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가격리 위반 30대 영국인 남성도 손해배상·치료비 청구 검토

[법률방송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19 검사를 받고도 외부활동을 하는 등 자가격리 지침을 어긴 30대 영국인 남성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인 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른바 '강남구 모녀'에 대한 최소 1억원대 손해배상소송을 오늘(30일) 낸다고 밝혔습니다.

불법행위와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하는지 알아봤습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 지침을 어긴 30대 영국인 남성 A씨에게 정부가 손해배상 및 치료비를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김강립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
"만약 자가격리 조치 등 위반 사실이 불법행위에 해당돼서 추가적인 방역과 감염 확산 등에 따른 국가 손실을 유발했다고 인정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고 치료비에 대한 부분도 아울러서 법무부에서 검토 중이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지난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A씨는 코로나19 증상을 보여 23일 수원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를 받았고, 24일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 닷새 동안 A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수원을 포함해 4개 도시를 이동하면서 23명과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강립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
"법무부에서는 해당되는 영국인에 대한 조사를 이미 착수했습니다. 수원시와 수원시 보건소 등에 인적사항 등 관련 자료를 요청해놓은 상태이고 이동 동선 등 이미 공개된 자료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자료를 기초로 해서 법 위반 여부 검토에 착수했습니다."

제주도는 미국에서 입국한 딸을 데리고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제주도 여행을 다녀간 뒤 지난 25일과 26일 각각 확진 판정을 받은 이른바 '강남구 모녀'에 대한 1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오늘 제주지법에 냈습니다.

[원희룡 / 제주도지사]
"이들은 제주 여행 첫날부터 증상이 있는데도 4박 5일간 수많은 관광지와 업소를 방문하는 바람에 도내 업체들과 도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20여개 업체들이 임시폐쇄를 했고 96명에 이르는 도민들이 2주간 생업을 중단하고 자가격리를 하게 됐습니다."

원 지사는 1억원대의 손해배상액은 제주도민이 실제 입은 피해를 감안하면 최소한으로 잡은 것이라며 추후 소송액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원희룡 / 제주도지사]
"오늘 저희는 일단 현재까지 참가 의사를 밝힌 분들과 거기에서 입증할 수 있는 손해액을 우선적으로 소장 접수를 하고, 추후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나중에 법원에서 합쳐질 텐데요. 현재로도 취합한 내용이 1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영국인 A씨의 경우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 지침을 받았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면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 불법행위와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이인재 변호사 /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대표]
"문자라든지 서류로 '자가격리를 하시오'라고 했을 텐데 이것을 벗어나서 자기가 나오면 위법·위반이 되는 것이죠. 얼마든지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 보이고 그 다음에 그것으로 인해서 손해가 발행했고 인과관계 인정이 되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요."

다만 강남구 모녀의 경우엔 불법행위와 손해배상 책임이 법적으로 성립하는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습니다.

일단 보스턴에서 대학을 다니는 유학생 딸이 우리나라에 입국한 것은 지난 15일입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국내 입국자에 대해 2주간의 자가격리 의무 지침이 내려진 건 지난 28일입니다.

자가격리 의무 지침 전에 입국해서 제주도 여행을 간 것을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습니다.

[신현호 변호사 / 대한변협 코로나19대책 법률지원 TF 위원장]
"이번에 강남 모녀들 제주도 가고 한 게 있는데, 기본적으로 감염병예방법은 고의범만 처벌을 해요. 정부로부터 어떤 격리처분이나 무엇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탈출한다든지 이런 고의범만 처벌하는 것이지..."

유학생 딸이 인후통 등 코로나19 증상을 보였음에도 제주도를 여행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법적으론 논란이 있습니다.

코로나19에 걸렸음을 알고도 고의로 여행을 했다거나 또는 법적인 책임을 물을 만큼 중대한 과실 책임을 지울 수 있느냐 하는 지적입니다.

[신현호 변호사 / 대한변협 코로나19대책 법률지원 TF 위원장]
"이번에 고의는 없는 것이고, 그럼 과연 과실이 있느냐. 내가 볼 때는 자기가 코로나 걸렸는데도 불구하고 (제주도) 간 것도 이상하고 만약 그랬다고 한다면, 또 하나는 본인이 감염됐으면 빨리 치료 받으려고 하지 알면서 돌아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니까 과실로서의 구성요건에도 해당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반면 "제주 도착 당일부터 의심 증세가 있었음에도 여행 일정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고의성이 있다"는 것이 제주도의 입장입니다.

원희룡 지사는 이와 관련 "이번 조치가 경고용 쇼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피해 업체나 자가격리 당한 분들은 쇼로 피해를 본 게 아니다"며 "진짜로 피해를 봤기 때문에 절박하고 안타까운 마음에서 법에 호소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원희룡 / 제주도지사]
"수많은 국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라는 기반에 이러한 무임승차의 ‘얌체짓’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도는 이번 소송을 통해 강력한 경종을 울리고자 합니다."

정부가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는 경우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고 나선 가운데 오는 4월 1일 0시부터는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해 원칙적으로 2주간 자가격리가 실시됩니다.

자가격리 장소는 자가 주택이나 별도의 격리시설을 이용해야 하고 호텔 등 숙박시설 이용은 자가격리 위반과 동일하게 처벌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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