해지 판사는 오늘 “부검으로 주사 쇼크를 알 수 있는지 검색하는 등 의학지식을 이용해 동반 자살로 위장했다”며 살인죄를 유죄로 판단해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습니다. 

"피해자가 동반 자살을 하기로 약속했다는 증거는 피고인 진술이 유일한데, 그 진술이 빈약할 뿐 아니라 신빙성도 매우 낮다. 피해자는 피로회복이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링거를 맞아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개인회생 절차를 진행 중이던 피해자가 대금을 꾸준히 납부하고 있었던 점, 고정 급여가 있었던 점 등을 들어 피해자가 자살할 정도로 정신적·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피고인은 전혀 반성하는 기미 없이 살인 범행을 부인하고 유족의 아픔을 달리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며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돼 참회하고 유족에게 속죄하는 게 마땅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법정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 누나는 재판부가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자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앞서 결심공판에서 피해자 누나는 "A씨는 구속 전 불구속 상태에서 필라테스를 배우고 가족들과 맛집을 찾아다니며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있을 때, 저희 가족은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과 고통을 억누르며 견뎌왔다“며 엄벌을 호소한 바 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성매매를 했다고 의심해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A씨의 범행 동기를 밝혔습니다.

남자친구가 성매매를 했다는 ‘의심’만으로 남자친구를 살해한 이 전직 간호조무사는 정작 자신은 남자친구 몰래 2년 넘게 다른 남자와 동거를 해왔다고 합니다.

남자친구는 그런 것도 모르고 A씨에게 “너를 닮은 딸을 낳고 싶다”는 문자를 보내는 등 미래를 꿈꾸고 계획하며 집안에 ‘결혼할 사람’이라고 인사까지 시켰다고 합니다. 

흰색 마스크를 쓰고 짙은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A씨는 재판장이 징역 30년 선고 양형 이유를 설명하는 동안 별다른 기복 없이 담담한 표정을 보였습니다. 

살인죄 무죄 판결을 ‘혹시나’ 기대했지만 ‘역시나’ 하는 그런 ‘담담한’ 표정이었을까요. 그리고 A씨의 변호인은 A씨가 무죄라고 믿고 변호한 걸까요. 그냥 ‘일’이니까 변호한 걸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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