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관리업체 보험사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없는 사례"
1심 "이례적이지만 사고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 40% 배상하라"

[법률방송뉴스] 엘리베이터에 15분간 갇힌 후유증으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는데 이듬해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이 극단적인 선택에 엘리베이터 관리업체가 책임이 있을까요. 있다면 어느 정도나 책임이 있을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A씨는 2016년 10월 서울의 한 건물 엘리베이터에 탔다가 15분간 갇히는 사고를 겪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A씨는 통원치료를 받던 2017년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공황장애는 심한 불안 발작과 이에 동반되는 다양한 신체 증상들이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불안장애의 하나라고 합니다.

A씨의 유족들은 '엘리베이터 관리회사 과실로 정지사고가 발생해 사망에까지 이르렀다'며 관리업체 배상책임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에선 엘리베이터 정지사고와 A씨의 극단적인 선택과의 인과관계 여부와, A씨의 극단적인 선택이 예상할 수 있는 사고위험에 속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습니다.

보험사 측은 “A씨와 같은 사례가 매우 이례적이라서 관리업체가 일반적·객관적으로 예상할 수 없는 손해인 만큼 면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 최형표 부장판사는 하지만 보험사 주장을 기각하고 “보험사가 유족들에게 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오늘(6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엘리베이터 정지사고와 A씨의 극단적인 선택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가 정지사고로 발생한 공황장애로 정신적 억제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게 됐음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없는 사고인 만큼 책임을 면책해야 한다는 보험사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례적이지만 발생할 수 있는 사고”라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폐쇄된 공간에 갇힌 탑승자에게 정신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사고로 보인다. 이 사건이 다소 특수한 사례임을 부정하기 어렵지만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이상 '알 수 있는 손해'에 포함된다"는 것이 재판부 판시입니다.

재판부는 다만 "엘리베이터 정지사고로 이처럼 심한 공황장애가 발생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고 책임을 업체 측에 전적으로 묻기도 어렵다"며 배상 범위를 40%로 제한했습니다.

예전엔 ‘공황장애’라고 하면 무슨 큰 하자가 있는 것처럼 숨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연예인들도 공황장애 사실을 털어놓는 등 병을 대하는 인식이 많이 달라진 듯합니다.

“혼자서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공황장애에 대한 질병관리본부의 공식 권고입니다.

공황장애는 초기엔 간단한 약물치료만으로도 완치되고, 약물치료만으로 어려운 경우에도 인지행동치료 등 다른 치료와 병행하면 큰 호전을 보이고 많은 경우 완치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뭐든 초기 대응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혼자서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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