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합격률 50% 내외, '5년 내 5회' 응시 제한... "제도 손볼 때 됐다"

[법률방송뉴스] '오탈자(五脫者)'라는 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신문이나 책에서 보이는 오자나 탈자라는 뜻이 아닌데요.

로스쿨을 졸업했지만, 변호사시험에서 5번 탈락해 변호사가 될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린 사람들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모레 24일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발표됩니다.

국내 로스쿨이 도입된 지 올해로 12년째가 됐지만, 갈수록 문제점이 더 커지고 있는 로스쿨과 변호사시험 제도.

법률방송이 오탈자들의 솔직한 발언을 통해 문제가 뭔지 짚어봤습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로스쿨 졸업 후 '5년 이내 5차례'까지만 변호사시험 응시를 제한하는 변호사시험법 규정, 이른바 '5회 응시 제한' 제도에 따라 지난해 8회 변호사시험까지 '응시 금지자'가 된 로스쿨 졸업생의 수는 총 678명입니다.

7회 변시까지의 응시 금지자 수는 441명, 응시 금지자는 매년 약 240~260명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오는 24일 9회 변시 합격자 수가 발표되면, 응시 금지자는 920~94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변시 5회 응시제한 제도는 소위 '변시 낭인'을 막기 위한 목적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응시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변호사업계의 '포화 상태'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5년간 5차례 변시에 응시했으나 합격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소위 '오탈자'라는 낙인이 찍힙니다.

[변호사시험 응시 금지자 A씨]
"통상 법무부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 (오탈자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저희는 '응시 금지자'이거든요. 제가 살면서 평생 동안 금지되는 것이거든요. 변호사시험 평생 금지를 당하는 거라서..."

응시 금지자를 향해 "5차례 기회 동안 왜 합격하지 못했냐"는 시선이 있지만, 이들은 사정을 모르는 얘기라고 말합니다.

변시 합격률이 매년 50% 정도에 불과해 응시자 2명 중 1명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당초 자격시험으로 도입된 변호사시험이 선발시험이 돼버려 '변시 낭인'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더 큰 문제는 5번의 시험을 '연속'으로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출산과 육아, 질병이 있어도 응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변호사시험 응시 금지자 A씨]
"5년이라는 제한 때문에 출산을 한 달도 채 남기지 못하고 시험장에 들어가서 시험을 치렀어야 됐고, 한 번의 응시 기회를 그런 식으로 날려버렸던 적이 있고요. 그 다음에는 아예 응시조차 할 수 없었고..."

희귀병 진단을 받았지만, 시험을 중단할 수 없어 결국 장애 판정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습니다.

[변호사시험 응시 금지자 B씨]
"변호사시험 기간 동안 다발성경화증이라는 희귀 난치병에 걸렸습니다. 희귀 난치병에 걸린 다음에도 '5년 5회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계속 합격률도 떨어지고 적극적 치료를 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보다가 결국에는 장애인 판정까지 받게 됐습니다."

심지어 시험 부담으로 인해 갖고 있던 질병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사망에 이른 경우도 있습니다.

[변호사시험 응시 금지자 A씨]
"암 투병을 앓으셨던 분이 계신데 그 분 같은 경우는 돌아가셨어요. 5년 제한만이라도 없었으면 충분히 치료를 받고 쉬었다가..."

응시 금지자가 되면 트라우마가 남습니다. '오탈자'가 된 데 대한 피해의식입니다.

[양필구 / 전남대 로스쿨 재학생]
"응시 금지가 되신 분들의 내적 상태가 매우 심각하게 안 좋거든요. '5번 했는데도 안 되면 안 된 것이다'라고 말을 하는 것은 구조적 결함, 그리고 합격률의 문제를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겠다는 기저, 내부에 깔려있는..."

이들은 응시자 중 절반만이 합격하는 변시에서 5년 이내 5회로 응시를 제한하는 것은 구조적 모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변호사시험 응시 금지자 B씨]
"희귀 난치병에 걸렸을 때는 '하늘이 신체의 자유에 형벌을 내리시는구나' 했습니다. 그런데 평생 응시 금지자가 된 다음에는 '국가가 제 자유의지를 침해하는 형벌을 내리는구나' 생각에 심적인 충격이..."

오탈자들은 당장 급한 문제로 거액의 '대출 상환' 부담을 공통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변호사시험 응시 금지자 C씨]
"그동안 모아두었던 것도 다 쓰고 거기에 빚까지 져가면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크고요."

[변호사시험 응시 금지자 D씨]
"마이너스 통장을 대부분 많이 써요. 국립대는 학자금이 보통 한 학기당 500만원씩 해서 6학기 하면 3천만원 정도 잡으면 돼요. 사립대는 2배예요.”

변시 응시 금지자가 된 후 취업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로스쿨을 다니면서 썼던 돈을 갚고 있습니다.

[변호사시험 응시 금지자 D씨]
"한 2년 정도 정리했는데, 아직도 계속 갚고 있죠. 대출이 굉장히 힘들어요. 그러면 10년 경력 공백으로 취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빚이 거의 6천~7천만원이에요."

이른바 '금수저' 로스쿨생의 경우 일을 병행하지 않으면서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나온 것처럼 변시 코칭을 받기도 한다고 합니다. '사시 낭인'을 양산한 사법고시를 폐지하고 "계층 사다리를 없애겠다"며 도입한 로스쿨 제도의 취지가 무색한 대목입니다.

[변호사시험 응시 금지자 D씨]
"스카이캐슬 수준으로 관리받으면서 해야지 합격할까 말까 하는 수준인데 돈 없는 로스쿨생은 3년 지나면 그때부터는 빚쟁이가 되니까..."

법조계에서는 변시 합격률이 지금처럼 50%에 불과한 상태에서 5회 응시 제한을 유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비판합니다.

[박진우 변호사 (변시 5회) / 박진우 법률사무소]
"합격률을 높여서 5회 응시 제한을 유지하거나 지금처럼 합격률이 낮아진 상황에서는 응시 제한 횟수를 늘려주거나 하는 방안이..."

변시에 5년 동안 '연속'으로 응시하도록 한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등 위헌성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박진우 변호사 (변시 5회) / 박진우 법률사무소]
"10년 이내 5회 제한이라고 한다면 자기가 충분히 경력으로 부족한 부분 조금 더 띄어서 이렇게 할 수 있을 텐데, 그것이 군대 내지는 기타 아주 특별한 사유 말고는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요. 그런 부분 때문에 5회 응시 제한이 더 불합리한 면이 커진다고 생각됩니다."

제9회 변시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로스쿨생들은 어제 정부과천청사 앞에 모여 집회를 열고 법무부에 "변호사 배출 수 통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법조인 양성과 배출 제도의 문제점, 이제 그냥 덮어둘 수 없는 한계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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