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도 찬반 갈려... "상임위 맡기면 이해관계에 휘둘려" vs "옥상옥 월권행위"

[법률방송뉴스] 4·15 총선 법률방송의 '사법 공약점검' 2번째 보도, 오늘(3일)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관련한 얘기해 보겠습니다.

여와 야가 공수가 바뀔 때마다 서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은 말 그대로 각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들의 체계나 자구를 심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구체적으론 법안 내용 가운데 위헌 소지는 없는지, 다른 법률과의 충돌은 없는지, 법률 용어가 명확하고 적합한지 등을 검토하는 것입니다.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은 제2대 국회 때인 1951년 3월 국회법 개정으로 도입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당시 제안자였던 검사 출신의 고 엄상섭 의원은 "모든 법률안은 국가 전체의 법률체계에 통일·조화돼야 하며, 전법과 후법과의 관계, 일반법과 특별법과의 관계, 법률용어 및 조문체제의 통일 등을 고려한 연후에 확정돼야 한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습니다.

독립한 지 몇 년 안 됐고 법률 전문가가 많지 않았던 시절 법률 체계를 세우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현재는 이런저런 부작용들이 나타나면서 폐지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일단 16대 국회부터 법사위원장은 야당 몫으로 야당 의원이 맡는 게 관례처럼 되고 있습니다. 이번 20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도 미래통합당 여상규 의원이 맡는 등 이런 관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야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법사위가 본래의 취지보다는 이른바 '상원' 노릇을 하며 법안을 원래 취지와 달리 누더기로 만든다거나 때로는 법안 체계·자구 심사권을 법안 통과 저지에 악용하는 등 소관 상임위 입법권을 침해하며 ‘입법’이라는 국회 본연의 기능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입니다.

이와 관련 16대 국회 58.70%였던 법안 처리율은 17대 국회에선 47.96%, 18대 국회에선 45.53%, 19대 국회에선 34.06%로 떨어졌습니다.

현 20대 국회에선 지난해 12월 기준 29.05%까지 떨어졌습니다.

발의 법안 수가 크게 늘면서 처리율이 떨어지고 있는 걸 감안해도, 법사위가 법안 처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습니다.

특히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의 경우 법사위에서 그냥 '하세월'인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국회의장이 법사위에 법안을 빨리 본회의로 넘겨달라는 요청을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 / 지난 2017년 11월]
"기재위에서 법사위에 365일이나 계류돼있는 세무사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해달라는 공식 요청이..."

이런 비판과 불만은 여야가 뒤바뀔 때마다 입장을 바꿔가며 공수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19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을 야당인 민주당에 내준 당시 자유한국당에서 김성태 의원이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폐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여야가 바뀐 20대 국회에선 2018년 우원식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같은 내용 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나아가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를 겪은 문희상 국회의장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 제한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지난달 4일 대표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국회의장이 관련 법안을 직접 대표발의할 정도로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이 국회의 '뜨거운 감자'라는 반증입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 '국회 개혁' 공약의 일환으로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해당 상임위에서 법안을 의결하기 전에 국회사무처 법제실이나 국회의장이 지정한 별도의 기구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거치도록 하면 별도의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가 없어도 된다는 것이 공약의 골자입니다.

법사위에선 체계·자구 심사권을 덜어내고 법무부나 검찰, 법원, 감사원 등 법사위 고유 소관 업무에 집중하게 하고, 각 상임위에 권한과 책임을 지워 이른바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취지입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유지나 폐지에 대한 별도의 입장이나 공약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 의견은 찬반으로 나뉩니다.

일단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유지가 필요하다는 쪽에선 각 상임위에 법안 의결 전권을 맡겨두면 이익단체나 압력단체의 이해관계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꼽습니다.

[김현 /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소관 상임위는 아무래도 그 부처와 그 부처 소속의 이익단체들 영향을 많이 받아서요. 한쪽에 치우친 결론을 내는 경향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국가적인 관점에서 통합하고 조정할 필요성이 있는데..."

"국가적 차원에서 이해관계를 객관적, 중립적으로 조정할 위원회가 필요하고 그 역할을 사실상 법사위가 했는데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폐지하고 각 상임위가 심사하게 되면 말은 그럴듯하지만 편향된 법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김현 전 대한변협 회장의 지적입니다.

[김현 /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그(조정) 역할을 그동안 법사위에서 해왔습니다. 그래서 법사위 기능을 없애는 것은 위험하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쪽에선 법사위가 그런 권한을 가질 이유가 없고, 옥상옥이 돼버린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을 이참에 폐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황도수 변호사 / 건국대 교수]
"현재 제도는 법사위가 자구 수정을 한다고 상임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들을 의결된 사항들을, 다시 법사위에서시 법안을 심사하고 있다고요. 그런데 상임위원회의 위원회나 법사위의 위원회나 똑같은 상임위원회이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 상하관계가 없습니다. 그런데 법사위에서 자구 수정을..."

상임위가 이익단체나 압력단체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법안 편향 논란은 해당 상임위가 책임을 지도록 하면 되고, 혹시 문제가 있다면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체계·자구가 걸러질 수 있도록 해야지 법사위가 그 역할을 계속 할 건 아니다"는 게 헌법학자인 황도수 변호사의 말입니다.

[황도수 변호사 / 건국대 교수]
"(법사위가) 자구 수정만 하면 괜찮은데 법사위가 자구 수정을 이유로 실질적인 법안 심사를 다시 한다고요. 이것은 제가 볼 때 월권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치권과 국회가 여와 야가 바뀌면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에 대해 입장을 바꿔 달리할 게 아니라, 입법이라는 국회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어떤 방식이 가장 좋은 것인지 건설적인 논의와 필요하면 법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