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 선고 12% 불과... 대법원 양형위원회, 디지털성범죄 새 양형기준 논의

[법률방송뉴스] 오늘(20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선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이라는 단체의 법원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n번방 등 텔레그램 성착취는 사법부의 솜방망이 판결을 먹고 자랐다"는 게 이들의 성토입니다.

관련해서 오늘 오후 대법원에선 디지털성범죄 새로운 양형기준 정립을 위한 양형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가해자에 이입하는 판사들을 쫓아내자', '성인지 빵점 재판부' 같은 문구가 쓰여진 손팻말을 들고 법원 규탄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습니다.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이라는 단체 소속 회원들로 법원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수많은 'n번방들'이 음습하게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다는 것이 이들의 성토입니다.

[단오 /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아동에 대한 성착취는 전 세계적으로 반인륜적 범죄로 취급하는 데도 우리나라 재판부는 무슨 생각인지 알 수조차 없습니다. 이런 판결들을 먹고 이 범죄자들은 텔레그램으로 옮겨간 것이고..."

일단 아동·청소년의 성보호법에 관한 법률 제11조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영리 목적 판매는 벌금형 없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단순 배포의 경우에도 최대 7년까지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조문상 형량은 강간에 준해 처벌하는 등 결코 가볍지 않은데 문제는 법원의 실제 판결 양형입니다.

2014년부터 5년간 청소년성보호법 11조 위반으로 처벌받은 50건 중 44건인 88%가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단 6건, 12%에 불과합니다.

아동·청소년 음란물은 만들거나 퍼트려도 10에 9명 가까이는 실형을 안 살고 풀려났다는 얘기입니다.

심지어 다크웹에서 전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하다 국제 공조로 체포된 손정우의 경우도 징역 1년 6개월이 고작입니다.

[리아 /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텔레그램 성착취에 가담한 가해자들은 이미 이러한 가해자 중심적 판결 경향을 파악하고 성범죄 감경 지식을 공유하며 재판에서 잘 먹히는 ‘반성문’을 온라인에서 거래하고 있었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오늘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논의했습니다.

일단 아동·청소년 음란물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들쑥날쑥하고 무엇보다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양형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데엔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는 상태입니다.

[김영미 변호사 / 양형위원회 산하 양형연구회 연구위원]
"같은 죄명인 경우에 다른 판사들이 어떻게 판단을 했는지 그런 게 판결 선고할 때 참작되다 보니까 계속 그런 식으로 낮은 형이 선고된 게 한번 계속 그렇게 낮게, 후속적인 판결에서도 계속..."

하지만 대법원 젠더법연구회 소속 판사 13명이 지난달 관련 설문조사에서 '감경사유'에 대해 묻는 등 아동·청소년 음란물 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진통도 있습니다.

오늘 기자회견 참가자들도 이같은 점을 지적하며 "우리 법원이 성범죄를 용인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지 않도록 처벌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이상 '초범'이나 '진지한 반성' 등 상투적인 판결로 아동·청소년 음란물 범죄에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요구입니다.

[미어캣 /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가해자들, 동조자들, 외면하는 자들이 만들어낸 사회를 바뀌어야 한다. 더 이상의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모두 나서야만 한다. 법을 바꾸고 사회의 인식을 바뀌어야 한다. 지금 당장 바뀌어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 양형위 오늘 회의 결과는 오는 22일 발표될 예정입니다.

양형위는 양형기준안이 의결되면 국회 등 관계기관 의견을 거친 뒤, 공청회를 열어 이번 상반기 중으로 양형기준안을 확정할 방침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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