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오디션 조작사건... “잃어버린 신뢰 = 삼류 드라마”
국민 오디션 조작사건... “잃어버린 신뢰 = 삼류 드라마”
  • 이병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 승인 2020.03.2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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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 콘텐츠 중에서 관객과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이병하 변호사는 최근 벌어진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 순위조작 사건의 법적 문제점, 그 사회적 의미를 다룹니다. /편집자 주

 

이병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이병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빛을 발하지 못하고 숨어있는 뛰어난 실력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들을 가지고 있죠. 시청자들은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자신의 일처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결국 노력과 실력이 겸비된 참가자가 선택을 받고 빛을 발하게 됩니다. 이처럼 한편의 드라마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충분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만합니다.

그런데,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이 조작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판결이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을 신뢰해 왔던 많은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경우 어떠한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사회적으로는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PD가 개인적으로 조작을 한 것이라면 방송사가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방송사의 공정한 오디션 프로그램 진행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죠. 비슷한 사례로 대법원은 대학입시에서 특정 학생을 합격시키기 위해 성적을 고치는 경우 사정위원 및 대학교의 신입생 선발업무가 방해되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3. 5. 11. 선고 92도255)

참가자들 및 시청자들에 대해서는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요?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자신 또는 제3자가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해야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또 기망자가 직접 재물의 교부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그 재물을 영득할 불법영득의 의사는 있어야 합니다.

기망자가 불법영득의 의사를 가지고 공정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진행될 것처럼 참가자들을 기망하였고, 참가자들이 재물을 교부한 사정이 있다면 참가자들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자신들의 투표가 순위를 선정하는 데 정당하게 반영될 것이라고 기망을 당했고, 문자투표 등 일정 비용을 지출하였습니다. 다만, 문자투표시 지출하는 비용의 성격이나 사용처, 수령자 등을 고려하면 기망자가 그 비용을 불법영득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만약 방송국의 직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라면 형법 제357조의 배임수재죄가 성립할 수 있고, 부정한 청탁을 한 자에게는 배임증재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또 방송국 직원은 청탁금지법 상 ‘공직자 등’에 해당하고 부정청탁 여부와 관계없이 1회 100만원 이상의 금품등을 제공받았거나,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였다면 청탁금지법 위반죄에 해당합니다. 물론, 금품 등을 방송국 직원에게 제공한 자 역시 청탁금지법 위반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공정성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핵심이자 마지막을 장식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은 신뢰할 수 없게 되고, 오디션 프로그램은 순식간에 ‘삼류 드라마’로 전락하게 됩니다. 나아가, 시청자들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되죠. 결국 한 사람의 욕심이 모든 프로그램 및 관계자들에게 의심과 불신을 심어주게 됩니다.

조작을 한 행위가 법적으로는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들에게 사회적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정에서는 법리적으로 무죄를 주장할 수 있지만, 법정 밖에서는 법리를 주장할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의심과 불신을 심어준 것에 대한 진정어린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들의 행위로 잃어버린 신뢰는 누군가를 처벌한다고 해서, 무죄가 나왔다고 해서 회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단 오디션 프로그램 조작뿐만 아니라, 허위사실 유포, 가짜뉴스 등은 사회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위법 여부를 불문하고 우리는 올바른 판단과 행동으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사회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병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webmaster@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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