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법원 풍경까지 바꿔... 열감지 카메라로 체온 측정, 마스크 쓰고 재판
징역형 실형 선고하면서도 법정구속은 유예... 교도소 과밀 수용에 코로나 우려

[법률방송뉴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전국 법원의 재판 업무가 재개된 가운데 코로나19가 법정 풍경과 판결마저 바꾸는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오늘(31일) 수도권의 한 법원 재판을 들어갔는데 반입 물품 X레이 검사대 뒤에 자리잡은 법원 직원이 열감지 카메라를 가지고 체온 측정을 해서 열이 없음을 확인하고 난 뒤에야 검색대를 통과시켜 줬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없었던 풍경입니다.

재판정 풍경도 달라졌습니다. 원고와 피고, 변호인들에 판사와 서기 등 법정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통상 재판이 진행되면 재판정에는 현재 진행되는 재판 관련자 외에도 다음, 다다음, 다다다음 재판 관계자들도 들어와 앉아있다가 호명을 하면 원고와 피고인석에 착석하고 재판을 이어 진행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법원 직원이 현재 진행 중인 재판 다음 재판 관계자들만 법정 밖에서 호명해 법정에 입장을 시켰습니다. 

미처 마스크를 가져오지 못한 재판 관계자에겐 판사가 직접 마스크 착용을 지시했고 법원 직원이 미리 준비한 마스크를 나눠줬습니다.

코로나19는 이렇게 재판정 풍경뿐 아니라 판결 내용도 바꾸어놓고 있습니다. 

징역형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법정구속을 하지 않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는 겁니다. 

대표적인 곳이 내외국인 관광객이 뚝 끊기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제주도입니다.

오늘 제주지법 형사4단독 서근찬 부장판사는 상습사기 및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50살 A씨에게 징역 6월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습니다.

A씨는 2018년에도 사기죄 등으로 징역 10월을 선고 받은 바 있습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피고인이 사기죄와 업무방해로 처벌받은 전력이 수회 있는 등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형이 확정될 때까지 집행을 미룬 겁니다.

제주지법은 지난 27일에도 사기 혐의로 기소된 70대 여성에게 징역 8월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을 유예하는 등 비슷한 판결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제주교도소는 최근 제주지검과 제주지법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감자 감염 예방을 위해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바 있습니다. 

제주교도소는 현재 신규 재소자의 경우 14일간 독방에 격리한 뒤 증상이 없으면 다른 재소자와 함께 쓰는 수용실로 보내는데 문제는 높은 수용률입니다.

2019년 기준 제주교도소의 수용률은 132%입니다. 쉽게 말해 100명이 정원인 교도소에 132명이 바글바글 모여 있다는 뜻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격리 독방 마련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법원도 고심 끝에 징역형을 선고하면서도 법정구속은 하지 않거나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고 있는 겁니다. 

이게 비단 제주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53곳의 구치소와 교도소 등 교정시설 수용률은 114%로 과밀수용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재소자 1인당 면적이 약 2㎡ 안팎으로 0.6평 정도밖에는 안 됩니다.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보다 수용률이 높은 국가는 헝가리밖에는 없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소자들이 “교도소가 닭장이냐”며 “위법한 과밀 수용으로 인권을 침해받고 있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일이 이어지고 있고 법무부는 사실상 전패하고 있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범죄가 사라지는 세상이 오지 않는 이상 구치소나 교도소를 더 늘리거나 보석이나 가석방을 확대해 재소자들을 풀어주는 겁니다.

하지만 4년째 공사 중단 중인 경남 거창구치소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 동네엔 안 돼” 이른바 ‘님비’ 때문에 교정시설 신축은 어렵고, 보석이나 가석방 확대는 국민 법감정이나 관리감독 등의 현실적 문제가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소외계층과 취약한 중소 자영업자 문제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모순과 그림자들을 다시 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교정시설 문제도 그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재소자에 무슨 인권이냐 할 수도 있는데, 포르노 잡지 '허슬러' 등을 만든 포르노 업계의 거물 래리 플린트와 ‘표현의 자유’ 소송을 다룬 1996년 밀로스 포만 감독의 영화 ‘래리 플린트’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나같은 쓰레기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면 다른 모든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는 더더욱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재소자의 인권도 신경 쓰고 책임지는 국가라면 다른 일반 시민들의 인권은 더욱 탄탄히 보장되는 국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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