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현저하게 곤란한 사유 있다고 인정... 오 판사가 직접 재배당 요구"
"성인지 감수성 부족 판사에 'n번방 사건' 맡길 수 없다" 국민 청원까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민중당 당원들이 30일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재판을 맡은 오덕식 부장판사 교체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민중당 당원들이 30일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재판을 맡은 오덕식 부장판사 교체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텔레그램 '박사방' 조주빈의 공범이자 또 다른 성착취 동영상 유포 대화방 '태평양 원정대' 운영자인 닉네임 '태평양' 이모(16)군의 형사사건 재판장이 오덕식(52) 부장판사에서 박현숙(40) 판사로 30일 교체됐다.

서울중앙지법은 "형사 20단독(부장판사 오덕식)이 해당 사건을 처리하는 것에 현저하게 곤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이 사건을 형사 20단독의 대리부인 형사 22단독(판사 박현숙)에 재배당했다고 밝혔다.

교체된 박현숙 판사는 여성 판사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성범죄 전담 재판부를 맡고있다. 사법시험 46기로 오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10기수 후배다.

법원은 "오 부장판사가 서면으로 직접 사유를 기재해 사건 재배당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제14조 4호)에 따르면 담당 판사가 배당된 사건을 처리하기 곤란하다는 서면을 제출하면 법원장의 위임을 받은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사건을 재배당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오 부장판사가 직접 밝힌 재배당 요구 사유나, 법원이 현저하게 곤란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이유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오 판사를 교체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40만명을 넘어서고, 법원청사에서 오 판사 교체를 요구하는 기습시위까지 벌어지자 부담을 느낀 오 판사가 스스로 재배당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정 형사사건의 담당 판사를 교체해달라는 청원이 제기되거나, 판사가 외부적 요인으로 스스로 재배당을 요청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오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가수 고 구하라씨를 폭행하고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전 남자친구 최종범(29)씨에게 상해, 협박 등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하고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해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또 지난해 8월에는 고 장자연씨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 언론사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오 부장판사가 n번방 사건 '태평양' 이군의 재판 담당이 되자 이를 이유로 교체를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청원인은 “오덕식 판사는 최종범 사건 판결과 고 구하라 2차 가해로 수많은 대중들에게 큰 화를 산 판사”라며 “수많은 성범죄자들에게 벌금형과 집행유예 등 너그러운 판결을 내려 국민들이 비판한 바 있다”는 것을 청원 이유로 들었다. 이 청원에는 31일 오전 10시30분 현재 42만2천여명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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