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없는 사고... 뒤에서 추돌했어도 택시에 과실 100%

▲한문철 변호사= 이 방송 보시는 분들 중에 택시 운전하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택시, 대체로 몇 차로로 가시나요. 1~4차로가 있으면 4차로로 가는 게 제일 안전하죠. 그러다가 승객이 있으면 비상등 켜고 멈추고요.

그런데 4차로에는 가끔 장애물이 있어요. 불법 주정차 된 차도 있고요. 그래서 3차로로 많이 달리십니다. 그러다가 손님 발견하면 손님 쪽으로 꺾는데요. 그러는 중에 사고 많이 일어납니다. 영상 보시겠습니다.

블랙박스차는 4차로를 천천히 달리고 있습니다. 조금 앞에 한 15m 앞쯤일까요. 택시가 가고 있습니다. 택시 3차로, 블박차 4차로, 앞의 신호는 녹색 신호입니다. 정상적으로 가는데 갑자기 택시가 ‘어이쿠!’

택시가 10m 앞쯤 될까요. 갑자기 꺾습니다. 그때 블박차 빵 하는데 결국 피하지 못하고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사고 왜 일어났을까요. 오른쪽에 손님이 한 명 서있었어요. 그 손님보고 택시가 그냥 꺾다가 뒤에서 오는 블박차는 못 본 것이죠.

일반적으로 택시가 손님 발견하면 아무것도 안 보이나 봐요. 손님만 보이나 봐요. 아무리 손님이 보이더라도 오른쪽 깜빡이 켜고 뒤에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를 보고 들어가야 하는데 손님에게 가야겠다는 생각에 뒤에서 오는 차를 못보고 그냥 간 것이죠.

블박차 입장에서는 갑자기 꺾어서 들어오면 어떻게 합니까. 이번 사고 100 대 0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택시가 들어오면서 깜빡이 켰네요. ‘빵’ 할 때 켰네요.

택시가 “나 깜빡이 켰으니까 내가 앞에 있었으니까 뒤에서 오던 블박차가 전방주시 잘 했어야죠. 이번 사고 블박차에게도 잘못 있습니다. 90 대 10입니다” 이렇게 주장합니다. 과연 여러분들이 보실 때 블박차 운전자가 피할 수 있었을까요. 이번 사고 과실비율은 몇 대 몇일까요.

앞에 가던 택시가 브레이크 잡고요. 그리고 블박차가 택시 옆을 지나칠 때 그때가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불과 2초 걸립니다. 택시는 미리 승객을 발견하고 브레이크 잡고 들어가고 있죠.

그러나 블박차는 택시가 브레이크 잡은 상황에서 똑같이 브레이크 잡나요? 그건 아닙니다. 택시가 브레이크 잡고 꺾을 때 그때 같이 브레이크 잡는 것이죠. 2초 만에 멈출 수 있나요. 택시는 브레이크 잡고 대각선 들어오고 블박차는 브레이크를 잡고 도저히 피할 수가 없습니다.

빵 하면서 브레이크 잡아봤자 그리고 빵 하면서 브레이크 잡는 순간부터 사고 날 때까지 1초 밖에 안 걸립니다. 이럴 때 블박차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택시를 박아야 할까요. 아니면 핸들 급히 틀어서 오른쪽으로 가야할까요.

갑자기 들어오는 택시를 피하는 것은 누구나 당연한 것이죠. 어떤 분들은 “저런 상황에서 택시를 피하면 안 돼. 택시를 박아야 해”라는 분들도 계시지만 운전하면서 갑자기 앞으로 오면 핸들 트는 거 누구나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오른쪽으로 틀려고 했더니 거기에는 또 승객이 있어요. 왼쪽엔 택시, 오른쪽엔 사람이 있고 블박차 운전자 순간적으로 정말 잘 피하셨습니다. 피하긴 피했는데 신호기 기둥을 박고 조수석에 탔던 부인이 많이 다쳤습니다.

블박차 운전자에게 잘못이 있을까요. 택시를 피한 게 잘못일까요. 또 택시가 브레이크 잡을 때 앞에 가는 택시가 브레이크 잡을 때 그것보다 1초 늦게 잡은 것, 그게 잘못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택시는 미리 봤죠. 택시의 관심사는 옆에 사람이 있나 없나 입니다. 블박차 운전자는 택시보다 뒤에 있었고요. 그리고 길가에 서있는 사람이 내 눈에 안 들어오죠. 택시는 미리보고 브레이크 밟지만 블박차 운전자는 택시가 브레이크 잡는 것을 보고 나도 밟아야지, 1초 차이가 납니다.

1초 만에 택시는 들어오고 블박차는 지나가고 도저히 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택시가 꺾을 때 택시를 왜 피했느냐, 피한 게 잘못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얼마 전 2018년 2월에 인천에서 1차로에서 오던 택시가 손님을 발견하고 2, 3차선으로 꺾어 들어가는데 3차로 진행하던 레이 승용차가 그 차를 피하다가 길가에 서있던 아저씨를 쳐서 사망케 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 사고에서 1심은 레이 승용차, 택시를 피한 차 운전자에 대해서 벌금 1천200만원의 유죄를 선고했는데요. 항소심에서는 “피한 게 잘못이 아니다. 순간적으로 택시랑 부딪히거나 핸들 틀거나 둘 중에 하나인데, 핸들 틀었을 때 그때 불과 10m도 안 되는 거리 앞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피하느냐. 블박차 운전자에게 잘못을 찾을 수 없다”고 하면서 무죄가 선고됐고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됐습니다. 갑자기 끼어들었던 그 택시는 비상등만 깜빡깜빡하고 갔는데요. 그 택시 운전자에게 모든 책임이 인정됐죠. 사망 뺑소니로 물론 나중에 유족들과 형사합의가 원만히 돼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끝났는데요.

이번 사고는 작년에 인천에서 있었던 그 사망사고에 비해서 오히려 더 피하기 어려웠던 사건으로 보여집니다. 인천 사건이 100 대 0이었습니다. 이번 사고도 당연히 100 대 0이어야만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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