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재판부, 피고인 연락 안 돼 공시송달 통해 재판 진행
대법원 "피고인 귀책사유 없이 출석 못해... 재판 다시 해야"

[법률방송뉴스] 자신이 기소된 줄도 모르는 피고인이 1·2심에서 잇따라 유죄를 선고받는, 피고인 입장에서 보면 황당한 재판이 열렸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일용노동자 최모씨는 지난 2016년 4월 밤 10시쯤 경기도 수원의 한 호프집에서 술값을 두고 사장과 실랑이를 벌이다 사장을 바닥에 패대기치는 등 폭행을 했다고 합니다.

최씨는 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향해서도 욕을 하고 멱살을 잡고 흔들며 얼굴까지 때렸다고 합니다. 

결국 최씨는 폭행과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됐는데 재판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일용노동자였던 최씨의 주거지가 일정치 않아 소환장 등 법원이 보낸 소송소류가 최씨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입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공시송달' 방법으로 공소장 부본과 소환장을 송달하고 최씨가 재판에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공시송달은 쉽게 말해 피고인의 소재가 불분명해 소송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경우, 최후의 방법으로 법원 게시판에 소장과 소환장을 게시하는 것으로 송달을 대신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와 관련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 '제1심 공판'의 특례 조항은 “피고인에 대한 송달불능보고서가 접수된 때부터 6개월이 지나도록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재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의 경우에는 피고인 출석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형량이 낮다며 항소했는데 1심에 이어 2심도 공시송달 방법으로 소환장을 송달하고 최씨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검사 항소를 기각하고 1심 집행유예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우연한 계기에 자신이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에 대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최씨는 법원에 재판을 다시 받을 수 있도록 상고권을 회복해달라는 청구를 냈습니다.

대법원(3부 주심 민유숙 대법관)은 “최씨가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상고기간 내 상고를 하지 못했다”며 재판을 다시 하라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오늘(14일) 밝혔습니다.

“피고인의 귀책사유 없이 1·2심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다. 이는 형사소송법이 상고 이유로 정한 ‘재심 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시입니다. 

혹시라도 사기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일단 잠적해서 소장과 소환장을 안 받으면 처벌이나 손해배상을 피해갈 수 있겠다, 착각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대법원 판결 취지는 절차상 하자가 있으니 재판을 다시 하라는 것이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나저나 재심에서 무죄가 나올지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이 나올지, 아니면 혹시라도 죄질이 불량하다며 실형이라도 나오는 건 아닌지 판결 결과가 궁금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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