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방송 드라마, 영화 콘텐츠 중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신호용 변호사는 'n번방 사건'과 관련한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를 다룹니다. /편집자 주

 

신호용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신호용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영화 ‘나를 기억해’(2017)는 주인공인 ‘한서린’이 카카오톡 아이디 ‘마스터’를 사용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사람으로부터 몰래 촬영을 당하고 협박 당하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성범죄자들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이러한 끔찍한 범죄가 영화 속 줄거리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최근 ‘n번방 사건’은 온 국민들을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현재 n번방 사건 관련자들의 신상공개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 인원이 200만 명을 넘었습니다. 실제로 n번방 사건 관련자들 전부에 대하여 신상공개를 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성범죄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제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피의자 얼굴 등 신상공개, 신상정보 등록, 신상정보 공개, 신상정보 고지로 나누어 정하고 있습니다.

‘피의자 얼굴 등 신상공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에 따라 수사기관이 성폭력범죄의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다른 성범죄 신상정보공개제도와 달리, 수사기관이 법원의 판결 없이 피의자들의 신상을 공개하게 되어있어,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가장 큽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현재까지 해당 제도에 따라 피의자 얼굴을 공개한 적이 없다가 최근 n번방 사건의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이 최초로 공개되었습니다.

다음으로 ‘신상정보 등록’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에 따라 성범죄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신상정보를 관할 경찰서의 장에게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등록 대상자는 개인의 신상정보가 변경될 경우 이를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됩니다.

‘신상정보 공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7조 제1항 및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에 따라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정보통신망인 ‘성범죄자 알림e’에 공개하는 제도입니다. 신상정보 공개는 성범죄자 중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범죄와 같은 악질의 범죄를 저지르고,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경우, 법원의 명령으로 이루어집니다.

법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49조,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제50조에 따라 위 공개와 더불어 성범죄자들의 신상을 어린이집의 원장, 유치원의 장, 학교의 장 등에게 직접 ‘고지’ 하도록 명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성범죄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제도가 있으나, 실제로 법원은 성범죄 피고인들에게 신상정보 등록만을 명하고, 피고인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및 신상공개로 인하여 예상되는 부작용, 신상공개제도의 범죄 예방 효과가 미미한 점 등을 이유로 피고인 신상정보의 공개 및 고지는 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n번방 사건 관련자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이들의 범죄 내용과 가담의 정도, 재범 가능성 또한 제각각이어서 관련자들의 신상공개는 사안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의 뿌리가 뽑히길 바라며 다시는 이러한 범죄로 인한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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