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골프장 코스도 저작권 인정되지만 저작권자는 골프장 아닌 설계자"
"골프존 행위는 골프장 노력으로 만든 '성과물' 무단 사용한 부정경쟁행위"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법률방송뉴스] 골프장 코스도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저작권자는 골프장 사업주가 아닌 골프장 설계자라고 법원은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경기도 포천의 컨트리클럽 A사 등 골프장 4곳이 스크린골프 업체 골프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3억3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골프존은 2008년 이들 골프장을 항공 촬영한 뒤 그 사진을 토대로 해당 골프장을 거의 그대로 재현한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개발해 스크린 골프장에 팔거나 직접 스크린 골프장을 운영해오다 송사에 휘말렸다.

A사 등은 “골프존이 자신들이 소유·운영하는 골프장 코스의 종합적인 이미지를 무단 사용해 3D 골프코스 영상으로 제작한 후 이를 스크린골프장에 제공해 사용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허락 없이 골프장 코스를 사용해 저작권을 침해한데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선 골프장 코스를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볼 수 있는 지와 저작권이 골프장에 있는지 골프장설계자에 있는지 등이 쟁점이 됐다.
 
골프존 측은 골프 코스가 자연물에 약간의 변형을 가한 형태에 불과해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1심은 "골프코스는 저작권 보호대상인 A사 등의 저작물에 해당한다"며 "골프존은 14억 2600여만원을 A사 등에게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골프장의 경우 연못이나 홀의 위치와 배치, 골프코스가 돌아가는 흐름 등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다른 골프장과 구분되는 개성이 드러날 수 있다. 저작권 보호 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한다"는 것이 1심 재판부 판단이다.

골프장 코스가 저작권법상 저작물에 해당하고 저작권은 골프장에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2심도 "골프 코스는 클럽하우스, 진입도로, 연습장 등 시설물의 위치, 연못이나 벙커 등에 관한 아이디어가 구체적으로 표현돼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해당한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저작권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2심은 다만 골프장 코스 저작권이 A사 등 골프장 사업자가 아닌 골프 코스의 설계자에게 있다고 보고 사업자의 저작권을 침해한 데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2심은 대신 골프존의 행위가 A사 등의 성과물을 무단 사용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A사 등에 3억3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골프 코스에 대한 저작권자는 골프장 설계자다. 다만 A사 등이 구축한 골프장의 모습 내지 종합적인 이미지는 원고들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부정경쟁방지법이 정한 '성과물'에 해당하고, 골프존은 이를 도용해 부정경쟁행위를 했다”는 것이 2심 재판부 판단이다. 

대법원도 "3D 골프코스 영상을 제작·사용한 행위는 원고들의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피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먼저 "골프코스 자체는 설계자의 저작물에 해당하지만, 코스를 실제로 골프장 부지에 조성함으로써 생기는 경관이나 조경 요소 등 골프장의 종합적인 이미지는 코스 설계와는 별도로 A사 등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든 성과"라고 밝혔다. "

대법원은 이에 “A사 등과 경쟁관계에 있는 골프존이 허락을 받지 않고 골프장의 모습을 3D 골프코스 영상으로 거의 그대로 재현해 사용한 행위는 부정경쟁법이 정한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피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경쟁자가 상당한 노력과 투자로 구축한 성과물을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해 무단 이용함으로써 경쟁자의 노력과 투자에 편승해 부당하게 이익을 얻고 경쟁자의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는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시다. 

대법원은 "2013년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으로 해당 조항의 보호대상에는 성과물뿐만 아니라 '성과 등'이 추가됐고, 이러한 '성과 등'에는 유형물뿐만 아니라 무형물도 이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다만 사업주의 저작권을 인정해 달라는 A사 등의 주장에 대해선 "골프코스는 저작물에 해당하나, 원고들이 설계자들로부터 저작권을 넘겨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기각했다.

대법원 오늘 판결은 유형물이 아닌 무형물도 '성과물'에 포함되고, 성과를 판단할 때는 결과물의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해당 사업 분야에서의 비중과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첫 대법원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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