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성추행' 혐의도... 1심,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선고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준기(75)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17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전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치료 강의 수강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5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지난해 10월 26일 구속됐던 김 전 회장은 이날 집행유예 선고로 풀려났다.

재판부는 "피해자들 진술의 신빙성이 높고,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폭로하게 된 경위가 자연스럽다"며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무고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지어내 진술했다거나 무고할 동기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회적으로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야 할 그룹 총수의 지위에 있음에도 그런 책무를 망각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지시에 순종해야 하는 관계를 악용해 범행함으로써 피해자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장기간 수사기관의 수사에 응하지 않았고 뒤늦게 귀국해 체포되는 등 범행 후 정황이 좋지 않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해자들로부터 모두 용서를 받은점, 대부분의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인 점, 고령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김 전 회장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자신의 별장에서 일한 가사도우미를 성폭행·성추행하고, 2017년 2월부터 7월까지 자신의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2017년 7월부터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체류하던 김 전 회장은 그 해 9월 비서의 고소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회장직에서 물러난 후 경찰 수사를 피했다. 2018년 1월에는 가사도우미도 그를 고소했다.

경찰이 강제 송환을 위해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 적색수배자 명단에 올리자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자진 귀국 형식으로 국내 입국했다. 그는 귀국하자마자 공항에서 체포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회장 측은 지난해 첫 공판에서 "피해자 동의가 있다고 믿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지난 1월 결심공판에서는 "지근거리에 있던 여성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것에 대해 대단히 후회하고 반성한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해 "범행 내용과 죄질, 범행 인정 및 반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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