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간염 환자 간암으로 사망, 조기발견 못한 대학병원 손해배상 책임 있나
만성간염 환자 간암으로 사망, 조기발견 못한 대학병원 손해배상 책임 있나
  • 신새아 기자
  • 승인 2020.04.16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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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병원이 정밀검사 등 주의의무 다하지 않아 진단·치료 적기 놓쳐... 전액 배상"
법률구조공단 "직접적 의료사고나 과실 아닌데도 의사의 손해배상책임 인정 의의"

▲앵커= 만성간염을 앓던 환자가 간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이 환자가 치료받으러 다니던 병원에 사망에 대한 배상 책임이 있을까요.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 신새아 기자와 얘기해보겠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들어볼까요.

▲기자= 20년 넘게 만성 B형간염을 앓아온 김모씨 사연입니다.

김씨는 지난 2015년 3월 좌측 가슴 통증으로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같은 해 7월에는 열흘간 섬유근육통 입원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2015년 3월부터 이듬해인 2016년 1월까지 10개월가량 이 병원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은 김씨는 흉부 CT 검사를 통해 간병변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담당의사는 김씨의 통증 치료에 중점을 뒀고요. 이형 협심증, 섬유근육통증 증후군 등으로 진단해 소염진통제를 처방하고 통증에 대해서는 심리적 원인으로 돌려 정신과 상담을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씨의 통증은 계속됐고, 이에 2016년 7월 다른 병원에서 복부 CT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찍어보니 거대 간세포암종 및 전이성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 겁니다.

암 진단을 받았을 당시엔 이미 치료 시기를 놓쳐 10개월 뒤 사망하게 된 사연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게 대학병원에 과실을 물을 수 있는 사안인가요.

▲기자= 유족들은 대학병원에서 적기에 필요한 검사를 다하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친 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이를 거부했고,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도 과실을 인정해 손해배상을 권고했지만 병원 측은 이마저도 거부를 했다고 합니다.

이에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생계에 어려움이 있던 유족들은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해 사망한 김씨의 부인은 600만원, 두 자녀들은 각 400만원 해서 총 1천400만원의 손해배상을 병원에 청구하게 됩니다.

▲앵커= 재판에서 쟁점은 뭐가 됐나요.

▲기자= 만성간염 환자에 대해 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비해 병원 측이 의료기관으로 김씨를 치료하면서 통상적인 수준 이상의 주의의무를 다 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습니다.

이에 대해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 했고 미세한 간병변으로 간암을 의심하기는 어려워 조기 발견은 기대할 수 없었다"는 게 병원 측의 입장인데요.

병원 측은 “또한 망인이 병원의 진료에 협조적이지 않아 진료 및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취지로도 항변했습니다.

▲앵커= 공단에선 어떻게 대응을 했나요.

▲기자= 네, 공단은 일단 사망한 김씨와 같이 B형간염 항원 양성인 성인의 경우 통상 성인에 비해 약 100배 정도 간세포암종 발병률이 높다는 감정 결과를 법원에 제시하며 병원 측이 주의의무를 다 기울이지 않았다고 적극적으로 반박했습니다.

통상적 수준 이상의 각종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세심히 그 결과를 판독했어야 했는데 필요한 검사를 전혀 시행하지 않아 간암 진단 및 치료의 적기를 놓쳤다는 취지로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앵커=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줬나요.

▲기자= 법원은 병원 측의 과실을 인정하고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만성간염이 간암으로 발전될 위험성이 현저히 높은 점에 유의해 정기적인 각종 정밀검사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김씨의 통증 증세에만 주목해 소염진통제 투여와 심리적인 원인 감별 설명 등의 고식적인 치료만을 거듭한 결과, 간암 진단 및 치료 적기를 놓쳤다”는 게 법원 판단입니다.

이에 따라 병원은 유족이 청구한 1천4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전부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이번 소송을 맡은 진재인 법무관은 "이번 사건은 병원이 암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함으로써 치료 적기를 놓친 부분에 대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한 사례"라며 "수술이나 처방에서의 직접적인 사고나 과실에 대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재인 법무관은 그러면서 “진료기록부의 일반적인 내용만 파악해도 병원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해 어느 정도는 판단이 가능하다”며 의료소송이라고 지레 겁먹지 말고 적극적으로 공단을 활용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앵커= 네, 소송으로 가기 전에 해결되는 게 제일 좋겠지만, 말한 대로 소송을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신새아 기자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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