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커뮤니티에 올라와... 사흘 만에 댓글 1만1천여 건, 공유 4천300건 넘어

페이스북 커뮤니티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캡처
페이스북 커뮤니티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캡처

[법률방송뉴스] 연세대 페이스북 커뮤니티인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한 의대생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을 울리고 있다.

가난을 딛고 연세대 의대생이 된 글쓴이가 난생처음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세 식구가 울면서 식사를 했다는 이 글은 지난 10일 올라왔다. 사흘 만인 13일 낮 12시 현재 "진심으로 응원한다", “펑펑 울었다”, "당신은 멋진 사람이다"는 등의 댓글이 1만1천 건을 넘었고, 4천300여회의 공유가 이뤄졌다.

자신을 연세대 의대생이라고 밝힌 A씨는 5살 때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편부 가정에서 자랐다는 가정환경을 밝혔다. 그는 일용직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그때부터 8살 언니와 자신을 홀로 키웠다며 "우리를 없게 키우지 않기 위해 아빠는 피눈물을 흘렸지만, 그 대가는 크지 않았다. 그냥 나와 내 언니와 아빠, 세 식구가 죽지 않고 살 정도였다"고 썼다.

A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집 벽에 곰팡이가 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집에 신선한 과일이 준비돼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집에 미끄럼틀을 놓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그때 '가난'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집안 사정 때문에 상고에 진학한 언니를 보며 자신도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꿈을 꿀 형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심해서, 할 일이 없어서. 어쩌면 나의 재능이 나의 인생을 바꾸어줄까 하는 기대감으로'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들은 결과 A씨는 “중학교 때 전교 1등을 했다”고 회상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치른 첫 시험에서는 전교 2등을 했다며 "계속 공부하면 되겠다. 가족에게 많은 돈을 벌어다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뻤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아버지가 그 무렵 건설현장에서 사고를 당하면서 공부를 계속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당장 나 하나 일을 안 한다면, 일 년에 한 번 새해를 맞아 다 같이 모여 먹는 두 마리에 8천원짜리 바싹 마른 전기구이 통닭을 못 먹게 되는 정도의 가난으로 끝날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고 돌이켰다. A씨의 언니는 목이 쉴 때까지 울던 그에게 "어떻게든 언니가 돈 벌어올 테니 너는 공부해서 개천에서 용 한번 제대로 나라"며 토닥여줬고, 그렇게 공부를 계속한 A씨는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연세대 의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는 아버지와 언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죽기살기로 공부했다며 수능이 끝난 뒤 높은 점수를 기록한 가채점표를 붙잡고 온 가족이 목놓아 울었다고 했다. 당시 A씨의 아버지는 "그렇게 가자고 조르던 아웃백 한 번 못 데려다준 못난 애비 밑에서 잘 커줘서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몇 달 후 연세대 의대생이 된 A씨는 과외를 시작했고, 과외비로 밀린 월세 300만원을 갚고 남은 돈 400만원은 자신을 위해 인생을 바친 아버지와 언니에게 반반 나눠줬다. A씨는 "오늘, 아빠가 아웃백을 사줬다. 배가 찢어지게 부를 때까지 음식을 먹어본 것은 처음이다. 인생의 한 줄기 빛이 열린 우리 모두의 모습이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다"며 "다짐했다. 우리 아빠, 우리 언니에게 생일이 아니라, 새해 첫날이 아니라, 무슨 특별한 날이 아니라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먹고 싶으니까 아웃백에 가서 4인 랍스터 세트를 시켜먹을 수 있는 인생을 선물해 주기로"라며 글을 마쳤다.

2012년쯤 시작된 연세대생들의 익명 페이스북 커뮤니티 '대나무숲'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설화에 따라 이름이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학내 소식이나 불만사항 등에 대해 토로하고 공감을 나누는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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