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 대법원 양형연구회 위원 "자백은 최대 2분의 1까지 감경 사유"
“실제 반성 의문... 피해 회복 어려운 성범죄엔 무관용 원칙 적용해야"

[법률방송뉴스]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관련 조주빈보다 앞서 검거돼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이 법원에 연일 반성문을 제출하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성문을 제출하면 선처가 되는 걸까요. n번방 사건은 어떻게 처리가 될까요. 신새아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검찰에 송치돼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n번방 사건 관련해서 이미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은 지금까지 모두 6명입니다.

텔레그램에서 ‘와치맨’이라는 닉네임을 쓰며 돈을 내는 사람에게 n번방에 들어가는 링크를 제공해 ‘n번방 문지기’로 통했던 38살 전모씨는 재판부에 반성문만 13차례 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내용은 “정말 잘못했고 뉘우치고 있고 향후 다시는 이런 일을 안 할테니 선처해 달라”는 것으로 대동소이합니다.

n번방을 운영한 공범 중 1명인 한모씨는 지난달 19일부터 31일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사방 운영진이자 유사 대화방 ‘태평양 원정대’를 운영한 16살 이모군도 지난달 30일 재판부에 반성문을 내며 반성문 제출 행렬에 올랐습니다.

‘이런 반성문이 무슨 효과가 있겠어’ 싶지만, 일단 안 내는 것보다는 당연히 낫고 경우에 따라선 이른바 감경 사유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n번방 사건 관련 피고인들이 줄줄이 반성문을 내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와 목적에서입니다.

“법원이 ‘진지한 반성’을 감형 요소로 보기 때문”이라는 게 대법원 양형연구회 위원인 김영미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반성문을 낸다는 것은 자백, 그러니까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어 감형 사유가 된다는 겁니다.

[김영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 / 대법원 양형연구회 위원]

“형을 정함에 있어서 일정한 기준이 필요한데 자백하거나 반성하고 있을 때를 이제 양형에서 참작사유로 삼고 있거든요. 그래서 반성문을 작성하는 것과 안 하는 것에는 양형을 정함에 있어서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법원종합법률정보에 등록된 지난해 성범죄 판결 137건을 분석한 결과 48건, 35%가 ‘피고인의 반성과 뉘우침’을 감형 요소로 삼았습니다.

성범죄 유죄 선고 3분의 1가량에 대해서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며 형을 깎아줬다는 얘기입니다.

[김영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 / 대법원 양형연구회 위원]

“보통 반성문을 제출을 했다는 것은 본인의 범죄를 자백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를 하거든요. 그래서 자백의 경우에는 감경 사유로 들어가는데, 보통 작량감경 사유로 들어가서 최대 2분의 1까지 감경을 할 수가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원 작량감경을 통한 선처를 노리고 ‘위장 반성문’을 내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실제 포털사이트에 ‘성범죄 반성문’을 검색하면 반성문을 대신 써주겠다는 대필 업체들의 광고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법조 전문작가가 쓰는 적중도 높은 반성문으로 형량을 낮춰드린다. 반성문만 잘 써도 법정형량과 벌금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업체들의 광고입니다.

난감한 것은 재판부가 진짜 뉘우치고 반성해서 반성문을 낸 것인지 대필 위장 반성문을 낸 것인지 딱히 구분해 낼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김영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 / 대법원 양형연구회 위원]

“재판부에는 반성문을 제출하긴 했지만 정작 필요한 건 피해자에 대한 사과거든요. 피해자에 대한 사과 없이 재판부에만 반성하는 게 정말로 반성하는 것인지 약간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특히 이번 n번방 사건 같은 엽기적이고 죄질이 좋지 않은 성범죄의 경우엔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반성’이나 ‘뉘우침’을 양형 판단에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배복주 전 대표 /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사회적인 비난이나 분노가 크다는 걸 인지했을 때는 이번에는 이제 감경 요소 자체를 고려하지 않은 무관용의 원칙으로 기존의 형량에 최대 형량으로 고민해야 된다...”

같은 취지에서 n번방 사건 관련 자수자의 경우에도 참작은 하되 활동 가담 정도나 범죄 양태 등을 고려해 상응하는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배복주 전 대표 /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본인들이 정말로 반성하는 진 모르겠지만 법원이 취해야 될 태도는, 기존의 디지털성범죄 형량도 다른 성범죄에 비해서 낮은데다가 그렇게 감형까지 할 경우 이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라는 사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그런 결론이 나오는 것처럼 이 지금 디지털성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n번방 피고인들이 잇따라 반성문을 내고 있는데 대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어제 “개별적으로 그런 뉘우침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범죄를 철저하게 수사하는 것이 먼저”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추 장관은 그러면서 “아주 강한, 가장 센 형으로 구형을 당할 것이라는 것을 밝힌다”며 “단호히 조치할 것이다. 빨리 자수해서 반성하고 범죄 근절에 협조하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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