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범의유발형 함정수사 위법...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는 사안 따라 판단"
민갑룡 경찰청장 "아동청소년 성범죄 함정수사, 법적 문제와 국민 뜻 살펴야"

[법률방송뉴스] 엽기적인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텔레그램 ‘n번방’이나 ‘박사방’ 조주빈 같은 사람들을 잡기 위한 이른바 ‘함정 수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LAW 인사이드‘입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오늘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n번방을 만든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 닉네임 ‘갓갓’ 수사와 관련해 “상당히 의미있게 접근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민 청장은 “아직 추적 중이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이같이 말했습니다.

“추적 중이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가 아닌 “상당히 의미있게 접근 중”이라는 발언으로 미뤄 소기의 진도와 성과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민 청장은 이와 관련 "가담해서 범행에 중요 역할을 했던 사람을 속속 찾아서 검거하고 있다“며 ”그들간 역할, 관계, 단순가담자까지 범행의 전모를 밝혀 유형과 정도에 따라서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다“고 강조했습니다.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 관련 운영자와 공범, 유통, 소지 등 관련해 오늘까지 모두 147명이 검거됐고 경찰은 이 가운데 25명을 구속했습니다.

이와 관련 민 청장은 “범인들 사이에 조직성이 있는지도 하나하나 검증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폭이나 보이스피싱 유사수신행위처럼 이들 성착취 가해자들에 대해서도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꼼꼼히 검토해 보겠다는 겁니다.

"법원에서 인정된 요건을 살펴봐서 이 경우도 적용할 수 있는지 세심하게 검토하겠다. 목적, 활동, 위계질서, 지휘통솔 등 성립요건을 하나하나 살펴봐야 한다“고 민 청장은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동석했던 경찰 관계자는 "관련자들이 텔레그램에서 자신들을 못 잡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반드시 잡을 수 있다. 여러가지 기법을 동원해서 하고 있어서 잡는 데 자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성년 성착취 범죄에 대해 텔레그램 등에서 신분을 속여 범인을 유인한 뒤 체포하는 이른바 ‘함정 수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 민 청장은 “여러 법적인 문제와 국민의 뜻을 살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함정수사는 이미 범행을 저지를 뜻을 가진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한 후 실행에 착수할 때 검거하는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와 원래는 범행을 저지를 생각이 없는데 범행을 저지르도록 유도하는 ‘범의유발형 함정수사’,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마약범죄나 성매매 수사 등에 이 함정수사가 일부 쓰이는데 일단 ‘범의유발형 함정수사’의 경우엔 위법한 수사와 기소로 봐서 법원에서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집니다.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을 써서 범의를 유발하게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하다”는 것이 대법원 판시입니다.

그렇다고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라고 다 정당한 수사기법으로 인정되는 건 아닙니다.

대법원은 "구체적 사건에 있어서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범죄의 종류와 성질, 유인자의 지위와 역할, 유인의 경위와 방법, 유인에 따른 피유인자의 반응, 유인행위 자체의 위법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아무리 범죄를 저지를 뜻이 기왕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거절하기 힘든 유혹을 하거나 범행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등의 경우엔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

호시탐탐 범죄 대상을 물색하는 아동이나 청소년, 미성년자를 상대로 하는 성범죄에 대해선 함정수사의 효력을 넓은 수준으로 인정해줘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텔레그램이나 SNS에서 일상 다반사로 이뤄지는 미성년자 성매매 가해자들이 이게 혹시 함정수사 아닐까 생각하는 것만으로 상당한 억제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랬다면 n번방이나 박사방 같은 엽기적 성착취가 이렇게 성행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미성년 대상 함정수사의 효력은 넓게 인정하되 다만 양형에 고려하는 정도로 관련 법이나 법원 판결 경향이 바뀌길 바라봅니다. 'LAW 인사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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