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피해액 최대 10배까지 배상" vs 통합당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촉진"

[법률방송뉴스] 4·15 총선 '사법 공약점검', 오늘(8일)은 그 5번째 시간으로 최근 몇 년간 도입과 입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얘기해 보겠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한 '공정거래' 관련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공약을 장한지 기자가 비교해 봤습니다.

[리포트]

미생물 정화 전문 한 중소기업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특허 분쟁 관련 1심에 해당하는 특허심판원 심결문입니다.

'도장설비의 악취 제거를 위한 미생물제 및 이를 이용한 악취 제거 방법' 특허를 현대차가 도용해 빼앗아갔다는 취지의 다툼인데, 현대차가 패소했습니다.

중소기업이 자동차 도장 과정에서 생기는 악취를 없애는 미생물제를 개발해 2004년부터 현대차에 공급해 왔는데, 2015년 현대차가 유사 기술을 만들어 특허를 내 중소기업 기술을 가로챈 것입니다. 

[우원식 /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8년 2월 12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술 탈취로 인해 발생한 중소기업의 피해액이 확인된 것만 3천억원에..."

이 중소기업은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말 그대로 '상처뿐인 승리'에 불과합니다.

기술 탈취와 거래가 끊긴 피해를 다 복구하기엔 배상액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이 비단 이 중소기업만의 일은 아닙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발표한 '중소기업 기술보호 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기술 유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은 최소 246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에서 빠진 경우까지 감안하면 피해 회사나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 그 자체가 적고, 그나마 소송으로 간다고 해도 대기업을 상대로 승소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소송비용과 소송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그리고 손해액 산정과 입증 등의 어려움은 이겨도 손에 쥐어지는 것은 그저 그런 '상처뿐인 승리'로 남게 됩니다.

때문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술 탈취 같은 대기업 갑질에 대해선 "징벌적 손해배상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와 관련 이번 4·15 총선에선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일단 중소기업의 기술이나 인력 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의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민주당의 경우 10대 정책과제 가운데 '공정사회' 관련 공약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중소기업 기술 유용 방지를 위해 중소기업 기술을 유용하거나 탈취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를 피해액의 최대 10배까지 물리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수·위탁 거래관계에서 기술자료 제공 시 비밀유지협약 체결을 의무화하고, 기술 유용 시 징벌적 손배해상 부과 및 피해기업의 입증부담 완화도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불공정행위 위반 기업에 대해 시정명령제도를 도입하고 반복적 위반 시 동장선정평가 우수등급에서 원천 배제하는 등 행정조치도 강화합니다.

'채찍'과 함께 민주당은 자발적 상생협력기업 가운데 훈장 이상 표창기업에 대해선 세무조사 및 공정위 직권조사 유예와 법인세 혜택 같은 '당근'도 공약으로 더불어 내놓았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뿐 아니라 본사와 대리점 관계에서도, 대리점 본사의 대리점법 위반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고 대리점의 사업자단체 결성권 보장과 계약해지 요건 완화 등도 공약했습니다.

이를 통해 본사와 대리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도모하고 기술자료 요구나 유용 같은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설명입니다.

[우원식 / 더불어민주당 의원]
"특히 기술 탈취는 금전적 피해를 넘어서 혁신성장의 견인차인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의지를 악화시키고 성장의 사다리를 끊는 주범입니다. 이를 계속 방치할 경우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 구조가 더욱 공고해지고..."

민주당이 '공정사회' 공약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공약을 내놓았다면, 통합당은 '경제 활성화' 관련 공약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기술 및 인력 탈취 등 중소기업이 달성한 혁신을 탈취하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 통합당의 공약입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강화하겠다는 것인지 수치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법집행을 강화해 고의적·반사회적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겠다고 통합당은 공약집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김재원 / 미래통합당 의원 (2월 12일)]
"소상공인에게 새로운 짐이 되고 있는 불공정행위 등에 대해서는 업계와 적극적인 소통으로 선제적인 대응을 하며..."

통합당은 또 공정거래법을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 경쟁촉진법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함께 내놓았습니다.

기업집단 지정제도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기준을 개선하고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율 등 규제도 완화하고 공정위 법집행의 절차적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 등의 내용이 골자입니다.

민주당에 비해 통합당의 방점은 '기업 경영의 자유'에 찍혀 있는 것입니다.

일단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와 관련해선 5배, 10배 이런 식으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지 말고 상한선을 두지 않아야 실효적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김정환 /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어떤 일이 있더라도 3배까지 배상을 한다고 규정이 돼버리면 기업은 또 머리를 쓰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결국은 기업이 불법행위를 저질렀을 때, 이익과 걸렸을 때 손해를 비교해봤을 때 손해가 더 커야만 불법행위를 안 하고 적법한 행위로 나아갈 수 있을텐데..."

각론에선 중소기업의 입증책임을 크게 완화하거나 중소기업 기술을 유용 또는 탈취하지 않았음을 대기업이 입증하는 쪽으로 법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습니다.

[송해연 변호사 / 법무법인 세창]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인해서 손해배상 한도가 늘어나긴 했는데 기초적인 손해입증 하는 데 있어서 기존에 문제됐던 얘기들, 입증책임 완화라든가 소송비용이라든가 이런 문제는 전혀 해결이 안 돼있기 때문에..."

관련해서 중소기업중앙회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항목을 조사해 보니 ‘손해배상 소송 법률 지원 강화’가 31.4%로 가장 많았고, ‘손해배상 명령제 도입’ 23.5%, ‘징벌적 손해배상 비율 상향’ 21.9%, ‘공정위·법원의 사건처리 기간 단축 12.6%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종선 변호사 / BMW 피해자 모임 법률대리인]
"미국에서는 재판 가면 오히려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두드려 맞는다, 그러니까 빨리 합의하는 게 좋다, 이와 같은 관행을 수용을 하지만 한국에 오면 '아 그래? 네가 재판해봐' 그러고 고생하고 결국 또 '우리가 승소할 가능성이 많아' 그러니까..."

여야가 모두 기술 탈취 같은 중소기업에 대해 대기업 갑질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를 공약으로 내놓은 건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합니다. 다만 각론에서 실효적이고도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더불어 '가습기 살균제'나 '불타는 BMW' 사태처럼 소비자를 상대로 한 고의 또는 중대 과실로 인한 피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공약은 빠져 있어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이와 관련한 논의도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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