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량 깎아줄 수도 안 깎아줄 수도... 성폭행 '합의'의 딜레마
형량 깎아줄 수도 안 깎아줄 수도... 성폭행 '합의'의 딜레마
  • 유재광 기자
  • 승인 2020.04.0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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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심리상담사 겸 목사, 성폭력 피해자 치료 빙자 여러 차례 성폭행
1심 징역 3년 실형 법정구속... 2심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석방
항소심 재판부 "죄질 좋지 않지만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와 합의 고려"

[법률방송뉴스] 심리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를 치료를 빙자해 수개월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목사 겸 유명 심리상담사가 있습니다.

1심에선 징역형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2심에선 형이 줄면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지상파와 종편채널에 출연해 트라우마 연극기법 치료를 선보이며 유명 인사가 된 55살 김모씨는 지난 2017년 2월 직장 내 성폭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자의 치료를 맡게 됐습니다.

김씨는 하지만 치료를 빙자해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과 편안한 치료를 빌미로 서울, 부산 등 숙박시설을 전전하며 3개월에 걸쳐 피해자를 성폭행했습니다.    

준유사강간과 강제추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검찰은 김씨가 상담치료를 빌미로 피해자의 의지를 제압해 성폭행한 이른바 ‘그루밍 성폭행’으로 전형적인 업무상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맞섰습니다.

1심 재판부는 검찰 손을 들어줘 “김씨가 피해자를 보호하는 위치에 있어 피보호자 간음죄가 성립한다”며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고법 형사10부 원익선 부장판사는 오늘(2일) 김씨에 대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며 김씨를 풀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일단 김씨의 행위 자체에 대해선 "상담자인 피고인이 내담자인 피해자 심리 상태를 이용해 여러 차례 위계와 위력으로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질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강제추행 기소유예 전력 외 달리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와 합의했다“며 집행유예 선고 사유를 밝혔습니다.

첫 상담일인 2017년 2월 15일 역할극을 하다 벌어진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선 “역할극에 몰입해 추행을 한다는 인식이 없었다”며 1심에 이어 2심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2심 판결에 두 가지가 눈에 띕니다. '강제추행 기소유예' 전력과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부분입니다.

강제추행 혐의 사건이 그 전에도 최소한 한 번은 더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합의' 부분은 1심 재판에서는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무죄를 주장하며 피해자와 합의 같은 건 할 생각도 안 하다가 실형이 선고되자 ‘앗 뜨거라’ 하고 부랴부랴 합의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궁박한 처지의 피해자에겐 합의와 함께 일정 부분 금전적 보상이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합의의 의도가 빤히 보이고 돈으로 불구속과 재판을 산다는 곱지 않은 비판도 분명 있습니다.  

‘합의’를 했다고 반드시 형을 깎아줘야 하는 건지, 안 깎아주면 합의를 안 할 테고, 무 자르듯 양단할 수 없는 딜레마인 것 같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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