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아들 볼 수 없게 하고, 빈털터리로 쫓아내겠다"고 복수를 다짐하는 김희애

[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방송 드라마, 영화 콘텐츠 중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오현교 변호사는 최근 최고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부부의 세계'와 관련된 법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오현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오현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부부의 세계’는 jtbc에서 2020년 3월 27일 첫 방송된 드라마로 다음날 오전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첫 방송부터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보통 드라마의 첫 화는 재미가 조금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요, 아무래도 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복선 등을 설명하는 과정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부부의 세계’는 ‘남편의 외도’를 주제 전면에 내세운 만큼 장황한 설명은 필요없었고, 여자주인공인 김희애(지선우 역)가 남편이 출장 다녀온 다음날 아침 우연히 립밤을 발견하는 것에서 모든 의심이 시작됩니다. 박해준(이태오 역)의 옷을 정리하는데 주머니에서 마침 립밤이 굴러떨어지고 지선우가 이태오에게 “웬 립밤이야?”라고 묻자 이태오는 “응, 비행기가 건조하잖아”라고 자연스럽게 대답을 해오지만, 바로 다음 장면에서 카메라는 립밤의 색이 선명한 붉은색을 띠고 있는 것을 비춰줍니다.

영화감독을 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작품 한 편 없는 남편 이태오와 그에 비해 병원 부원장 직을 맡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명망이 높은 부인 지선우는 겉으로 보기엔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남편의 외도를 눈치채기 전까지 지선우 역시 본인의 가정생활에 만족을 느끼며 살아왔는데요, 립밤 사건 이후로 여러 가지 의심이 겹치게 되면서 결국 지선우는 남편 이태오가 외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맙니다. 그 과정에서 주변 지인들과 남편 이태오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본인을 얼마나 철저히 속여 왔는지를 깨닫고 너무나 큰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배신감에 몸서리친 지선우는 고민 끝에 변호사를 찾아가고 ‘이태오가 평생 아들을 볼 수 없게 할 것이고 빈털터리로 쫓아낼 것’이라고 다짐합니다. 필자는 자신의 인생에서 이태오라는 오점만을 완벽하게 도려내겠다며 복수에 불타는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김희애 배우의 열연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그렇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법률적 문제가 있습니다. 과연 지선우는 이태오의 자녀 면접교섭권을 완전히 박탈시킬 수 있을까요? 우선 면접교섭권의 법적 의미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이혼 후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 일방과 자녀는 상호 면접교섭할 수 있는 권리’(민법 제837조의2 제1항)를 갖게 됩니다. 이를 면접교섭권이라 하는데요. 이렇게 면접교섭을 진행하게 되는 경우 가정법원은 자녀의 의사, 면접교섭을 청구한 사람과 자녀와의 관계, 청구의 동기,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해서 면접교섭의 허용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민법 제837조의2 제2항 후단).

면접교섭권의 행사는 자녀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민법 제912조). 따라서 자녀가 부모를 만나기 싫어하거나 부모가 친권상실사유에 해당하는 등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당사자의 청구 또는 가정법원의 직권에 의해 면접교섭이 제한되거나 배제, 변경될 수 있습니다(민법 제837조의2 제3항).

그런데 이태오는 아들을 매우 아끼고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또한 아버지 이태오를 무척이나 잘 따릅니다. 그러한 경우, 아들이 아빠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한다면 면접교섭을 엄마 지선우 쪽의 의사만으로 배제시킬 수는 없을 것입니다. 즉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이태오가 면접교섭권을 박탈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면접교섭권자가 면접교섭권을 박탈당한 사안을 보면 면접교섭 과정에서 면접교섭권자가 양육권자를 폭행하여 전치 5주의 늑골골절상을 가하는 등(부산가정법원 2017느단200264)의 사정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처럼 법원에서는 사건 본인의 복리를 현저히 해할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면접교섭을 배제시키는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 후 지선우가 면접교섭을 불이행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양육자인 지선우가 면접교섭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이태오는 가정법원에 이행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가사소송법 제64조). 지선우가 이러한 가정법원의 이행명령을 받고도 면접교섭을 허용하지 않으면 가정법원 등은 직권 또는 권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상대방에게 부과시킬 수 있습니다(가사소송법 제67조 제1항). 그러나 감치 등의 방법으로 이행을 강제할 수는 없는데요, 양육자를 감치에 처하면 양육의 공백이 발생하여 자녀의 복리를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추가적으로 이태오는 지선우에게 친권자 및 양육권자 변경 청구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 민법 제837조 제5항 및 제909조 제6항에서는 ‘이혼 당시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를 정했더라도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친권자 및 양육자를 변경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육자 변경 청구에서 가정법원은 이혼 당시 정해진 면접교섭권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사정 등을 고려해서 양육자를 변경하는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서울가정법원은 면접교섭권을 판단하는 사안에서 ‘비양육친의 자녀에 대한 면접교섭권은 천부적인 권리’라고 표현하며 이를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당사자 간의 합의는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서울가정법원 2009. 4. 10 자 2009브16 결정). 그러므로 이태오의 아들에 대한 면접교섭권은 지선우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히 배제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필자로서는 지선우의 남편에 대한 배신감이 어떤 것인지 감히 상상도 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지선우가 꿈꾸는 이혼의 모습은 아들에 대한 면접교섭권에서만 보아도 그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선우라는 캐릭터가 부디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결말이 되길 내심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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